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가을 다 가기 전에 걷기 좋은 길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0. 11.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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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제주 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충북 단양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전남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인천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천황산 단풍과 억새.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을은 짧게 오고 간다. 찬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어느새 계절은 늦가을이다. 더 늦기 전에 청명한 가을 하늘을 오래 가슴에 담으려 천천히 걸어본다. 인적이 드문 숲길도 좋고 억새와 갈대가 드넓게 펼쳐진 길이라면 기억에 남는 가을여행을 만들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

가을 산을 뒤덮은 은빛 물결. 바람에 몸을 맡기며 춤추는 억새의 군락들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가을 풍경이다. 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은 이름대로 요즘 억새가 장관이다. 이곳은 천황산,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가지산, 운문산, 고헌산, 문복산 등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들이 모여 능선의 물결을 이뤘다. 늦가을이면 8~9부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로 가득 찬다.
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사자평 억새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특히 두 눈으로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우리나라 최대 억새 군락지가 바로 영남알프스 사자평원이다. 하늘, 억새, 바람, 단풍, 운무의 테마로 구성된 하늘 억새길은 1구간 억새 바람길에서 시작해 2구간 단조 성터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4구간 단풍 사색길, 5구간 달오름길까지 29.7㎞가량 이어진다. 수려한 풍광 덕분에 사계절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지만 울긋불긋 단풍과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춤사위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이 으뜸이다. 죽전마을∼향로봉삼거리∼사자평∼재약산∼천황재∼천황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급경사 구간이 많고 계단길이 다소 험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올라야 한다.
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

겨울에도 포근한 제주는 그만큼 가을을 오래 즐길 수 있다. 제주에는 사려니숲길, 절물자연휴양림, 비자림, 화순곶자왈, 보롬왓 등 태고의 신비 가득한 숲들이 많다. 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도 그중 한 곳이지만 아직은 덜 알려져 여유롭게 걸으며 가을을 즐기기 좋다. 머체왓은 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밭을 뜻하는 제주 방언. 드넓은 초원과 삼나무·편백나무가 울창한 원시림, 그리고 서중천 계곡까지 어우러져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손때 묻지 않은 제주의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곶자왈처럼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엉켜 있는 머체왓숲길은 방문객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돌담쉼터∼느쟁이왓다리∼방애흑∼야생화길∼머체왓전망대∼산림욕숲길∼머체왓집터∼목장길∼서중천숲터널∼오리튼물∼참꽃나무숲길로 이어지며 6.7㎞에 달한다. 마지막 구간의 서중천 습지에서부터는 왼편에 서중천을 끼고 내려오게 된다.
단양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단양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

소백산자락길은 지금 늦가을 정취가 가득해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시작해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자락길은 모두 11개 코스로 이뤄졌는데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이 완연한 가을의 절경을 뽐낸다. 보발재(고드너머재)에서 시작해 방터∼소백산 화전민촌∼온달산성∼최가동∼온달관광지∼영춘면사무소로 이어지는 길은 약 13.8㎞로 4시간가량 걸린다.

비순환형 코스로 단양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인근 다누리센터 앞 정류장에서 보발리행 버스를 타면 출발지에 내려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관광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굽이굽이 단풍길’이 바로 온달평강로맨스길 출발지인 보발재. 길 중반부에서는 화전민촌이 있는 방터를 만난다. 불을 놓아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던 화전민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길 후반부는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촬영지이기도 한 온달관광지에서는 온달과 평강이 살았던 시대의 의복을 입어보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영춘마을은 작지만 남한강 줄기와 소백산의 절경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천천히 쉬면서 가자.
영광 불갑사길 불갑테마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

불갑사에서 출발해 불갑사 관광단지∼내산서원∼불갑저수지 수변공원∼영광불갑테마공원을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불갑사길은 15㎞로 5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불갑사를 포함해 코스 전체가 대부분 평지라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불갑천을 따라 걷다 공원 벤치에 앉아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고 목가적인 시골풍경 덕분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백제 침류왕 원년인 서기 384년에 창건한 불갑사는 인도 간다라 지방 출신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지은 사찰. 매년 여름과 가을에 활짝 피는 꽃무릇 군락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여행자들이 다시 찾는다. 내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의병장으로도 활약했던 강항을 배향한 서원이다. 불갑저수지수변공원 이후로는 인도가 없지만 불갑천 옆 임도를 따라 걸을 수 있다.
강화나들길 서해황금들녘길 칠면초 군락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바다, 들판, 산을 모두 눈에 담으며 걷는 강화 서해황금들녘길은 출발지점인 창후여객터미널 뒤편 길에서 만나는 붉게 물든 칠면초와 억새들이 가을 낭만을 선사한다. 길은 계룡돈대∼용두레마을∼덕산산림욕장∼외포여객터미널로 이어지며 13.5㎞다. 해안선 방어를 위해 만든 망월돈대와 계룡돈대에 오르면 펼쳐지는 풍광이 그림 같다. 덕산산림욕장은 초입의 가파른 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걷기 무난해 천천히 가을을 만끽하기 좋다. 강화도 외포항에서는 신선한 바다의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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