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왕고객님, LP명반·시계도 보세요
28일 오전 서울 한남동의 고급 주거 단지 상가에 있는 한정판 운동화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 ‘엑스엑스블루’ 매장. 이곳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들이 한정판 운동화를 거래할 때, 실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엑스엑스블루는 예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업체다.

이날 매장 쇼윈도 앞에선 20대 젊은이들이 수백만원대 희귀 운동화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장에 운동화만 있는 게 아니다. 팝 아티스트인 카우스(KAWS)의 피규어, 무라카미 다카시의 꽃 쿠션,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등도 함께 전시·판매 중이었다. 흡사 작은 미술관·박물관 같은 풍경이다. 엑스엑스블루 관계자는 “운동화로 시작했지만, 올해부터는 명품 의류, 시계, 미술품까지 리셀 영역을 넓혔다”며 “나이가 들면서 구매력이 커진 운동화 마니아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통로로 ‘스니커스(sneakers·운동화)’를 활용하고 있다. 한정판 운동화를 매개로 MZ(밀레니얼+Z) 세대를 생활용품, 명품 패션, 미술품 등 고급 소비 영역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운동화로 ‘MZ세대 지갑’ 연다
신세계의 운동화 편집 매장 ‘케이스스터디’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pop up·임시) 매장을 열고, 한 달 간 ‘한정판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차이나타운 마켓’과 함께 티셔츠와 침구 세트, 접시 세트 등을 출시했다. 케이스스터디는 2017년 서울 청담동에 있는 명품 편집숍 ‘분더샵’의 한구석에서 시작했다. 희귀한 한정판 운동화가 많다는 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MZ 세대의 놀이터가 됐다. 운동화를 보러 왔다가, 같이 판매 중인 옷들을 걸쳐 입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분더샵 김덕주 상무는 “이전 분더샵의 주 고객은 40대 이상이었는데, 운동화 제품을 판매한 후 연령층이 낮아졌다”며 “MZ 세대의 구매 품목도 운동화·옷에서 홈 인테리어, 가구,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는 지난여름 운동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출시하고, 운동화 관련 스타트업 ‘스택하우스’에 전략 투자를 했다. 2017년부터 운동화 마니아들을 위한 오프라인 축제와 다양한 한정판 판매 행사를 해온 스택하우스와 운동화 콘텐츠를 개발할 방침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솔드아웃에서 발행한 운동화 콘텐츠를 본 고객이 4500만원짜리 ‘나이키 에어 조던 1 OG 시카고’ 운동화를 구입하기도 했다”며 “명품 브랜드 디올과 협업한 나이키 운동화는 2000만원에 거래될 만큼 시장이 뜨겁다”고 말했다.

◇명품 전문관에도 운동화 매장
MZ 세대 사이에 운동화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쯤부터다. 운동화 전문 유튜브를 운영 중인 ‘와디’(본명 고영대)는 “운동화 제조 기술과 역사, 이미지를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나이키·아디다스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후, 다른 운동화 브랜드까지 유행이 확산됐다”며 “5년 전부터는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젊은 층에서 운동화 열풍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은 운동화 마니아 공략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소공동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6층에 국내 최대 규모 나이키 매장을 개장했다. 1124㎡(약 340평) 크기로 국내 백화점 단일 브랜드 매장 중에서도 가장 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나이키 고객이 샤넬이나 루이비통, 디올에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신발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온라인보다 강점을 지니는 대표적 상품으로 분류된다. 나이키 국내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들도 자체 운동화 개발에 한창이다. 발렌시아가의 운동화 스피드 러너와 트리플S, 구찌의 라이톤 등은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히트 상품으로 손꼽힌다. 디올은 나이키, 프라다는 아디다스와 손잡고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식 사이트서 게임 하나 깔았을 뿐인데”…수년 뒤 회사·정부 기밀까지 털릴 수 있다
- 신작 늦어진 넷마블, 3분기 영업이익 44.6% 감소
- 복수국적자 기초연금 급증… 내년 4월부터 ‘5년 거주’ 요건
- 이진숙 이어 김태규도… 민주당, 두 달여 만에 또 제명 촉구안 통과
- 가상자산 과세 2년 늦춘다... 2029년 시행 때 ‘손실 이월공제’ 도입
- 국힘, 조작기소 특검법에 장외 투쟁 돌입...경복궁 집회·靑 현장 의총
- 美상원 마지막 2석 안갯속… 미시시피·알래스카 초접전
- “트럼프는 푸틴에 유화적이어도, 러시아와의 전쟁 중심에는 CIA 국장 있다”
- 부산, ‘최고의 미식 관광 목적지’에 선정
- 조작기소특검법 본회의 상정... 국힘 “사상 최악의 악법, 기필코 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