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쓸모 없던 지하 공간의 쓸모 있는 변신

강정미 기자 2020. 11.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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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던 공간 활용해
거리 미술관·도심 정원·창작센터로
50년간 버려져 있던 유진상가 지하의 공간은 지난 7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빛의 예술길, '홍제유연'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공간에서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 강정미 기자

쓸모없이 방치됐던 도심의 지하 공간도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1970년 홍제천 위에 세워진 유진상가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최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였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할 시기라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해 대전차 방호 목적으로 만든 건물이기도 하다. 홍제천이 흐르는 유진상가 지하 공간은 지난 50년간 방치돼 있었다. 이 공간은 지난 7월 홍제유연이라는 빛의 예술길로 변신했다. 막혀 있던 유진상가 지하 250m 구간에 설치 미술과 조명 예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의 작품을 설치해 누구나 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 따라 빛과 소리, 색,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을 만나는 기분이 색다르다. 홍제유연이 생기면서 홍제천 산책로(11㎞)도 완전히 이어져 함께 걸어볼 만하다.

서울 종각역 태양의 정원은 비어 잇는 지하보도를 활용한 도심 속 정원이다. 지상의 태양광을 지하로 전달하는 자연채광 제어기술을 써서 초록 식물 가득한 정원을 만들었다. /강정미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북측 지하 보도에는 초록 식물 가득한 정원이 들어섰다.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2층)으로 이어지는 지하 보도에 지난해 12월 문을 연 종각역 태양의 정원. 특별한 쓰임 없이 빈 공간, 스쳐가는 통로로 여겨지던 지하 보도에 유자나무, 금귤나무, 레몬 나무 등 식물 37종을 심었다. 도심 지하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건 지상의 햇빛을 고밀도로 모아 전달하는 자연 채광 제어 기술 덕이다. 지상에 설치된 집광부 장치가 고밀도로 모은 태양광을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지하까지 전달한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자동으로 LED 조명으로 전환된다. 도심 지하에서 잠시나마 자연 그대로 햇빛을 느끼며 식물 속에서 쉴 수 있는 휴식처다.

한동안 방치돼 있던 서울 노원구 인덕 지하보도가 청소년을 위한 문화 창작 공간 '미트업센터'로 변신했다. /노원구청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서울 노원구 월계2동 우체국 옆 인덕 지하 보도는 청소년을 위한 문화 창작 공간 미트업센터로 재탄생했다. 지난 13일 문을 연 미트업센터는 지하 공간의 특성을 살려 ‘밑에서 만나 성장하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연면적 612㎡ 미트업센터에는 청소년들이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실, 밴드 연습실, 댄스실, 미니 극장이 들어섰다. 외모에 관심 많은 청소년을 위한 파우더룸, 즉석 사진 촬영 기기, 코인 노래방과 다양한 만화책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도 갖췄다. 청소년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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