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통발을 버리고 도마뱀 꼬리를 잘라내라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2020. 12. 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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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부치는 자리는 재앙
/사진=이미지투데이
나이 지긋한 승려가 젊은 승려와 함께 길을 가다 시내를 만났다. 소나기가 내린 직후라 시내에 물이 불어 바지를 걷고 건너야 했다. 그때 한 여인이 개천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서성대고 있었다. 내를 건너야 하는데 치마를 걷을 수 없으니 난처했던 것이다.

나이 많은 승려가 바지를 걷고 건널 채비를 마친 뒤 아무 말 없이 등을 내밀었다. 여인은 우물쭈물하다가 등에 업혔다. 개울을 건넌 뒤 여인은 떠나갔고 두 승려도 갈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가다가 젊은 승려가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나이 지긋한 승려에게 물었다.

“스님,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남의 여인을 업고 내를 건널 수 있습니까?”

나이 많은 승려가 안됐다는 듯 ‘쯧쯧’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나는 그 여인을 이미 그 개울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도 그 여인을 업고 있느냐?”

◆물고기를 잡은 뒤엔 통발을 잊는다

“물고기를 잡은 뒤에는 통발을 잊는다. 토끼를 잡은 뒤에는 덫을 잊고 뜻을 나타낸 뒤에는 말을 잊는다.”(得魚忘筌 得兎忘蹄 得意忘言·득어망전 득토망제 득의망언).

‘장자 외물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장자가 시비선악을 초월한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구절이다. 요즘은 사소한 일에 얽매여 큰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면 그동안 쓰이던 사람이나 물건은 무용지물이 된다, 학문을 성취하면 책이 쓸모없게 되듯 근본을 확립하면 지엽적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까지 보태져 쓰이고 있다.

득어망전과 득토망제는 휴브리스(hubris)와 일맥상통한다. 원래 휴브리스는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그는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 신과 갈등을 일으키고 파멸에 이른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휴브리스를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그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져 남의 말에 귀를 막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다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으로 해석해 사용했다. “한 사회를 성장시킨 창조성이 시간이 흐르면서 거꾸로 사회의 쇠퇴를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 과정을 코로스(포식)-휴브리스(무분별)-아테(파멸)로 설명했다.

10월25일에 서거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생전에 휴브리스를 경계했다. “나는 작은 성공의 누적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작은 성공으로 자만심에 빠져 더 큰 실패를 가져오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작은 성공에 만족하는 평범한 사람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인물이 조직을 살찌울 수 있다고 믿는다.”

◆능력이 적은데 임무가 과중하면 화가 미친다

주역의 50번째 괘 화풍정(火風鼎)은 혁명을 마친 뒤 제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마솥에 불을 때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상제에게 제사 지내고 성현을 길러 어진 정치를 펴니 크게 형통하다”고 했다. 이럴 때 군자는 자기 자리를 올바르게 해 하늘에서 받은 명(命)을 제대로 받들어야 한다.

정괘의 밑에서부터 네 번째 양효인 구사(九四)효는 “솥의 다리가 부러져 공(公)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어 흉하다”고 적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다. 공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덕이 박한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적은데 큰일을 꾀하며 힘이 적은데 맡은 바 임무가 과중하면 담당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다. 바로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화를 입는다.”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적재적소다. 올바른 인재를 그에 맞는 일에 맡긴다는 뜻이다. 능력이 많은데 책임이 작은 자리에 앉히면 그는 나태해지고 불만에 싸인다. 유비가 봉추(鳳雛)를 처음에 작은 시골 벼슬을 주자 일을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과중한 일을 맡기면 그 사람도 일에 치여 불행해지는 것은 물론 조직과 인사권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역사에서 간신으로 악명을 날린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적재적소에 관련된 내용은 주역에 또 나온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40번째 괘 뇌수해(雷水解)의 구삼(九三)효에서 “지고 탐이라 도적을 이르게 하니 고집을 피우면 좋지 않으리라”고 지적한 것이 그것이다.

공자는 이에 대해 “지는 것은 소인의 일이고 타는 것은 군자가 이용하는 수레다. 소인이 군자의 수레를 탄 형세니 도둑이 빼앗을 것을 생각하고 위를 거만하게 하고 아래를 사납게 하니 도적이 칠 것을 생각하며 곳집 지키는 것을 게을리하면 도둑을 부르고 얼굴을 진하게 화장하는 것은 음탕함을 부른다. 지고 탐이 도적을 이르게 하는 것은 바로 도적을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랫사람(소인)이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윗사람(군자)이 하는 일에 끼어들거나 윗사람만이 이용하는 것에 손대는 데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결국 그를 도둑으로 만들어 본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 전체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자르는 까닭은?

요즘은 도마뱀을 보기 힘들어졌지만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들과 산을 걸으면 무수히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도마뱀은 잡혔을 경우 꼬리를 스스로 자르고 도망친다. 위험에 처했을 경우 꼬리를 흔들어 꼬리를 잡도록 유인한 뒤, 잡힌 꼬리를 잘라 적이 당황하는 틈을 이용해 도망가는 것이다. 잘린 꼬리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생전에 “지난 30년 동안 ‘하면 되는’ 헝그리 정신과 남을 뒤쫓아 가는 모방정신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과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재래식 모방과 헝그리 정신만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을 방문해서 장쩌민 주석을 만난 뒤에 “한국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을 해서 정치권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요즘 이른바 실세로 올라서 여러 특권을 행사하는 586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군사독재시대 때 학생운동에 전념함으로써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작은 공’에 취해 상전벽해된 21세기에도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과 나라를 잘못된 곳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86은 이미 기득권을 확보했으니 민주화 투쟁이란 꼬리를 잘라내고 통발도 잊고 나이 많은 스님처럼 훨훨 떠나야 한다. 그것이 3류 행정과 4류 정치를 극복하고 1류로 올라서는 길이며 스스로에게도 좋고 사회와 나라에도 기여하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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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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