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 이야기85]가을 산이 여는 축제, 파주 감악산 둘레길과 출렁다리

2020. 10. 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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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하늘을 뚫고 날아가는 봉황새

고려 중기에 활동했던 탁월한 문장가 임춘(林椿)은 파주 적성면 감악산을 “감청색 봉황새가 날개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듯이 힘차고 아름다운 산”이라고 노래했다. 임춘이 쓴 감악산((紺岳山) 시(詩)는 그야말로 빼어난 절창(絶唱)이다. 옛 문헌과 1990년대 발간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을 보면 임춘은 고려 인종 때 정중부를 필두로 한 무인 정권이 득세하자 강좌칠현(江左七賢)과 함께 감악산으로 몸을 숨겨 은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옛 선비들은 자신의 철학과 괴리된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권세를 잡으면 뜻이 맞는 벗들과 속세를 떠나 글로써 지조와 절개를 지켰다. 임춘 역시 그러했다. 처지가 같은 문인들과 대쪽같은 결기를 지키기 위해 죽림고회(竹林高會)를 결성 감악산 기슭으로 몸을 피해 임진강 풍류를 노래하고 감악산의 위용을 시로 남겼다.

조물주는 어린애처럼 장난을 좋아해(造物小兒眞如弄)
모래 모아 수천 개 산봉우리 만들었네(博沙戱作千峯象)
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몇 고을을 깔고 앉았는지(玆山首尾羌數州)
그 모습 하늘 뚫고 나는 봉황새 같구나(天外廻翔如舞凰)
.. 라고 쓴 임춘의 시 감악산((紺岳山)을 읊조려 보면 감악산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후대가 감탄하는 명시(名詩)를 남긴 임춘의 호(號)는 서하(西河), 아마도 서해로 흘러든 임진강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임춘은 탁월한 문장력을 지녔고 두보(杜甫)와 이백(李白) 등이 남긴 당시(唐詩)에 뛰어난 식견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춘의 저서로는 <서하 선생집>이라는 시문집이 남아 있고 대표적 작품으로는 시 <감악산>이 회자된다. 또 '국순전', '공방전' 등이 전해지는데 술을 의인화한 국순전은 가전체 소설로 고등학교 고전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시인이 노래한 <감악산>은 지금 파주시 문화자산으로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며 코로나19 피로감이 누적된 우리 국민에게 더할 나위 없이 복되고 좋은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감악산 출렁다리 왜 대세인가?

천하절경 명승지를 품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가 요즘 언택트 여행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수도권 어디에서나 한나절, 혹은 반나절 일정으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덧붙이자면 어디를 가나 멋진 자연이 반기니 참새 방앗간 찾듯 파주시를 거르지 않는다. 고즈넉하게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명소도 많고 또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체험장도 많은 파주에서 가장 핫한 곳은 감악산 출렁다리가 아닐까 싶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지상에서부터 약 45m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길이는 약 150m로 꽤나 긴 편이다. 그러다 보니 출렁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흔들려 아찔한 스릴이 느껴진다. 2016년 9월에 개통한 감악산 출렁다리는 개통 당시부터 전국 지자체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감악산 출렁다리 덕분에 파주시에 활기가 돌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자 감악산 출렁다리를 벤치마킹한 곳이 여럿 생겨났지만 출렁다리 하면 여전히 감악산 출렁다리를 맨 먼저 떠올린다.

감악산 출렁다리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등산을 잘하는 베테랑들은 감악산 둘레길을 전부 돌아볼 수 있는 5시간 내외의 코스를 이용해서 감악산 출렁다리를 거쳐 간다. 반면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가족 단위 초보 등산객, 연인들은 감악산 출렁다리를 목표로 직행한다. 감악산 출렁다리가 목적지일 경우 내비게이션에서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 <경기 파주시 적성면 설마천로 273>으로 검색하고 찾아오면 된다. 감악산 주차장에서 출렁다리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걸어서 약 10분 남짓, 이러니 감악산 출렁다리가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

전국 출렁다리 최초로 실시한 안전 검사

최종환 파주시장을 필두로 파주시청, 파주 공공기관 모두가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파주시의 발전과 변화를 보면 파주시 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감악산 출렁다리에서도 변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파주시는 감악산 출렁다리 개통 4주년을 맞아 감악산 출렁다리 안전 검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했다. 이번에 실시한 출렁다리 안전 검사는 기존의 육안 검사와는 달리 전국 출렁다리 최초로 케이블 비파괴 검사와 재하시험을 적용해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교량과 구조공학의 석학들로 구성된 한국 교량 및 구조공학회가 정밀 검사 장비를 이용해 안전성 여부를 진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는데, 파주시는 안전성 평가 결과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주시 관계자는 “감악산 출렁다리의 누적 방문객 200만 명을 앞두고 이번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게 됐다”며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일상점검을 위한 유지관리지침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가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감악산 출렁다리 안전 검사를 실시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런 노력들이 응집되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이 되는구나 감동이 밀려온다.

