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중고 골프용품 시장

이용 2020. 11. 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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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중화와 골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중고 골프용품 거래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의 중고 거래 시장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골퍼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장비를 찾게 된다. 하지만 골프 장비는 타 스포츠용품에 비해 가격도 높고 종류도 많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골퍼는 비싼 신제품이 과연 자신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에 빠진 많은 골퍼의 발걸음이 중고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에서 시작된 골프 대중화로 인해 골프에 입문한 인구가 크게 늘면서 중고 골프 장비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고 매물이 거래되는 곳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다. 보통 하루에 100건이 넘는 골프 장비가 등록되고 있다. 과거에는 ‘스포츠’ 카테고리 중 골프 항목 하나에 모든 장비가 구분 없이 등록됐지만, 넘쳐나는 매물 탓에 카페 측은 아예 골프 전용 카테고리를 따로 개설했을 정도다. 고가 품목 특성상 중고나라가 구매자의 입금을 확인해 판매자에게 전달해주는 ‘안전거래’ 카테고리도 개설됐다. 물건 가격이 고정돼 있는 안전거래는 에누리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등록된 물품은 길어야 나흘 안에 판매가 완료된다. 중고나라 카페 매니저는 “과거에는 드라이버와 로스트볼이 많이 등록됐는데 현재는 아이언, 웨지 등 클럽과 거리측정기, 골프웨어 등 골프 장비의 거래가 늘어나 종류별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했다. 현재는 드라이버 거래가 가장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골프존이 운영하는 온라인 마켓 골핑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품목은 로스트볼이다. ‘중고’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인기 카테고리 중 상당 부분이 로스트볼로 도배돼 있다. 골프존 관계자는 “아직 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아 매출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로스트볼을 필두로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 중이다. 향후 중고나라처럼 개인 간 거래도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패션사업부스포츠팀 김수인 바이어는 “골프 대중화에 따라 골프 장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중고 시장의 발전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아마 몇 년 안에 모든 상품 판매 회사가 중고 골프 장비 판매에 대해 고려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AK골프는 중고나라 등 기존 중고 전문 마켓이 워낙 강세라 현재 중고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년 리퍼 클럽 및 시타 클럽 등 정상가로 판매하기 곤란한 제품을 30~70% 할인 가격으로 팔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유명 브랜드 드라이버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완판된다고.

AK골프 문준혁 부장은 “품질이 우수한 매물이라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소비자가 많다. 드라이버는 교체 주기가 빠른 편이지만, 가격 또한 만만치 않으므로 경제적인 시타 클럽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더욱 커진 중고 골프 시장

문 부장은 젊은 골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신체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중고 골프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골프가 아직 대중화되기 전에는 골프장 외의 장소에서는 클럽을 사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이 대중화됐고, 집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연습장을 방문할 수 있어 클럽의 교체 주기가 이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라운드 자체를 운동으로 여겼던 기성세대 골퍼와는 달리 젊은 골퍼는 골프를 더욱 잘 치기 위해 평소 헬스 등 근력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 골퍼 중에서도 파워히터와 장타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프로 선수의 드라이버 교체 주기는 1년으로, 그와 엇비슷한 수준을 가진 아마추어 골퍼가 늘어나면 앞으로 클럽 평균 교체 주기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문 부장은 “클럽이 워낙 빨리 망가지다 보니 젊은 골퍼는 클럽을 소모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 비싼 신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차라리 값싼 중고 클럽을 여러 개 구매해 바꾸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비로소 투명한 시장 가격 제시

현재 중고나라에 등록된 중고 골프 장비의 가격은 똑같은 제품이라도 가격 차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캘러웨이 에픽 플래시의 경우 하루 간격으로 올라온 제품이 15만 원 이상 차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제품이지만 판매자가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 건지 알 수 없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부분이다.김 바이어는 “자동차와 전자기기의 경우 이용자도 많고 상품 정보가 보편화돼 있어 소비자는 해당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을 내리기 용이하다. 하지만 아무리 골프가 대중화됐어도 아직까지는 골프 장비에 대한 기본 상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바이어는 골프 중고 시장이 투명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까지는 앞으로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성세대 골퍼는 아직 골프를 럭셔리 스포츠라고 생각해 장비 가격이 비싼 것 자체를 매력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골프 대중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비를 구입하려는 젊은 골퍼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소비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래 물품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추게 된다. 이들이 골프 시장을 선도하는 중심 세대가 됐을 때, 특정 매물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활발한 공유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중고 장비 전문 매장 증가

김 바이어는 “일본과 미국의 경우 길거리에서도 중고 클럽 전문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일본의 중고 골프 장비 전문 업체의 경우 중고차 시장처럼 매물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골프 문외한이 갑자기 골프를 배우고자 마음을 먹고 장비를 구입하러 들어가도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에 진출한 오프라인 중고 골프 장비 전문 매장 골프파트너는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A급부터 C급까지 차례대로 등급을 매긴다. 골프 장비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초보 골퍼도 등급을 통해 장비의 품질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 1999년 개업한 골프파트너는 창업 3년 만에 체인점 매출 100억엔을 달성하며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2018년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매장이 4개뿐이었지만 현재는 서울 3개, 경기 3개 등 총 6개 매장이 오픈한 상태로 꾸준히 사업을 확장 중이다. 골프파트너 일본 본사는 “한국 중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도 매장을 추가로 더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클럽 구매의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시타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개장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바이셀골프는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면 타구 분석기 플라이트스코프를 이용한 무료 스윙 분석이 가능하다. 그 후 원하는 조건과 가격대에 맞게 신품, 중고 골프채, 피팅까지 추천해준다. 또한 다양한 중고 샤프트도 마련돼 있고, 자신이 쓰던 클럽의 샤프트도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민수 바이셀골프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클럽은 꼭 시타를 해 봐야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이들을 위한 스윙 분석존과 맞춤 피팅 서비스로 매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골프포위민 이용 기자(red72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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