'집콕의 위안' 드라마도 흔들린다

남지은 2020. 12.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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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시청률 저조·촬영중단..드라마 '시름'
'날아라 개천용' 배성우 음주운전으로 하차
기대작 '낮과 밤' '허쉬' '바람 피면..' 밀도 떨어져
코로나 3차 확산으로 촬영중단 위기감까지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주연배우의 음주운전, 기대작의 저조한 시청률,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촬영 중단 사태까지…. 방송계가 잇단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집콕’하는 시청자들의 위안거리였던 드라마마저 실망감을 안기면서 “이젠 안방극장은 오티티(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한창 날아오르던 ‘개천용’은 음주운전 사태로 추락 직전이다.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스비에스)에서 억울한 이들의 누명을 벗겨주던 정의로운 기자 ‘박삼수’로 출연한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지난 11일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안방극장에 에너지를 주던 대표 배우와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계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침울하다. 배성우는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통해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는 저의 잘못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모든 질책을 받아들이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제작진은 “촬영을 마친 13~16회는 배성우 출연분을 최대한 편집해 내보내고, 17~20회는 배성우 없이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20회는 배성우 대신 같은 소속사 배우 이정재의 출연 여부를 타진 중이다. 12월 셋째 주(18·19일)와 넷째 주(25일·26일), 1월 첫째 주(1·2일)는 결방하면서 대본을 수정한 뒤 촬영하고, 내년 1월8일에 13회부터 다시 내보내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오는 18일에는 <펜트하우스> 재방송을, 19일에는 <연예대상>을 편성했다.

주연배우의 일탈은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음주 파동 직후 방영한 12회(12일)는 시청률 5%(닐슨코리아 집계)로 1~12회 중 가장 낮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사법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이라 배신감이 클 것이다. 역할에 대한 진심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성우는 실력으로 주연 자리를 꿰찬 ‘노력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실망이 더 크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해 2003년 단편영화 <출근시간>으로 영화에 발을 들였고, 이후 <더 킹> <안시성> 등 주로 영화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도맡았다. 그가 타이틀 롤을 맡은 것은 지난해 영화 <변신>이 처음이다. <날아라 개천용>은 사실상 그를 위한 첫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과 밤>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최근 우후죽순 시작한 드라마도 시청자의 기대감을 저버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장르물 <낮과 밤>(티브이엔)은 명확하지 않은 내용과 긴장감 없는 전개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지난 11일 시작한 <허쉬>(제이티비시) 역시 오랜만에 안방에 복귀한 황정민과 굵직한 조연 배우들이 따로 놀면서 이야기가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레기’ 취급을 받던 기자가 권력형 비리를 파헤친다는 설정이 다소 뻔하고 정형화된 느낌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시작한 <바람 피면 죽는다>(한국방송2)는 흥미로운 제목·분위기와는 달리 내용의 밀도가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펜트하우스>(에스비에스)는 막장을 넘어 ‘공해’에 가까운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시청률 지상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고, <철인왕후>(티브이엔)는 코미디를 위해 역사를 왜곡한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28일 시작한 <경이로운 소문>(오시엔)이 참신한 소재로 선방 중이다.

<허쉬>. 제이티비시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라마 촬영 차질도 우려된다. 내년 방영 예정인 <지리산>(티브이엔)은 20일까지 촬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리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선제적 방역 차원”이라고 밝혔다. <지리산>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피디가 손잡고, 전지현·주지훈이 출연한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물이다. 앞서 <오! 삼광빌라>(한국방송2)도 촬영을 한때 중단한 바 있다. 코로나 확진자인 가수 청하와 접촉한 걸그룹 우주소녀 연정과 같은 그룹 멤버 보나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900~1000명에 이르면서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아예 드라마 촬영 자체를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크다.

<바람 피면 죽는다>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한 기획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드라마는 촬영 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촬영장에서도 다시 체온을 잰다”며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조연의 경우 여러 드라마에 동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한명이 확진을 받으면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며 “코로나까지 걸려 촬영을 접게 되면 손해가 막심해 다들 조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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