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홀릭下]'동네빵집' 모시니 구독률 10배..백화점에 부는 '구독 열풍'

최동현 기자 2020. 11. 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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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모시자 매출·집객 '껑충'..신세계百 '팔도 유랑단' 꾸렸다
2030세대 "꽃·그림도 구독할래요"..오프라인 '구독경제' 더 커진다

[편집자주]코로나19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오프라인 시장에 '구독경제' 열풍이 불고 있다. 제과점, 카페, 아이스크림 전문점, 편의점까지 구독 서비스를 내놓으며 '단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반전 카드'로 선택한 구독경제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짚어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10일 경기도 광명시의 한 빵집으로 자동차가 줄지어 들어갔다. 평일 낮에도 가게 안은 빵을 고르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100평 남짓한 주자장은 만석 표지가 걸린 지 오래다. 광명시에서 손꼽히는 유명 베이커리 '명장시대'다.

명장시대는 제11대 대한민국 제과명장 박준서 셰프가 운영하는 제과점이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에 빵집을 세웠지만 1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무렵에도 전국 빵순이·빵돌이가 성지 순례를 올 정도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1년 가까이 신음하고 있지만 '동네 빵집'은 비웃기라도 하듯 쏟아지는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한 번 입소문을 타면 모객(募客)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백화점들이 앞다퉈 이름난 동네빵집을 모셔가는 이유다.

경기도 광명시 밤일마을 베이커리 '명장시대'를 찾은 고객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식품관 매출 20% 디저트서 나온다… '빵 구독자' 1000%↑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3일 서울 명동 본점에 '나폴레옹과자점' 직영점을 개점한다. 신세계백화점 매장은 나폴레옹과자점의 10번째 지점이다.

나폴레옹과자점은 리치몬드과자점, 김영모과자점과 함께 '서울 3대 빵집'으로 불리는 유명 제과점이다. 1968년 서울 성북구에 본점을 차린 뒤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제과점 중 유일하게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50년 넘게 이어온 '장인정신'도 자랑거리다. 나폴레옹과자점은 방부제와 인공색소를 넣지 않은 신선한 재료로 당일 빵을 굽는 전통을 고집한다. 덕분에 '제과제빵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영모과자점의 김영모 셰프도 나폴레옹과자점 출신이다. 리치몬드과자점 역시 나폴레옹과자점에서 독립한 매장으로 시작했다.

나폴레옹과자점의 대표 메뉴는 사라다빵, 구로칸토슈니탱, 벌꿀빵, 통팥빵, 크림빵, 초콜릿빵, 크로아상크런치 등이다. 가장 유명한 '홀케이크'는 5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신세계백화점은 나폴레옹과자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동네빵집 사랑'은 유별나다. 백화점 디저트 바이어 팀은 전국 방방곡곡 뒤지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통에 내부에서는 '신세계 팔도 유랑단'이란 별명이 붙었다.

신세계가 동네빵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유명 동네빵집이 불러들이는 '모객 효과'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흥용과자점, 오뗄두스, 빅토리아베이커리, 리암스케이커리 4개 제과점을 유치한 이후 식품전문관 총 매출의 20%를 디저트 부문에서 일으키고 있다.

모객은 '구독'으로 이어진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선보였던 '빵 구독경제 서비스' 구독자 수는 11월 현재 1000% 껑충 뛰었다. 유명 제과점 이름을 걸고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하면 매출과 집객수가 단숨에 폭증할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동네빵집을 유치하면 백화점 매출과 집객이 동시에 증가한다"며 "빵집 때문에 백화점을 다시 찾는 고객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톡톡하다. SPC그룹은 지난 7월 파리바게뜨 직영점에서 '빵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결과, 전체 구독자 중 신규 고객이 30%를 차지했다. 파리바게뜨는 시범 운영 3개월 만에 빵 구독 서비스를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뉴스1

◇"꽃·그림도 구독할래요"…오프라인 구독경제 더 커진다 백화점 업계는 '구독경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의 입맛을 당기는 아이템을 '구독 서비스'로 선보이면 매출과 충성고객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구독경제 이용률과 영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반가운 청신호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펴낸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소비자의 29.9%가 정기배송(구독 서비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소비자는 24.1%, 5060세대 소비자는 21.7%가 하나 이상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구독경제의 영역은 식료품을 넘어 과일, 화장품, 꽃, 그림까지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신한은행이 '정기배송 서비스 신규 이용 의향 제품'을 설문한 결과 식료품, 생필품, 유제품, 음료, 커피, 주류, 화장품, 세면용품 등 8가지 카테고리에 대한 이용 의향이 20%를 넘겼다. 2030세대 소비자의 17.6%는 꽃이나 그림, 취미 용품 관련 구독 서비스도 기꺼이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개인의 생활패턴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이용 니즈(욕구)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영역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정기배송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 식품전문관 반찬을 매주 집으로 가져다주는 구독경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프리미엄 반찬을 정상 판매가보다 최대 30% 싸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어 호응이 뜨겁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9월 꽃과 화분, 제철 과일을 연말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구독권을 판매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 명절을 맞아 한우·청과로 구성된 '명절 선물세트 구독권'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수요는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수요 그 자체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의 생활 반경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전에 없던 욕구와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구독 경제의 핵심은 소비자를 충성고객으로 포섭하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에 있다"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구독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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