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on'과 'off'의 타이밍.. 빠질 때를 알면 실수가 줄어든다

기자 2020. 11. 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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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이 몰아치는 기나긴 오후 지나/ 집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어떠한가.' 기습 질문에 놀라 한 걸음 물러서거나 기묘한 눈초리로 쏘아보지 말자.

'지하철 기다리며 들리는 음악은/ 지루한 하루 건너 내일을 생각하네.' 정답게 노래로 화답한다면 분위기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프닝으로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있다.

모름지기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조운파 작사·작곡, 김명애 노래 '도로남' 중)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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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사랑의 이름으로 멈춰라

‘피곤이 몰아치는 기나긴 오후 지나/ 집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어떠한가’ 기습질문에 놀라 한 걸음 물러서거나 기묘한 눈초리로 쏘아보지 말자. ‘지하철 기다리며 들리는 음악은/ 지루한 하루건너 내일을 생각하네’ 정답게 노래로 화답한다면 분위기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과하지 않은 율동을 섞어가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보자. 십중팔구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다.

볼륨이 올라가고 승강장이 무대로 전환되면 외로움을 숨긴 채 휴대전화만 바라보던 승객들도 활기찬 코러스로 입을 맞출 것이다. ‘저 문을 활짝 열고 노래를 불러보니/ 어느새 피곤마저 사라져 버렸네’ 가상의 뮤지컬(‘지하철 2호선’?) 첫 장면에 선곡하고 싶은 이 노래의 제목은 ‘크게 라디오를 켜고’다. 창작자는 신대철. 소개할 때마다 가족관계증명서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데 그가 록의 대부 신중현의 장남인 까닭이다. 가끔은 서태지도 계보에 등장하는데 소년 시절 신대철이 이끄는 시나위에서 함께 연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오프닝으로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있다. 라디오 켜는 걸 ‘턴 온’(turn on), 끄는 걸 ‘턴 오프’(turn off)라고 하는데 인간관계에서도 이 표현을 곧잘 쓴다. 크리스마스특선으로 어울리는 로맨틱코미디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노라 존스의 노래 ‘턴 미 온(Turn me on)’이 나온다. ‘결국 꺼버린 건 당신이지만(After all you’re the one who turns me off) 날 다시 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대뿐이죠(You’re the only one who can turn me back on)’

‘온/오프’(on/off)는 쓸모가 많다. 보통은 뭔가에 빠질 때 온(on)을 쓰고 빠져나올 때 오프(off)를 쓴다. 우리말 ‘빠져’ 역시 묘한 단어다. 최면에 걸려 누군가에게 푹 빠질 때가 있는가 하면 정신을 차린 후 그 무리에서 쓱 빠질 때가 있다. 한때 가수로도 활동했던 방송인 박경림의 노래 ‘착각의 늪’에는 ‘사랑에 빠져빠져/ 이제 빠져버려’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녀의 결혼식에서 노래채집가는 이런 주례사를 남겼다. “이제 같이 살면서 상대의 좋은 점을 보면 푹 빠지고 미흡한 점을 보면 쓱 빠져줘라.”

장황하게 ‘온 앤 오프’를 펼쳐놓은 배경 뒤엔 동명의 TV 프로그램(tvN)에 나온 혜민 스님이 있다. ‘다양한 삶을 사는 멀티페르소나 모두 모여라! 바쁜 일상 속 내 모습(on), ‘사회적 나’와 거리 둔 내 모습(off)을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주는 신개념 사적 다큐멘터리’ 예고편도 흥미로웠다. ‘스님은 절에서만 산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도심 속 혜민 스님의 일상 최.초.공.개!’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신효범)보다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영탁)를 떠올리는 시청자가 더 많았다.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기도 정진하겠다”며 자취를 감췄다. 속전속결이다. 정말 ‘있는 그대로’ 확실히 보여준 후(on) 급속히 사라졌다(off). 모름지기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조운파 작사 작곡 김명애 노래 ‘도로남’ 중)를 조심해야 한다. 이어지는 가사도 예사롭지 않다. ‘정 때문에 울고 웃는다/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 아, 인생’

혜민 스님의 대표작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이 책의 속편으로 ‘보이면 비로소 멈추는 것들’은 어떨까. 멈추면 보이는 것도 있지만 보이면 멈춰야 할 지점도 생긴다. 무엇이 보일 때 우리는 멈춰야 할까. 뮤지컬 ‘드림걸즈’는 여성트리오 슈프림스(The Supremes)를 모델로 한 작품인데 다이애나 로스가 그 시절 부른 노래(1965)가 답변이 될 수 있겠다. ‘내 마음 부서지기 전에(Before you break my heart)/ 멈춰요! 사랑의 이름으로(Stop! In the name of love)’ 멈춰야 할 때를 알면 실수가 줄어든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 김방옥 작사 작곡 ‘그대로 멈춰라’ 중) 너무 높이 올라가 시력이 흐릿해지면 사랑이란 글자가 자랑으로 보일 수도 있다.

프로듀서 작가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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