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아이들 없게 '따뜻한 한끼'.. 밥심으로 행복도시 '큰걸음' [지방기획]
다함께돌봄센터, 아이들 식사에 방점
도시락 대신 신선한 반찬으로 차려줘
부모의 소득수준 상관없이 신청 가능
운영시간도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놔
현재 8곳 운영.. 모두 어린이식당 갖춰
2021년 7곳 포함 2022년 32곳으로 확대
市, 아동과 관련된 385개 사업 추진 중
차별없는 보편적 아동복지 초석 다져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1동의 ‘성남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에선 해질녘마다 ‘특별한 밥상’이 차려진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부모의 퇴근 때까지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눈다. 40여명의 아이는 밥솥에 앉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신선한 반찬들로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초등학생 박모(12)군은 “방과후에 학원수업을 듣고 와 밥만 먹고 가기도 한다”며 “방학 때는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도시락 아닌 따뜻한 밥 한 끼 차릴 수 있어 행복”…밀착형 아동 복지
지난해 3월 문을 연 성남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곳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부모의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는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라면 누구나 부모의 신청만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 대다수는 집에 부모가 안 계시는 맞벌이·한부모가정의 자녀다.
성남시는 중원구 자혜로 중부초등학교 인근 은행1동 복지회관 2, 3층을 리모델링해 아동 돌봄시설로 바꿨다. 연면적 234㎡ 규모로 어린이식당과 기자재실, 3개의 프로그램실을 갖췄다.
성남시 아동보육과 관계자는 “돌봄센터에 어린이식당을 설치한 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이라며 “센터장을 비롯해 3명의 보육교사, 조리사가 아동의 밥을 챙겨준다”고 말했다. 이곳 강경애 센터장도 “대다수 아동센터가 외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여기) 식당에선 따뜻한 밥을 내놓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인근 맞벌이·한부모가정에서 돌봄센터에 아이를 맡기는 데는 생활교육 등의 프로그램보다 아이들의 식사에 방점이 찍혔다. 운영시간도 부모들의 출근시간대에 맞춰 학기 중에는 오전 8시, 방학 중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우선 돌봄 대상인데, 식비를 포함해 월 10만원의 최소 이용료만 받는다. 부모의 특근이나 친척 장례식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부모의 전화 한 통으로 이튿날부터 일시 돌봄도 가능하다.
강 센터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대상 아동센터가 자칫 아이들에게 ‘낙인감’을 줄 수 있어 저소득층 부모들도 (일부 비용을 내면서) 이곳에 아이를 보내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아동친화도시를 선언한 성남시는 공식 인증을 목표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아동참여단 구성과 조성전략 연구용역을 마치고 유니세프(UNICEF)의 인증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초석을 다져왔다.
앞서 성남시는 인증과 별개로 ‘아동 3대 기본복지’를 실천해 왔다. 은 시장 취임 이후 △아동수당 100% 지급(아동수당플러스)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대기자 없는 초등 돌봄(다함께돌봄센터) 사업에 무게를 뒀다. 전국 최초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6세 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수당을 지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올해에는 7∼12세 아동 5만1300명에게 1인당 40만원씩을 더 지원했다. 연말까지는 초·중·고교생에게 1인당 10만∼2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아울러 2년 이상 거주한 12세 아동의 연간 의료비가 1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부분을 시에서 지원하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희귀질환과 소아암 환우들이 주요 대상이다.
현재 성남시에선 아동과 관련해 47개 부서에서 385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련 조례만 143개로, 예산은 5615억원 규모에 달한다. 성남시 전체 예산의 26%를 차지한다. 이 같은 성남시의 노력은 아동친화도시 공식 인증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이미 경기도에서만 7곳, 전국 47곳의 기초지자체가 인증을 받았지만, 성남시의 경우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전면 개정한 바 있다. 또 초·중·고생과 아동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탁 토론회를 열어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이 가장 살기 좋은 곳’, ‘아이 키우기 좋은 성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 △다함께돌봄센터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가족양육 지원사업 강화 △육아종합지원센터 신축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맞춤형 드림스타트사업 △아동 간 사고 예방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n번방’과 같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와 아동학대가 빈발함에 따라 인식개선 운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지닌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4명을 선발해 현장에 경찰과 동행하도록 조치했다. 성남시 아동보육과 관계자는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10건 중 8건 이상이 부모에 의한 학대였다”며 “인식개선을 위한 책자를 배포하고 교육하는 등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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