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예술로 승화시킨 사랑과 영혼, 뮤지컬 '고스트'
‘고스트’는 종합무대예술로서 뮤지컬이 가진 가능성의 한 경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이 작품 무대 변화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주인공 커플 집과 직장, 카페, 응급실, 지하철 플랫폼, 할렘 거리, 카페, 월스트리트, 경찰서 등 다채로운 뉴욕 풍경이 쉬지 않고 무대에 등장한다. 제작사에 문의하니 총 22곳이 등장하는데 이를 위해 1막에 22번, 2막에서 17번씩 무려 39번에 걸쳐 무대가 바뀐다. 덕분에 ‘친구 배신으로 죽은 주인공 영혼이 지상에 남아 연인을 지키고 복수한다’는 원작 영화 ‘사랑과 영혼(1990년 작)’ 감성은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진다.
영화를 무대에 옮기기 위한 ‘고스트’의 응축된 무대·조명 역량은 대단하다. 무대 준비에만 2개월여 걸렸을 정도다. 핵심은 30㎝ 크기 전광판(LED) 7000여개가 장착된 트러스 구조물과 트러스 속 가변형 세트. LED를 통해 자유자재로 배경화면을 만들어내고 여러 구조물이 움직이거나 접히고 이동하면서 또 다른 장면을 만들거나 자연스러운 특수 효과를 연출한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워킹트랙까지 설치돼 마치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영화속 보행장면을 보는 느낌까지 준다.
LED활용을 극대화한 작품으로는 올초 선보였던 뮤지컬 ‘영웅본색’도 대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입체적 무대를 구현한다는 점에선 ‘고스트’가 훨씬 앞선 수준이다. 일부러 입자가 성긴 LED를 투명막처럼 활용해 그 사이로 실제 세트가 비치도록 한다거나 곳곳에 숨겨진 9대의 빔프로젝터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영상 등으로 끊임없이 관객을 무대에 집중시키면서 배우를 배경에 묻지 않고 도드라지게 살려낸다. 이번 공연에서 기기 오류로 두차례나 무대가 중단되는 몸살을 겪은 것도 워낙 무대가 정교한 탓일테다.
흥행 성공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건 쉬운 선택 같지만 위험이 적지 않은 도전이다. 스크린에서 관객이 이미 경험한 감동과 재미를 무대위에서 그저 재현하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영화와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무대만의 매력을 보여줘야한다. 우리나라에선 ‘사랑과 영혼’으로 소개된 동명 원작 영화는 1990년 세계 흥행 1위작. 제작비 2000만달러짜리 소박한 영화가 5억달러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둔 건 단순하지만 강력한 순애보의 힘, 그리고 영매를 통해 영혼과 소통한다는 특이한 소재 덕분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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