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료 더 받는데..4층보다 세금 덜 내는 '1층 건물주'

권화순 기자 2020. 12. 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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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치에 과세기준 뒤죽박죽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기본의 기본이 되는 것을 오랫동안 방치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택·토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저가일수록, 아파트일 수록 공시가격이 더 비싼 '역전문제'를 해결하면서 정확한 과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나왔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상가·빌딩·오피스 등 비주거용에 더 극명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이들 건물에는 공시가격도 없어 상가 1층이 4층보다 과세 기준이 더 낮은 역전현상까지 쉽게 목격된다.

18억짜리 타워팰리스 보유세, 아파트는 595만원인데 오피스는 178만원..아파트가 봉인가
7일 머니투데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과 아파트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분석한 결과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거래 가격이 18억원대로 동일한 타워팰리스 오피스텔 전용 88㎡와 아파트 전용 84㎡의 보유세는 각각 178만5000원, 595만5360원이다. 아파트 보유자가 417만360원을 더 낸다. 서울 최선호 지역의 똑같은 시세에도 불구하고 세부담이 400만원 넘게 벌어지는 이유는 과세 기준이 달라서다.

오피스텔은 비주거용이기 때문에 토지분에 대해선 공시지가(3억9000만원)가 적용되지만 건물분은 시가표준(2억5000만원)이 적용된다. 건물분에 대한 시가표준액 2억5000만원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60%를 곱하고 세율 0.25%를 적용해 재산세가 매겨진다. 비주거용 건물은 재산세 세율이 0.25%로 똑같고, 주택처럼 종합부동산세는 없다. 토지분은 종부세가 있긴 하지만 80억원이 넘어야 부과된다.

반면 실거래 가격이 18억원인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13억7000만원으로 9억원이 넘기 때문에 일단 종부세 134만5800원을 내야 한다. 또 주택 공시가격은 건물과 토지를 합친 기준으로 과세 되기 때문에 과표가 더 올라간다. 재산세가 더 많은 이유다. 실거래 가격이 똑같고 면적도 비슷하지만 아파트가 오피스텔보다 보유세가 3배 이상 나올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오피스텔을 업무용이 아닌 거주용으로 소유자가 신고하거나 구청에서 확인한 경우엔 건물과 토지를 합산한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긴다. 이 때도 공시가격은 없기 때문에 아파트 만큼의 과세 기준이 잡히기 어려워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불거진다.

임대료 더 비싼데...가든파이브 상가 1층이 4층보다 세금 덜 낸다
그렇다면 똑같은 비주거용이라면 과세기준이 공평할까.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상가 1층의 ㎡당 시가표준은 95만원인데 상가 4층은 97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표준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통상 대형 상가 기준으로 임대료가 지상 1층이 100이라면 지하 1층은 50, 지상 2층 50, 3층 20~30가 적용된다. 가든파이브 지상 1층을 갖고 있는 건물주는 임대료 수입이 더 많지만 세금은 덜 낸다는 뜻이다. 정부가 매긴 세금이 임대료와 무관하게 4층이 더 내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층별 역전현상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 복판의 고가빌딩 일수록 과세기준이 낮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해와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대형빌딩 매매가격과 과세기준을 비교해보니 서울스퀘어 42.50%, 영시티 36.30%, 삼성생명여의도 28.30%, 여의도파이낸스타워 31.40% 등으로 대부분 비주거용 현실화율 46.8%를 밑돌았다. 그만큼 시세 반영율이 낮다는 의미다.

주택보다 비주거용 과세기준이 낮고, 똑같은 비주거용도 고가일수록 낮으며, 오피스·상가는 층별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주거용에는 공시가격이 도입되기 않은게 근본 원인이다.

공시가격은 층수·조망권·소음 등 '별별조건' 다 따지는데, 비주거용 시가표준은 73만원에 똑같이 시작....알고도 외면하는 정부의 속내는
2005년 도입된 주택 공시가격은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층별로 많게는 30%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25층이라면 1층이 가장 낮고 2~4층, 5~7층, 7층 이상 등으로 구분해 등급별로 10%가량 차이가 난다. 조망권, 남향·북향 등 향, 소음 등 미세한 주변환경 요인까지 고려하고 있다.

반면 비주거용의 과세기준인 시가표준은 매년 신축건물 원가 조달비를 정해 여기에 몇가지 요소를 가감해 정하는 획일적인 방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층수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나 출입구 근처인지 혹은 간판이 잘 보이는 여부에 따라 임대료는 천차만별"이라며 "시가표준은 전국에서 동일하게 73만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반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총 7차례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09년~2012년엔 3차례 시범사업을 벌였다. 2018년 9월 마지막 연구용역을 하면서 전국 5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2만4943개의 상업·업무용 빌딩을 선정해 기준 가격을 산정해 봤다. 기존의 과세 기준(시가표준) 대비 건물은 7.2%, 토지는 64.9% 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비주거용에도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현실화율이 올라가 세금 부담이 늘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말 못할 고민이다. 주택과 토지도 지난달 로드맵이 발표된 후 '증세 논란'으로 뜨거웠다. 국토교통부가 비주거용 공시가격 도입을 공식화한 과거, 국세청은 기준시가 책정 이유가 없어져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가 난리가 난 '해프닝'도 있었다. 공시가격 도입이 무산돼 뒤늦게 예산을 확보할 정도로 정부도 갈팡질팡이다.

박상구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공시가격 적용 방식이나 방향은 정립된 것으로 안다"며 "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우선 정확한 과표(과세기준)를 정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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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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