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홍보송만 앞세우는 고용부

김연주 기자 2020. 11.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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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全) 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최근 가수 엄정화가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개했다. 엄정화는 히트곡 ‘페스티벌’에 맞춰 흥겹게 손뼉을 치며 “다 함께 웃는 거야 스마일, 전 국민 고용보험 써니 데이즈”를 반복한다.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전국민 고용보험 뮤직비디오 제작에 가수 엄정화가 출연하여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홍보하고있다./고용노동부

영상 아래에는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직업훈련 등 어마어마한 지원이 있다”는 홍보 글을 달고, 응원 댓글을 남기면 아이스크림 케이크 쿠폰을 주는 ‘이벤트’도 하고 있다. 이 홍보 영상은 고용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고용부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포장만 할 뿐 기존 가입자인 일반 근로자들이 성실히 내왔던 보험기금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부정 수급이나 도덕적 해이를 막을 방법이 뭔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무슨 돈으로 할지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고용부는 지난 7월에 현재 1300만명인 고용보험 가입자를 2025년까지 5년 만에 27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군인, 공무원 등을 빼면 사실상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다. 그때도 정부는 재정 추계는 발표하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등 250만명에 이르는 특수 형태 근로자(특고) 노동자들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겠다면서도 재정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최근 고용부가 국회에 특고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을 위해 입법안을 제출하면서 첨부한 비용 추계 결과가 뒤늦게 드러났다. 그걸 보면 첫 1~2년간은 특고 노동자의 보험료가 적립되지만, 이후에는 실업급여 등 지출이 급속히 늘어나 이르면 2년 늦어도 4년 뒤에는 지출이 더 많아진다. 이 추세면 임금 근로자들이 애써 모아놓은 보험료가 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 경기 침체와 올해 코로나 사태로 3년 전 10조원에 달했던 고용보험 기금이 이미 바닥났다. 앞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하게 되면 기금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재정 문제가 아니라도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선 일반 근로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일반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해고당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택배 기사나 골프장 캐디 같은 특고 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하거나 그만두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득이 줄었다는 것만 증명해도 실업급여를 받는다. 소득 파악 자체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부정 수급이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방지책 역시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다 함께 웃는 거야 스마일”이라는 노래가 아니라, 또박또박 설명 한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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