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으로 '빈집세' 도입?.. 정부 못믿으니 반복되는 괴담

유한빛 기자 2020. 11.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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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을 고심 중이라는 소식에 온라인 부동산카페 등을 중심으로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캐나다 등처럼 빈집에 과태료를 물릴 것이란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앞서 중국인이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집중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두세 달 간격으로 쏟아진 부동산 대책에 질린 수요자들의 공포심이 만든 여러 장면 중 하나라는 진단이 나온다.

2020년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 전경 /고운호 기자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가열된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을 고심하는 가운데, 집을 빈 채로 놀리면 과태료를 물리는 ‘빈집세(Vacancy Tax)’를 도입할 것이란 소문이 부동산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홍콩, 미국 등 주거 문제와 임대료 문제가 큰 해외 일부 도시에서 이미 도입했거나 검토 중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시는 빈집을 임대용으로 전환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주택 가치의 1%에 해당하는 빈집세를 도입했다.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공동주택 등 현지법상 주거용 건물(Class 1 Residential)에 해당하면 해마다 점유 상태를 점검하고 연 단위로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홍콩은 지난 2019년 빈집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을 겨냥한 제도가 아니다. 부동산개발업체가 신축 주택을 준공한 이후 12개월 중 6개월 이상 임대하지 않으면 주택 평가 가치의 5% 정도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다만 해당 주택을 일정 기간 이상 직원 숙소 등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과태료가 면제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는 시의 주택 공실률을 6~7%로 추산하고, 지난 7월 빈집세(Empty Homes Tax)를 도입하는 법안을 준비했다. 집을 비워두면 비용을 물게 해 임대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을 늘린다는 구상이었지만, 주택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 더 문제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LA 시의회는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2022년으로 미뤘다.

빈집세의 원조는 17세기 영국 잉글랜드 정부가 유주택자를 겨냥해 도입한 과세 제도인 창문세(Window Tax)다. 당시 영국 잉글랜드 정부는 창문이 일정 개수 이상인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임대인들이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신축 주택에는 창문이 줄면서 채광과 환기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을 낳은 끝에 폐지됐다.

빈집세 도입설에 대해 정부는 "검토한 바가 전혀 없고, 낭설 수준이 아닌 괴설"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창의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낡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들이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빈집을 매입하거나 관리해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빈집 케어플러스’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시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거주하지 않고 비워둔 집을 신혼부부 등 청년층에 저렴한 값으로 빌려주는 제도도 마련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수도권 변두리 지역에 있거나 낡아서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빈집이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 수도권 아파트를 비워둔 것만으로 과세하기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불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국인들이 한강변 고가 아파트를 사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체적인 단지까지 지목되기도 했다. 매매 거래 가격이 28억9998만원, 32억4998만원 등 ‘98’로 끝나는 거래는 중국인의 거래라는 내용이었는데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대책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 중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억측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이든 급격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생기는만큼, 새로운 정책은 일부 지역에 시험적으로 도입해 부작용을 점검한 다음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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