감악산 둘레길과 출렁다리 산린이 맞춤 산행 코스

올 해 유난히도 초보 등산인을 일컫는 ‘산린이’와 ‘산린이 패션’이란 말이 포털 사이트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산린이는 주로 2030대 초보 등산인들로 여성을 표현한다. 산린이 패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등산복에 레깅스를 더한 차림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우울과 피로가 겹겹이 쌓여 가면서 산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2030대 여성들이 그 반열에 오르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 이전만 해도 젊은 여성들이 등산을 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부 등산 매니아를 빼고는 말이다. 그런데 올가을엔 산에 오르는 산린이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산린이들의 맞춤 산행 코스로 감악산이 인기다. 인스타그램 속에서 ‘#감악산출렁다리’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감악산의 빼어난 경치와 편의성 덕분에 등산 초보자에게 인기다.

감악산 주차장에서 잘 정비된 나무 데크를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감악산 출렁다리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쉬엄쉬엄 올라가다가 중간중간 쉼터에서 바라보면 파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관광객들을 안전을 위해 등산로 중간에 비상벨도 설치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감악산은 지금 가을 단풍으로 한껏 물들어 가고 있다. 감악산 출렁다리 너머의 범륜사와 운계 전망대 등산로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감악산 출렁다리 입장료는 무료이며 이용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감악산 힐링 파크 놀라운 변신

최근 감악산 힐링 파크가 새롭게 변신했다. 힐링 파크에서 운계폭포까지 약 1Km 구간에 야간경관 조명이 신비롭다. 이 경관 덕분에 감악산은 ‘신비의 숲’이란 이름을 하나 더 얻게 되었다. 파주시가 감악산 힐링 파크 야간조명 경관 조성을 한 이유는 다른 지역 관광명소와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관광객 재유치가 이뤄지고, 답보 상태에 있었던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최근 아름다운 감악산의 밤, 신비의 숲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파주를 찾는다. 감악산 야간개장은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이뤄졌고, 야간개장 전날 점등식이 있었다. 12일 파주시 적성면 소재 감악산 힐링파크에서 ‘감악산 신비의 숲’ 야간경관조명 점등식을 개최했는데 이날 최종환 파주시장은 “감악산 야간개장으로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감악산 야간경관조명은 ‘전설의 빛’을 주제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접목했다. 감악산 힐링파크에서 운계폭포까지 약 1km 구간에 신비의 숲, 달빛 풍류, 금빛 출렁다리, 힐링의 숲, 전설의 비룡폭포 등 5가지 빛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운계폭포 암벽을 이용한 3D 라이팅 쇼로 밤이 아름다운 감악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는데 감악산 야간경관조명은 하절기(4월~10월)에는 오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후 6시에서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참고로 관람료는 5000원이며 관람권 구매 시 적성면 할인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권(2000원)을 지급한다. 가맹점 현황은 파주시 홈페이지(새 소식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악산을 ‘하늘을 뚫고 날아오르는 봉황새의 날개짓’으로 표현한 고려 시대 임춘시인이 오늘 밤 감악산 신비의 숲을 내려다본다면 과연 어떤 시 구절이 나올까 참 궁금하다.

가을 단풍은 감악산에서 즐겨야 제맛

9월 26일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들었다. 대한민국 가을은 설악산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작된다. 첫 단풍이 들었다는 말은 산 면적의 20%가 붉게 물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국립수목원은 설악산 단풍이 10월 17일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 했고, 26일엔 전북 내장산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단풍이 절정을 이뤘다는 건 산의 80%가 단풍에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단풍이 설악산에서 남하는 속도는 하루 20∼25㎞ 정도다. 시속 830m 속도로 남하한단풍은 지금 감악산에 도착했다. 지금이야말로 감악산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시간, 잠깐 방심하면 단풍 절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파주 감악산, 개성 송악산, 과천 관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을 경기 오악(五岳)이라고 부른다. 경기도 대표적인 5개 산 중에서도 파주 감악산은 유난히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박진수 시인은 감악산을

장군봉 지나 임꺽정 봉은 산세보다는 기개
하늘을 찌르는 듯 솟구친 그 옛날 우렁찬 역사가
오늘도 살아서 숨 쉬는 감악산

앞 서 간 님들은 구름이 감춘 듯하고
법륜사 십이지신상 마주 보고도 중생은 깨닫지 못하여
약숫물 한 사발로 회한에 젖는데
출렁다리 건너갈 때 무섭다고 흔들리던 여심(女心)은
감악산 정기 받아 무심하게 지나가고
호언장담 남심(男心은 간 곳이 없네 .. 라고 읊었다.

이 가을 파주 감악산 둘레길과 출렁다리, 야간 힐링파크를 거닐면 우리도 모두 시인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지친 마음과 피로를 감악산에 내려놓고 힘찬 에너지를 받는 것도 삶의 지혜라 생각된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중문화 평론가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유튜브채널 국민안내양TV 기획제작
유튜브채널 팔도축제TV 기획제작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MBC .UBC.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문화체육관광부 ‘문화의 달’ 자문위원
(現)파주시 축제자문위원장 (문화경제분야)

[사진 제공 =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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