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력 이끈 5년, 195國이 움직였다" "나카쓰 갯벌과 21년, 즐기며 지켜냈다"

김효인 기자 2020. 10. 29.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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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韓·日국제환경상] 한·일 환경지킴이 영광의 수상자들

올해 26회를 맞은 한일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 이회성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과 갯벌 환경 보전을 위해 해변 정화 활동, 환경 교육 등을 실천해 온 일본의 NPO(Non Profit Organization·비영리 민간단체) ‘물가에서 노는 모임’이 선정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 측 본선 심사에서는 김명자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 6명이 참석해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수상자를 결정했다.

“기후협력 이끈 5년, 195國이 움직였다”

[한국] 이회성 IPCC 의장

지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상승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응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이 내용을 승인했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묶는데 각국이 적극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계기가 됐다.

서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사무실에서 기후변화 문제 연구와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회성 IPCC 의장의 모습. /이진한 기자

이런 국제적인 협력을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회성 IPCC 의장은 올해로 5년째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공동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PCC 의장은 최장 7년의 재임기간 동안 IPCC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모아 4~5년마다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만드는 자리다.

이 의장은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외 출장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세계 각국 정상들과 소통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 의장은 “전에는 해외 출장이 잦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유럽·미국·아시아 각국의 시간에 맞춰 일해야 하니 오히려 더 잠이 부족해졌다”며 “각국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장은 경제와 기후변화 전문가로 1992년부터 IPCC에서 공동의장, 부의장 등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015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제6대 의장 선거에서 산업 부문과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공약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2차 결선투표 끝에 당선됐다. IPCC 의장 선거에는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가한다.

이 의장은 “당시 다른 후보들은 더 과학적인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나는 ‘과학적인 분석 증거는 충분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실천’이라고 주장했다”며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과학적인 근거만 내세우고 강조한다고 해결 방안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데 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했다. IPCC는 회원국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평가하거나 관여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의장은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합의해서 만들어내는 IPCC 보고서가 신뢰를 쌓을수록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성 “기후문제 해결없는 21세기 상상 못해”

제26회 한일국제환경상 심사위원회와 조선일보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번 수상은 기후변화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분의 노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 또 IPCC 회원 195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기후 대책 없이는 우리가 희망하는 21세기 문화와 문명도 없다는 것이 2015년 파리협약 이후 분명해졌습니다. IPCC는 파리협약의 당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해양 및 빙권(氷圈) 온난화 등 특별보고서 3건은 즉각적 기후 행동의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기후 행동이 21세기의 본질을 정의한다고 확신합니다. 기후문제 해결 없는 21세기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환경과 경제, 과학 기술 발전 등은 기후 대책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창의성과 형평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기후 행동이 지구촌 모두에게 회자되고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지구적 공동 노력에 큰 기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나카쓰 갯벌과 21년, 즐기며 지켜냈다”

[일본] NPO ‘물가에서 노는 모임’

“투구게를 찾았다!”

가을 날씨가 맑았던 10월 초, 일본 오이타(大分)현 나카쓰(中津)시의 나카쓰 갯벌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이날 나카쓰 갯벌에서는 시립 북부초등학교 4학년 학생 90여 명이 자연 관찰 활동을 했다. 교실 수업 후 갯벌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알아보는 수업이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투구게는 일본 환경성이 지정한 멸종 위기Ⅰ급이다. 이날 학생들은 막 태어난 새끼 여섯 마리를 발견했다. 구로즈 한나(豆はんな·9) 학생은 “꼬리 끝을 세우고 있어 밑을 파보니, 삽에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이 발견한 에토 류토(衛藤斗·10)군은 “(투구게가) 넓은 갯벌에서 바다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신기해했다. 안내를 맡은 NPO법인 ‘물가에서 노는 모임’의 사무국 직원인 야마모리 다쿠미(山守巧·51)씨는 “나카쓰 갯벌에 있는 생물 800종 중 약 3분의 1은 희귀종”이라며 “대단히 풍부한 자연 자원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물가에서 노는 모임’의 환경 교육 활동에 참여해 나카쓰 갯벌에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는 시립 북부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모습. /물가에서 노는 모임

‘물가에서 노는 모임’은 1999년 나카쓰시 나카쓰항의 간석지 매립 논의를 계기로 활동을 시작한 환경단체다. 나카쓰 갯벌은 약 10㎞이며, 면적은 약 1347ha이다. 지금은 ‘나카쓰 갯벌’로 불리지만 이 단체가 만들어진 1999년에는 이름도 없는 ‘눈앞의 바다’였다. 지난 14일 병으로 숨진 아시카가 유키코(足利由紀子) 이사장의 저서에 따르면 1999년 나카쓰 간석지에서 멸종 위기종인 투구게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의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단체가 만들어졌다. 단체는 당시 시의 갯벌 정비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주민들에게 갯벌을 학습이나 어업 구역으로 보존할 것을 제안했다. 단체의 노력으로 간석지 매립과 동시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호안(護岸) 시설은 물가에서부터 내륙부로 내려가 하구 습지를 살리는 형태로 2005년 완성됐다.

이후 단체는 ‘많은 사람에게 이 바다의 훌륭함을 알게 하자’라는 뜻으로 자연 관찰 모임이나 해안 청소, 생물 조사·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이름이 없었던 활동지 바닷가도 시민들이 찾기 쉽도록 ‘나카쓰 갯벌’이라 명명했다. 2005년부터는 어업 체험 학습을, 2014년부터는 소나무숲 재생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연구 거점 박물관 ‘히가타라보(ひがたらぼ)’를 열었다.

현재 회원은 200여 명. 야마모리씨는 “발표 직전에 이사장이 돌아가셔서 유감입니다만, 이념을 계승해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해 가고 싶다”고 했다.

야마모리 국장 “바다가 주는 감동, 우리 원동력”

나카쓰 갯벌 보전 활동은 1999년 여름 ‘작은 말굽게’와의 만남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발밑에 펼쳐지는 자연 속에서 열심히 생존을 이어가는 작은 생명과 만나는 감동이 활동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올해로 21년째, 우리 활동의 원동력은 지금도 변함없이 바다가 주는 큰 감동입니다.

저희 단체는 ‘생물 건강, 아이도 건강, 어부도 건강한 나카쓰 갯벌을 100년 후에도…’라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희귀 자연 생태계를 지키면서 차세대를 짊어질 어린이들과 즐기고 배우면서, 지역의 생업과 문화를 미래로 이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나카쓰 갯벌의 풍부한 생물과 우리의 활동을 지원해 주시는 회원들, 지역민들과 함께 이번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갯벌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측 심사위원]

김명자(金明子) 심사위원장, 서울국제포럼 회장, 전 환경부 장관

문길주(文吉周)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재천(崔在天)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전 국립생태원 원장

황진택(黃鎭澤) 제주대학교 교수,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이병욱(李炳旭) 세종대학교 교수, 전 환경부 차관

홍준호(洪準浩) 조선일보 발행인

[일본 측 심사위원]

고마쓰 히로시(小松浩) 심사위원장, 마이니치신문 주필

하라 쓰요시(原剛)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마이니치신문 객원 편집위원

이마이 미치코(今井通子) 전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의사, 등산가

가토 사부로(加藤三郞) 환경문명 21 고문

오쿠보 나오다케(大久保尙武) 일본경단련자연보호협의회 회장

구라바야시 마사토(倉林眞砂斗) 조사이 국제대학 학장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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