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통과 후 3개월, 갱신청구권 무력화 고민하는 집주인들

연지연 기자 2020. 11.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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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5% 상한제 등을 포함한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석달이 지났는데도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이 법이 안착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일부 임대인은 임대차 3법을 회피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경제적인 보상을 받을 방안을 찾는 등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기만 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건물들의 모습. /연합뉴스

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 임대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반면 일부 임차인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임차인에게 이사비를 포함한 위로금을 지급했다면서 이를 더 받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전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갈등이 더 첨예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택을 가까운 친인척에게 증여하고 실거주 의사를 밝힌 후, 증여 취소 제도를 활용해서 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입자 만기가 끝나기 6개월 전에 친인척에게 증여 신고를 마무리한 뒤, 수증자(증여받은 사람)가 세입자에게 실거주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새로운 집을 구하면 수증자는 ‘증여 취소’를 신청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은 증여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로, 이 기간에는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는 전세가격이 날로 급등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세입자가 하루 빨리 전세집을 구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가능하다. 실거주 의사 통보는 만기 6개월이고, 증여 취소는 3개월 안에 해야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만기 직전까지 이사할 곳을 찾지 않을 경우에는 본래 집주인에게 소유권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사무소 서담의 최은미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실제로 증여를 하거나 받을 의사 없이 증여를 한 것은 통정허위표시로 해석되어 민법에 따라 소급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애초에 증여 의사가 없었는지, 아니면 증여 후 변심한 건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월세 개념을 대안으로 쓰겠다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전세 시세가 6억원 정도인 집을 보증금 5억원, 선월세 5000만원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2년 후 보증금에 선월세로 책정한 5000만원을 돌려준다.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보증금 5억원만 내주고 선월세 5000만원은 돌려주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은 일종의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가 된다고 입법되어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원만히 합의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될 경우, 법원이 선월세 개념의 위 약정을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으로 판단할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대인들의 고민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현직 변호사가 갱신청구권을 합법적으로 거절하는 방법에 대한 유료 강의가 예고되고, 임차인에게 보내는 내용증명 양식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의 도입으로 전·월세 가격 산정을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인위적으로 억누르면서 반발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임대인들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매도계약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계약 갱신을 고민하고 있다. 빈집으로 두거나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어야 실거주를 원하는 예비 매수자에게 매도하기 쉽고 시세를 더 받을 수 있다.

전세가 급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금을 올리지 못해 재산상의 손해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도 계약갱신청구권 무력화를 고민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서울 고덕동의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세는 2019년 12월 입주시기에 4억원 수준에서 결정됐는데, 이달 26일엔 6억4000만원~7억2000만원에 계약됐다. 현재 호가는 9억원이다. 불과 1년도 안됐는데 최대 2배가 된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막혀 돈을 융통할 방법이 없거나 세금 이슈가 있는 경우엔 어떻게든 시세만큼 올려받고 싶어한다"면서 "전셋값이 갑자기 지나치게 올랐다"고 했다.

세입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몇 억원씩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집주인의 상황을 배려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라도 거주 안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위자료를 요구하거나, 위자료를 받더라도 최대한 많이 받아야 많이 올라버린 전세 보증금 융통에 보탤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이나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해서는 상황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의 장단기 효과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졸속으로 법을 만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전세가격지수를 근간으로 봤을 때 임대차 법이 통과된 7월 말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3.9%였는데, 법안 통과 후 3개월이 되지 않은 10월 12일 기준으로 4.1% 올랐다. 임대차법 통과 이전 1년간 상승한 것보다 이후 몇 달간 서울 전셋값이 더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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