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의 아내' 박래현..그는 위대한 화가였다
한국화·판화·태피스트리 등
여러 장르 넘나들며 연결
시대를 앞서간 화업 재조명
80년대 "민족 의식 없다" 비판
지금은 "현대적이고 감각적" 찬사
요즘 미술계는 '화가 박래현(1920~1976)의 재발견'으로 떠들썩하다. '바보 산수'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의 아내로만 기억했던 사람들이 반성과 감탄을 거듭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 '박래현, 삼중통역자'(내년 1월 3일까지)를 감상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하루 500~600명이 전시장을 다녀가고, 유튜브 해설 전시 투어 조회수도 4만회를 넘겼다. 1985년 호암갤러리 10주기 전시만 해도 남편 김기창 화백의 관점이 개입됐지만, 부부가 세상을 떠난 지금 제3자인 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재조명한 박래현은 '시대를 앞서간 화가'였다. 1980년대에는 '민족·역사 의식, 한국적 미감이 부족한 작가'라는 혹평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통과 세계 미술을 접목했으며 현대적이고 감각적 작가'라는 호평을 받는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야 화단의 찬사를 받고 있는 박래현이 저 세상에서 이 전시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의 소회를 상상하면서 이번 전시작들을 풀어봤다.
전람회 수상 후 훤칠한 스타 작가인 남편을 만났고, 제가 먼저 편지와 굴비 한두름을 보내고 청혼을 했답니다. 친정 어머니가 청각장애가 있는 남편을 극구 반대했지만, 화가와 결혼하면 화가로 살 것 같아서 1947년 혼례를 올렸지요. 하지만 결혼 후 집안일에 치여 붓을 들 시간이 나지 않더군요. 결국 잠을 거의 안 자거나 우는 아이를 업은 채 독하게 그림을 그렸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저는 한국화에만 머물지 싶지 않았어요. 물감과 아교의 번짐 효과로 부엉이 깃털을 표현한 '달밤' 등을 그리며 다양한 채색 기법과 안료들을 실험했죠. 1960년대에는 처음으로 미국,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추상화에 눈을 떴습니다. 외국 박물관에서 본 황금빛 유물과 전통 가면을 재해석해 구불거리는 황색 띠로 가득찬 한국화를 시도했죠. 1963년 한지에 물감을 흘리고 뒤섞고 흩뿌리는 기법을 시도한 '잊혀진 역사 중에서', 1966~1967년 먹의 번짐으로 고대문명의 생명력을 표현한 '영광' 등이 그 과정에 있는 작품이에요.
1974년 귀국 후 판화와 한국화를 결합하는 시도를 했지만 간암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년 후 눈을 감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제 건강과 열정을 바친 작품들(전시작 138점)의 가치를 알아주는 후대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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