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공시가 인상은 '과잉행정'..우회 증세라는 비판도

나현준 2020. 12. 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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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푸 전용 84㎡ 1주택자
보유세 4년후엔 2배 상승
현실화 속도·세율 조정을

◆ 부동산 3대 대못 뽑아라 ② ◆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올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폭탄을 국민에게 안기는 것은 '과잉 행정'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과잉 행정을 막기 위해 '안전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우회 증세'가 조세 법정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의 자의적 행정으로 인해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은 공시가가 대폭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억울하게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정부가 최근 재산세율을 일부 조건에 따라 인하했듯이, 종부세에 대해서도 '선량한 1주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8일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해 올해부터 종부세를 내는 집들의 종부세를 계산한 결과(시세 매년 2% 상승·만 59세 만 5년 미만 보유 가정)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7억원)는 올해 보유세가 324만원에서 4년 후인 2024년에는 713만원으로 2배 이상 상승한다. 마포 염리자이 전용 84㎡(시세 15억원)도 올해 보유세가 281만원에서 2024년에는 541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한다. 시세가 매년 2%로 '안정적'으로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유세는 4년 만에 2배가 상승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월 국토교통부는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매년 3%포인트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종부세·재산세 부담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시세가 그대로여도 부담하는 세금은 대폭 증가하게 된다. 우 팀장은 "보유세 중 종부세가 주로 상승하며, 종부세 상승분 절반 이상이 시세와 공시가격 급인상 때문에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획재정부 설명대로 종부세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가 있기 때문에 종부세 상승분의 최대 80%까지 경감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을 얻으려면 '5년 이상 보유'하고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은퇴 계층이 아닌 이상 경제활동인구인 대다수 30~50세대는 고스란히 종부세 상승을 감당해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금을 과도하게 올렸다는 점에서 과잉행정"이라며 "안전핀 역할을 하도록 종부세율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미만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율을 구간별로 0.05%포인트 인하했듯이, 종부세도 1주택자를 위해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현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1주택자 종부세도 내년부터 구간별로 0.1~0.3%포인트 인상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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