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수학, 체감 난도 높은 국어 당락 가를 듯 .. 결시율 높아 "수시 충실히 준비해야"

이윤주 2020. 12. 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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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대구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오자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학부모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수능을 치른 자녀를 위로하고 있다. 뉴스1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영역의 체감 난도가 높았다. 주로 이과 학생들이 보는 수학 가형이 어렵게 출제된 반면, 문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다소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지난해와 평이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어 새 유형 없지만 체감 난도는 높아

국어영역은 지문 길이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데다, 지난해 ‘BIS 비율’을 완전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40번 문항 같은 계산문제가 없어 평이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의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올해는 전년도 수능, 6월·9월 모의평가와 흐름이 비슷해 미리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다소 쉽게 느꼈을 것”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고난도 문항이 전년에 비해 적고, 경제 관련 수학 계산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상형 영동고 교사도 “국어 영역의 난이도를 올리는 건 독서 영역인데, 이번엔 어려운 개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문을 문항 속 ‘보기’와 비교해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20번, 지문을 바탕으로 보기 문항들을 한 번 더 추론해야 하는 36번이 까다로웠던 문제로 꾭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가채점 결과, 국어 1등급 컷은 지난해 91점보다 내려간 80점대 후반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후 9시 기준 입시업체별 국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 예상치는 87~89점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대전교육청 제27지구 제13시험장이 마련된 괴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수학 가형 어렵고 나형 쉬워

올해는 2015년 교육과정이 적용된 뒤 첫 수능이다.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학과 벡터가 빠지고 수학Ⅰ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 때문인지 수학 나형에서는 고난이도 문제로 꼽힐 만한 것이 가형에서는 중간 난이도 정도로 출제됐다. 김정환 혜화여고 교사는 “수학 나형의 4점짜리 고난도 문항 3개가 가형에서는 3점짜리로 출제됐다"며 “중위권 학생은 시간 안배에 애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고, 상위권 학생들도 기하로 나오던 문제가 미적분으로 출제돼 다소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나형은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하지만, 학생들이 어려워하거나 시간을 많이 들이는 빈칸 추론, 프랙탈 문제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형과 나형에서 공통으로 출제된 문항은 7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었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개정된 교육과정은 교과 내용을 10% 줄이는 대신 깊이있는 사고를 요구한다"며 "그에 맞춰 가형과 나형 둘 다 고난도 문항이 나왔고, 이 문제들은 EBS와 연계율이 낮아 체감 난이도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영역 가형은 1등급 컷 예상치가 유웨이·스카이에듀·대성학원 등 주요 입시학원 모두 92점으로 추정했다. 나형 1등급 컷 예상치는 다소 엇갈려 88~92점이다.

영어는 9월 모의고사보다는 쉽고, 지난해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공유서비스, 온라인수업 등 친숙한 내용이 지문으로 나와 중위권에게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전기홍 무학고 교사는 “빈칸 추론이 나오는 33번 34번이 어려웠다"며 “특히 뇌과학 문제는 생소한 어휘가 있어 정답 유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대구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오자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학부모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수능을 치른 자녀를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역대 최소 응시... 새 대입 변수 될 듯

이번 수능은 예년 수준의 난이도임에도 수능 최저기준 맞추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시를 노린 고득점자는 반드시 응시했을 테니 역대 최고 결시율은 수능 최저점이 아닌,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중하위권이 대거 이탈한 결과로 봐야 한다. 이영덕 대성학원 입시연구소장은 “수능 영역별 등급인원이 줄고 수시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자 감소는 정시 합격선을 끌어내린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수험생 수가 크게 줄면서 상위권 대학으로 수험생 연쇄이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대다수 대학의 합격선이 크게 하락했다"며 “지난해에 비해 응시생 5만6,000여명 줄어들었으니 올해엔 이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응시자 감소로) 상위권 등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비교했더니 1,2등급 2,000~4,000여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며 “섣부른 판단보다 나머지 수시일정을 충실히 준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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