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중매사이트 달군 60대 인기남의 '나쁜 사랑'

박기범 기자,원태성 기자 2020. 1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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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늦사랑이 찾아왔다.

상대는 설비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조모씨(65). 결혼중매사이트를 통해 둘은 인연을 맺었다.

상대는 또 조모씨.

그러나 조씨는 설비회사 대표도, 주식회사 대표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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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에 1억 빚' 숨기고 기업대표로 위장, 1년간 여성 2명 교제
툭하면 "돈 좀" 8000만원 편취하고도 피해자들 선처 덕 '집유'
© News1 DB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원태성 기자 = A씨에게 늦사랑이 찾아왔다. 상대는 설비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조모씨(65). 결혼중매사이트를 통해 둘은 인연을 맺었다.

한창 교제하던 2018년 5월, 경기 양주시 A씨의 집. 조씨가 첫 번째 다급한 요구를 한다. 그는 "양주시에 집을 짓고 있는데 직원 월급을 주고 허가를 받느라 돈을 다 써서 급하다"며 "140만원을 빌려주면 4~5일만 사용하고 갚겠다"고 했다.

A씨는 연인을 위해 돈을 건넸다. '사업가' 조씨의 금전 요구는 계속됐다. A씨는 그때마다 조씨 주머니를 채워 줬다. 그렇게 3개월여간 준 돈은 2740만원이 됐다.

B씨도 늦사랑을 했다. 상대는 또 조모씨. 역시 결혼중매사이트가 인연을 맺어 줬다.

조씨는 B씨에게 직원 80명을 둔 '주식회사 대표'라고 소개했다. 경기 양주에 약 8595㎡(약 2600평) 규모의 토지와 서울 강북구에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씨의 수상한 요구는 또 연인의 집에서 이뤄졌다. 명절을 앞둔 지난해 1월29일 서울 노원구 B씨의 집. 조씨는 "명절에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줘야 해서 총 3억6000만원의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현금이 돌지 않아 직원들 줄 임금이 부족하다"며 "1000만원만 빌려주면 이자를 쳐서 한달여 뒤인 3월18일 변제하겠다"고 했다.

그날을 포함해 총 9차례 금전 요구가 이어졌다. 조씨는 그때마다 '주택을 15억원에 매도하기로 했다' '작업장에서 공사대금이 들어오니 충분히 변제할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B씨는 연인에게 5424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조씨는 설비회사 대표도, 주식회사 대표도 아니었다. 대규모 토지와 고가의 주택도 없었다. 특별한 수입도 없고 9400만원 채무만 있었다.

늦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그가 두 여성과 교제 기간 동안 편취한 금액만 8000만원이 넘는다. 조씨는 이런 범죄를 이전에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진상범)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로 인한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 인적 친밀관계를 이용한 범행이고, 피해액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해의 일부 회복이 이루어졌고,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조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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