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가보니

이준기 2020. 11. 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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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충전기로 전기차 충전해요".. 그린에너지 기술개발 전진기지
화석연료 기반 충전방식 탈피
친환경성 증대·전력계통 안정화
이동형 장비로 현장 성능 관리
작업자 오류 등 사고 사전 예방
지난달 29일 제주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서 '하이브리드형 분산전원 전기차 충전 시스템'에 대한 시연이 진행됐.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기를 결합해 외부 전원 공급 없이 전기차를 친환경 방식으로 충전하고 있다. 이준기기자
지난달 29일 제주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내에서 진행된 '30㎾급 이동형 현장 성능시험평가설비'. 분산전원 시스템을 현장에 출동시켜 성능과 상태를 시험할 수 있다. 이준기기자

지난달 29일 제주공항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30분 가량 자동차로 이동하자, 육지와 바다에 설치된 커다란 풍력발전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의 섬, 제주' 답지 않게 다소 바람이 약하게 불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풍력발전기의 날개(브레이드)는 평소와 다름 없이 힘차게 돌고 있었다.

이내 도착한 곳은 제주 구좌읍 해맞이해안로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이 곳은 미래 청정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육·해상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실증을 담당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풍력연구부터 해양융복합, 전력시스템 등 세 가지 분야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태양광-ESS-전기충전기'를 하나로…'분산형 전원'으로 전기차 충전= 이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서는 차세대 전력계통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산형 전원'을 실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8면의 주차장 공간에 주차된 4대의 전기자동차가 전기충전기(EVC)에 의해 충전 중이었다.

전기차 주차장 위로는 태양광(PV)이 설치돼 있었고, 주자창 옆에는 태양광이 생산하는 전력을 저장하는 컨테이너 박스 크기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곳에 있는 전기차는 외부전원 공급 없이 '태양광(PV)'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나오는 전기를 통해 충전된다. 기존 전기차 충전기와 신재생에너지(태양광)를 결합해 전기차를 친환경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분산전원 전기차 충전시스템'이다.

김대진 에너지기술연 선임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태양광과 ESS, 전기차 충전기를 통합한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며 "머신러닝 기반의 전기차 충전량 제어와 실시간 양방향 ESS 제어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스템의 전압 안정화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에 충전되는 전력을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주로 얻고 있는 기존 방식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높임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전력부하 및 발전량 불안정성을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전기차 충전시스템은 태양광의 경우, 낮·밤과 날씨 등의 영향으로 전압이 불안정할 수 있는데, 이를 ESS를 통해 안정화하는 등 일종의 '전력 댐'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전기차 충전시스템의 전압이 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수학적 모델 기반을 활용해 정격전압의 ±6% 이내로 안정적인 전압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에너지 자립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발전량과 전기차 충전패턴을 분석해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재난 시 분산전원 기반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연동해 긴급충전소로 활용할 수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 및 친환경단지, 스마트시티 등에도 보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병기 에너지기술연 선임연구원(전력시스템연구팀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전기차 충전수요를 담당하는 인프라 기술로 널리 쓰일 것"이라며 "전력망 구축이 미비한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충전시스템 거점을 확보하는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출동해 전기차 배터리 등 성능·시험 'OK'= 센터에서는 전기차 충전시스템과 같은 분산전원 설비의 성능과 상태를 시험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차량에 구현한 '이동형 장비'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장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형태가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뀜에 따라 분산형 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개발됐다. 분산전원설비의 성능을 시험·평가할 수 있는 장비를 현장에 출동시켜, ESS를 포함한 분산전원시스템을 주기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30㎾급 이동형 현장 성능시험평가설비'다.

1.5톤 트럭을 개조해 분산전원 시스템이 설치된 현장 상황을 모사할 수 있는 시험평가 설비와 배터리 랙과 전력변환장치 등과 같은 개별장치에 대한 성능과 상태를 시험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고희상 에너지기술연 선임연구원은 "이 장비는 전기차와 전기버스의 폐배터리 뿐만 아니라, ESS, 풍력발전시스템, 전력변환장치 등 다양한 분산전원시스템을 대상으로 작업자 오류나 다양한 설치 환경에 따른 문제점, 설치 전·후 성능 및 안정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 분산전원시스템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따라, 에너지 손실과 송배전 설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 전력공급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스마트그리드협회 단체표준의 시험평가서를 토대로 부하나 배전망, 신재생에너지, 계통을 모사할 수 있는 주요 장치를 구축했고, 이를 현장에서 시험평가할 수 있는 설비로 개발했다. 이들 설비는 분산전원시스템의 순간전압 시험을 비롯해 단독운전방지 시스템, 저전압 극복시험, 용량시험 등 7가지 시험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내년부터는 전기버스 배터리 재상용을 위한 ESS까지 검증할 수 있는 '100㎾급 이동형 현장 성능시험평가 설비' 개발을 목표로 제주테크노파크와 협력할 계획이다.

서용석 제주글로벌연구센터장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정책에 따라 분산전원 기반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그린뉴딜과 수소경제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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