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앞 '치얼스~' 랜선 송년회..건배사는 "내년엔 얼굴 보자"

박기범 기자,김유승 기자 2020. 12.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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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연말' 달라진 풍경..동호회·지인끼리 온라인 모임 늘어
재택직장인 "회식도 로그인, 묘한 재미"..넷플릭스·독서·휴식 ↑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먹자골목 내 한 치킨집에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은 밤 9시 이후로 식당과 영화관, PC방, 이·미용업, 오락실, 대형마트·백화점, 놀이공원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제한된다. 또 직장인과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및 원격수업이 확대되고, 학원(교습소 포함) 운영이 금지된다. 또한 스포츠 관람은 '무관중 경기'로 전환된다. 2020.1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김유승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말 풍경도 바꾸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가족, 직장동료, 지인과 함께했던 각종 회식과 모임은 코로나19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언택트'(Untact) 송년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대면 모임 대신 화상채팅을 통해 맥주를 마시며 지인들과 모임을 갖는 이들이 생기고, 각종 모임 대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넷플릭스, 독서 등 홀로 할 수 있는 문화활동을 즐기며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하고 있다.

◇ 랜선 모임…"어색하지만 재미있어요…내년엔 직접 볼 수 있길"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바로 '랜선 모임'이다. 한 공간에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한해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로운 한해에 대해 이야기하던 모습은 '가상 공간'으로 옮겨졌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상모임을 제안한 글들이 다수 발견된다. 이날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소속 회원 3명이 화상을 통해 송년회를 갖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글에서 "시국이 시국인지라 랜선 송년회를 개최했다"고 이날 모임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빨리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마음껏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다음엔 다같이 실제로 얼굴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소망을 글로 전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카페회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1월에 있던 친구들과의 송년회를 계속해서 미루다 결국 만남을 포기하고 온라인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 회원은 "각자 먹을 거 챙겨서 만났다. 생각보다 너무 즐거운 2시간이었다"며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다 곧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직접 만나는 것만은 못해도 이것도 좋더라"고 말했다.

회사 회식을 랜선으로 한 경험담도 보였다. 경기도 동탄 기반 맘카페 회원들은 남편의' 랜선회식’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 회원은 "남편 송년회가 취소돼 집에서 랜선 회식을 한다는데 어떻게 하는 건가"라고 카페에 글을 올려놓자 다양한 댓글이 이어진 것.

댓글에는 "화상으로 연결해 회식을 하고 송년사도 한다. 놀랐다"를 시작으로 "남편 회사는 경비가 남아 10만원 안으로 사고 싶은 것 사서 청구하라고" "줌 같은 프로그램으로 단체로 한다. 남편 회사에서 5만원 이내로 음식을 시키도록 해준다. 한 달에 한 번씩 덕분에 나도 얻어 먹는다"는 등 다양한 경험담이 이어졌다.

랜선 모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야구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33)는 "주변에서 랜선 모임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간 제약이 적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거 같아 한 번해보려 한다"며 "회원들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 연말에 집에서 홀로 보내기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을 겨냥해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콘텐츠 띄우기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이날 '거실에서 펼쳐지는 엔터테인먼트 킹덤'을 주제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파트너 생태계 구축과 제품 혁신, 뛰어난 스토리 발굴 부분에서 소비자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사진은 이날 행사장에 부착된 넷플릭스 기업 로고. 2019.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집에서 넷플릭스 보자"…모임대신 기부도

언택트 마저 외면한 채 나홀로 시간 보내기에 나선 이들도 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즐기며 연말을 지내겠다는 이들과, 평소 읽지 못한 책을 구매하겠다는 '독서족'도 있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을 보며 연말을 보내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30대 박모씨는 "틈틈이 보는 인터넷 영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연말 연휴를 맞아 남는 시간에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비용 부담도 없고, 집에서 휴대전화만 있으면 영상을 볼 수 있어 편하다"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최모씨는 "넷플릭스와 함께 연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 휴가 때도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며 "연말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 여름휴가와 비슷하게 지낼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는 최씨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연말에 볼 넷플릭스 작품을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고도 했다.

각종 공연이 취소되거나 관객수가 제한되면서 '넷플릭스' 데이트를 선택하는 연인도 많았다. 박모씨(30대)는 "연말에 여자친구와 공연을 볼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아무곳도 가지 않고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기로 했다"며 "아쉽긴 하지만 방역이 중요한 만큼 여자친구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김모씨는 올해 연말을 독서를 하며 보낼 계획이다. 김씨는 "최근 문화상품권이 다수 생겼다. 원래 영화를 볼 계획이었는데 영화관도 위험할 거 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고 했다.

모임이 취소되면서 개인적으로 연말을 보내는 대신 모아둔 회비를 기부하는 이도 있었다. 김모씨(43)는 "예정된 동창회, 송년회가 모두 취소됐다"며 "대학 동창들끼리 연말 모임을 위해 미리 낸 선입금 전액을 코로나19 관련해서 기부하기로 했다. 금액이 크지 않아 말하기로 민망하지만, 어려운 시기라서 다들 동의했다"고 했다.

이날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부, 봉사활동이 많이 줄었다. 연말에 조금 늘것으로 기대했지만 2.5단계 격상으로 큰 변화가 없다"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가족·나만의 시간 보내기…긍정적 목소리

연말 풍경이 달라졌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적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올해 첫 아이를 낳았다는 임모씨(35)는 "예년 같으면 남편이 각종 모임에 바빴겠지만 올해는 집에 있기로 했다"며 "세 가족이 모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인을 보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코로나19 연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앞서 독서계획을 밝힌 김씨는 "지역에 있는 가족을 보지 못하지만 원래 연말이면 바빠서 가족들 보기가 힘들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의 여유를 갖는 시간이 생겨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만난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서둘러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연말이 좋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못 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료돼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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