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위 킥보드 주차.. 시각장애인엔 '길위의 벽'
퇴근 시간대인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강동구 천호역 5번 출구 앞에도 폭 5, 6m의 넓은 인도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상태였다. 인도 위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와 불법 옥외 광고물 사이로 보행자들이 뒤엉켰다. 인근에 사는 이모 씨(33)는 “출퇴근 때 인도 위에 주차된 전동 킥보드 등에 부딪혀 넘어질 뻔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 널브러진 전동 킥보드 피해 아슬아슬 보행
인도 위 불법 방치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동 킥보드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록 위에 전동 킥보드가 널브러져 있는 경우도 많다. 시각장애인은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으로 점자 블록의 촉감 등을 느끼며 걷는데, 갑자기 전동 킥보드가 나타나면 ‘도로 위 벽’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주차구역을 준수해 달라는 공지를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행자들의 민원은 빗발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관련 민원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연평균 430건 수준에서 지난해 1927건으로 폭증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전동 킥보드의 인도 위 주정차 문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였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이달 초 전동 킥보드의 주정차 금지구역을 발표했다. 횡단보도와 점자블록, 엘리베이터 입구 등 안전에 취약한 13개 구역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자체 조례 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거치대 설치 등 근본 해법 찾아야”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가 주차장 외의 장소에 주정차를 하거나 보도 위를 주행할 경우 각각 3만 원,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워놓는 운전자 상당수가 택배기사 등 생계형 근로자여서 경찰과 지자체 등 단속당국도 적극적인 단속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도 위 미관을 해치고 보행자 불편까지 초래하는 불법 옥외 광고물도 단속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낮에는 사라졌다가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등장하는 풍선 광고물이 대표적이다. 이런 옥외 불법 광고물을 설치할 경우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관리 주체인 자치구의 단속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시는 불법광고물 시·구 합동 기동 정비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 전역을 단속해야 하는 인원이 모두 9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와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점령하는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령 및 조례 개정 등으로 관련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동시에 불법 주정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과거 자전거의 인도 주정차 문제가 대두됐을 때 거치대 설치 등의 해결방안을 마련한 것처럼, 효과적인 단속방안과 제도적인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도 위 불법 방치물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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