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마지막 비규제' 파주, 집값 상승률 1위

진중언 기자 2020. 12. 1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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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규제에 풍선 효과.. 두더지잡기식 대책 후유증 심각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뒷북 처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을 넘어 지방 대도시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의 집값이 치솟으면 정부가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곧이어 정부 규제를 피한 인근 지역의 집값이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확실한 ‘공급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임시 처방만 내놓는 탓에 집값 잡기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포 누르니 파주 아파트값 한 달에 2억원 올라

KB국민은행이 지난 7일 조사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는 1주일 사이 2.77%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률 2위는 1.39% 오른 경기도 파주였다. 부산 강서구와 파주의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같다. 국토부가 지난달 19일 경기도 김포와 부산 해운대구 등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 것에 대한 ‘풍선 효과’ 때문이다.

파주는 사실상 수도권에서 마지막 남은 비(非)규제지역으로 꼽힌다.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포함되자 김포로 쏠리던 매수 수요가 파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11월 16일 0.74%였던 파주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3주 만에 1.39%로 뛰었다. 같은 기간 김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2.28%에서 0.48%로 급락했다.

실제로 파주 목동동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9㎡는 11층 매물이 지난달 26일 9억1000만원(11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파주에서 전용 84㎡ 실거래가가 9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실거래가(7억2000만~7억3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6억원대 초반이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3억원이 오른 것이다. 최근 호가(呼價)는 10억원까지 나왔다.

새 규제 지역과 인접 지역의 주간 아파트 값 상승률

부산의 사정도 비슷하다. 해운대·수영구 등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규제를 피한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주 해운대구(0.69%), 수영구(0.4%) 등의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사이 강서구를 비롯해 금정구(1.05%), 북구(1.02%)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 강서·금정구 등이 비규제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경매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다. 1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3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영어도시퀸덤1차에디슨타운’ 전용 84㎡ 경매에는 78명이 입찰했고, 초기 감정가(2억16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이상 비싼 3억9250만원에 낙찰됐다.

◇”땜질 처방 한계, 근본적 공급 확대 고민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땜질 처방을 반복한 탓에 전국이 집값 급등과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이 들썩이는 곳만 골라서 규제하는 ‘핀셋 규제’에 몰두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던 정부 규제는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전방위로 확산했다. 2017년 8월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때 전국 42곳이던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75곳으로 늘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50%로 제한되고, 2주택 이상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전세난 대처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월세 가격은 안정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올해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시작된 ‘전세 품귀, 가격 폭등’ 현상은 전국으로 퍼졌다. 시장에선 중산층이 원하는 아파트 전셋집이 부족해 난리인데, 정부가 빈 임대주택·호텔방 등을 활용한 전셋집 공급 계획을 꺼내자 전세 시장 불안은 더 가중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불안한 시장 상황을 쫓아다니며 대책을 궁리해서는 집값 안정은 요원한 일”이라며 “공공 주도가 아닌 민간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 서울로 집중되는 주거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광역 교통망 건설 가속화 등 수요자가 원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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