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에서 부평으로..인천 아파트의 중심축이 움직인다

유병훈 기자 2020. 11.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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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남서(南西)에서 북동(北東)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수도권 인근으로 분산되기 시작하면서 인천을 한동안 호령했던 연수구 대신 상대적으로 서울과 가깝고 가격은 더 낮았던 부평구가 더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송도 베르디움 에듀시티 제공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의 8개 자치구 아파트 월간 매매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0.54%를 기록한 부평구였다. 부평구의 독주(獨走)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8월 0.67%, 9월 0.71%로 같은 기간 인천 평균 상승률 0.21%, 0.24%보다 크게 높았다.

시계를 올해 초까지 조금 더 되돌려보면 인천의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송도 신도시를 품고 있는 연수구였다. 연수구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 타이틀을 지켰다. 2월 상승률 1.02%에 이어 3월에는 3.78%까지 치솟았고, 4월에도 2.20% 올랐다. 5~7월에도 1%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연수구의 상승률은 8월 0.13%까지 떨어졌고, 9월 0.22%, 10월 0.08%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연수구와 부평구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서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트렌드와 부합하는 곳이 부평구이고, 그렇지 못한 곳이 송도로 대표되는 연수구라고 본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모두 급등해 서울 주거를 포기한 중·저가 수요가 서울과의 접근성이 양호한 서울 외곽으로 몰리고 있다. 인천에서 이에 해당하는 곳은 부평구다. 반대로 인천 내에서 그동안 가격이 많이 상승했지만, 서울과의 통근이 어려운 곳이 연수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부평구의 가격이 저평가된 측면이 있는 데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내년 4월 부평구까지 연장되면 서울과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면서 "부평구 중에서도 삼산동·산곡동·부개동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가파르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인천에서 서울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이 부평구"라며 "연수구는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가 많고 교육 여건이 양호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서울 출·퇴근 수요까지 흡수하기에는 입지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3㎡당 매매가격은 연수구가 1729만 5300원으로 부평구(1353만원)보다 여전히 많이 비싸다. 때문에 연수구는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선 40%, 9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된다. 반면 부평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투기과열지구에 비해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50%, 9억원 초과의 경우 30%가 적용된다.

윤 수석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merit)"라며 "상대적으로 값이 싼 데다 인근 계양구·부천 대장지구에 대규모 개발 호재가 예고된 것도 부평구의 전망이 당분간 밝은 요인"이라고 했다.

중·저가 수요가 몰리자 역대 최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산곡동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75.89㎡는 지난달 28일 4억1000만원에 거래돼 기존최고가(3억1000만원)에서 1억원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날 산곡동 한신휴 84.90㎡도 기존최고가보다 7900만원 오른 3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부평동 LH 2단지 59.98㎡도 지난달 16일 3억675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차익 목적의 투자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랩장은 "인천 지역의 주택공급예정량은 △올해 1만5479호 △2021년 1만6443호 △2022년 3만호 가량 △2023년 2만4000호가량으로 내후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아파트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차익 목적보다는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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