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기록 아니야 그저 붙들어둔 것"..황혜선 '부부'

오현주 2020. 12. 11. 03: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린 듯 진하다.

저들이 내딛는 발걸음, 저들이 맞잡은 손이 의미하는 것, '함께'다.

그렇게 애써 담으려 한 것이 '우리 사는 세상'이란다.

굳이 '기록'이 아니라 그저 '슬며시 붙들어두려' 한 것이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작
무심히 스치는 일상 장면 알루미늄 선으로
'함께'란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드로잉조각
조명 받고 그림자 품어 몇겹의 입체감까지
황혜선 ‘부부’(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여린 듯 진하다. 보이지 않는 데 다 보인다는 뜻이다. 저들이 내딛는 발걸음, 저들이 맞잡은 손이 의미하는 것, ‘함께’다. 이런 숨은 상징이 아니라면, 겉으로 드러난 외현은 또 어떤가. 얇은 선만 그어 넓은 면을 만들고 색 없이도 색을 냈다. 작가 황혜선이 빚고 건 조각 ‘부부’(2020)다.

작가는 무심히 스치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특별하게 ‘각인’해 왔다. 천이나 유리, 스테인리스·알루미늄 등, 의외의 소재로 ‘쓱쓱’ 그어내듯 형상을 갖추고 그 안에 깊이 있는 공간감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이른바 ‘드로잉 조각’. 액자 속 드로잉처럼 벽에 걸어낸 조각이란 점도 독특하다. 조명을 받은 형상들이 그림자를 품어 몇 겹의 층을 만들고 묘한 입체감까지 불러내는 거다.

그렇게 애써 담으려 한 것이 ‘우리 사는 세상’이란다. 돌아보면 다시 오지 않을 장면을 기억하고 나눠 소통하는 일이다. 굳이 ‘기록’이 아니라 그저 ‘슬며시 붙들어두려’ 한 것이라고 했다. 매일 먹을 갈고 그림을 그리며 시작한다는 작가의 일상이 그 출발일 터. 여리지만 진하게 쌓았다.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함께라면 함께니까’에서 볼 수 있다. 알루미늄분제도장. 91×120×0.3㎝.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