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개 상급병원서 병상 100개씩 동원..정부 결단으로 'K의료 붕괴' 막아야 [기고]
[경향신문]

1000명이 넘었다. 병상이 없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K방역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 병상과 의료인력 준비가 필요하다’고 수십번 요구했으나 결국 이렇게 됐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당 병상이 가장 많은 나라다. 치료 병상만 30만개가 넘는다. 지금 코로나19 격리자가 1만1000명이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40%로 보면 4400명쯤 될 것이다. 30만개 병상 중 1.5% 정도다. 중환자 병상도 8500개 정도이니 지금부터 모자랄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입원할 병상이 없다.
문제의 원인은 공공병원의 절대 부족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1년간 코로나19 환자들을 맡아온 것은 지방의료원들이다. 예산 우선순위가 가장 뒤로 밀린, 동네 가난한 이들의 병원들이다. 이 가난한 병원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거의 모든 환자를 책임졌다. 국립대병원을 빼면 지방의료원과 시립병원은 다 합쳐 1만여 병상에 불과하다. ‘병상이 없다’는 말은 이 병상이 찼다는 말이다.
고작 전체의 2~3%에 불과한 지방의료원 병상이 다 찼다고 해서 병상이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 나머지 30만개 병상이 있다. 삼성·아산·세브란스 등 소위 ‘빅5’ 병원들과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42곳은 ‘코로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지도 않았다. 즉 아직 ‘한국 보건의료 총 역량’은 드러나지도, 확인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이들을 사회로 호명해 드러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역량과 리더십에 달렸다. 바로 위기 진단과 그에 부합하는 의료역량 총동원령이다. 거칠게 말하면 42개 병원에서 100병상씩 동원하면 4200개 병상이 마련된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는 최고의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우선 채택해야 할 전략이 아닌가.
중환자학회의 어떤 의사는 ‘중환자실 하나를 비우면 신경외과 수술을 못하고 코로나19 환자는 일반 중환자 병상 3개를 차지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 말대로라면, 지금 코로나19 중환자를 20여명 보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긴급수술 수십건을 못했을 테니 큰일이 났을 터인데 그런 말은 없다. 정부도 ‘공공전담병원 1000~2000병상’을 말하고 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환자가 하루 1000명씩 발생하면 그 병상도 며칠 만에 소진된다.
사립병원도 건강보험 환자들로 운영되고 세금혜택을 받는다. 그런데도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빅5’와 대학병원들은 이 상황에도 수지타산을 따진다. 공공병원만 사회적 부담을 지고 민간병원들은 방관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게 정부 역할인가. 그건 무능이다.
대구·경북 1차 유행 때 의료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사망률이 줄어든 것은 경북대병원이 70병상, 영남대병원과 대구가톨릭병원이 100병상씩 코로나19 환자를 받은 후부터다. 즉 대형병원들이 환자를 봐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했다. 지금부터라도 상급종합병원이 비응급 수술 등을 줄이면 4200병상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는 중환자실도 포함된다. 물론 준비가 안 됐으니 어렵고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병상이 없지 않다”는 것을 공개하고 국민에게, 민간병원들에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K방역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전가된 피해와 시간이 헛되지 않으려면 K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 사람을 살려라. 이를 위해 정부가 못할 일은 없다. 호소하건대, 더 늦지 않게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우석균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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