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우슈 국가대표 지낸 김영민씨 '염소아빠'된 사연

공정식 기자,남승렬 기자 2020. 11.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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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서두르는 것 금물,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라"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46)씨가 아기염소 '군수'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경북 의성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46)씨는 염소와 함께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뉴스1) 공정식 기자,남승렬 기자 = 귀농 6년차 김영민씨(46)의 일과는 오전 6시 생후 1개월된 아기염소 젖 먹이는 일로 시작된다.

어미젖을 먹으며 자라야 할 아기염소에게 어미가 없어서다.

한달 전 초산이었던 어미가 탈장해 새끼를 낳고 죽어 젖병에 어미젖을 대신할 대용유를 만들어 2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리고 있다.

오후 9시 마지막 젖을 먹고서야 아기염소는 잠이 든다.

걸출한 실력으로 우슈(武術·중국 전통무술)계를 호령하던 그가 이제는 '염소아빠'로 불리고 있다.

"도심을 떠나 시골에 가기만 하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어 귀농을 결심했다"는 '웅비농장(뿔난염소식당)' 대표 김영민씨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를 배워 우슈계를 평정했던 그는 1993~1996년 우슈 국가대표로 선발돼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했다.

1999년부터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많은 제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제자 육성과 체육관 경영, 대회 출전, 우슈협회 내분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쌓인 스트레스가 그의 발길을 푸른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으로 이끌었다.

"스트레스가 심한 체육계에서 일하면서 일부러 조금씩 시간을 내 산이나 계곡 등 자연을 찾으며 지친 심신을 달랬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한적한 농촌에서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었어요."

경북 의성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46)씨.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014년 경북 의성군에 안착한 김 대표는 현재 봉양면에서 염소를 키우는 웅비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가 귀농을 결심하면서 처음부터 염소농장 운영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마을 뒷산 꼭대기 부근에 터를 잡은 농장은 원래 과수원이었다.

그는 의성을 대표하는 마늘과 자두를 재배해 볼 생각이었으나, 여러 작목을 알아보던 중 염소가 눈에 띄었다.

지인 소개로 육용 염소인 보어(boor)종 사육농장을 견학한 뒤 염소농장 운영으로 마음을 굳혔다.

김 대표는 "염소는 1년에 두번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아 육용 출하와 분양을 하면 농장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 염소와 관련된 축산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염소 12마리로 시작한 웅비농장에는 현재 100마리가 넘는 규모로 식구가 불어나 김 대표의 하루 일과도 아침 일찍부터 사육장 청소, 염소 먹이주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하지만 예전 도시생활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다고 한다.

가슴 탁 트이는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무엇보다 이리저리 치이는 세상사의 '쉼표'와 같은 삶을 직접 살아가고 있어서다.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46)씨는 염소요리 전문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염소요리 전문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씨와 부인 성정미씨.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김 대표는 귀농 초창기 염소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농장과 함께 염소요리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사육 마릿수는 늘어났지만 판로가 여의치 않아 고민 끝에 염소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음식 솜씨 좋은 아내의 동의를 얻어 농장에서 가까운 의성읍에 염소요리 전문식당인 '뿔난염소식당'을 열었다.

염소요리 전문식당을 운영하며 김 대표는 정성스럽게 키운 염소를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염소요리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2018년 3월부터 아내와 함께 식당을 열어 전골, 구이, 수육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입소문이 나 이제는 단골손님도 제법 생겼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귀농을 서두르는 것은 금물입니다.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시작하면 변수가 생기고 낯설고 모르는 것이 생겨요"며 "자신의 분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법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요."

그는 귀농 전 대구 근교의 돈사를 빌려 1000만원을 투자해 염소 12마리를 사육했다. 그러면서 체육관 일과 염소에 대한 공부를 2년간 계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녹록하지 않았다. 사전 지식이 부족해 염소 사육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염소 2마리가 폐사했다.

그는 "염소 폐사 후 금전적 손실을 경험하니 덜컥 겁이 났어요.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불안하고 초초한 마음으로 염소를 살폈죠. 귀농 후에는 염소 사육 붐이 일어나 출하량이 많아져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말 못할 이중고까지 치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염소 사육과 판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도시생활에 지쳐 치유의 삶을 꿈꾸고 시골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을 생각하면 절대 안됩니다. 막상 실행하면 실망과 괴리감을 느낄 수 있어요.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고 구체적이고 꼼꼼한 계획과 꾸준한 노력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염소요리 전문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귀농 6년차 '염소아빠' 김영민씨와 부인 성정미씨. 식용 염소의 여러 부위로 다양한 요리가 만들어진다. 2020.10.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염소 음식점 개업 후 2년간 힘든 시간을 겪었던 그는 "염소 고기가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 덕분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길 수 있었다"며 "예년보다 매출이 올라 재난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앞으로 염소 사육 안정화를 토대로 식당을 잘 운영해 사육과 판로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힘쓰겠다"며 "새로운 맛과 메뉴 개발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jsg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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