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문학 박사 1호’...’어부사시사’ 英譯한 케빈 오록 신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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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성골룸반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로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인 1964년 한국에 파견된 오록 신부는 한국 시와 시조의 매력에 빠져 국문학 공부를 시작했고, 1977년부터 경희대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1982년에는 연세대에서 '1920년대 한국 시가 끼친 영향'을 주제로 '외국인 1호'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록 신부는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88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고전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일을 시작해, 신라부터 20세기까지 한국 시 전통을 전반적으로 소개한다는 커다란 계획을 세웠고 이번 수상작은 그 계획의 마지막 결과물"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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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미국서 번역해 ‘주목’시와 시조, 가사 2000수 가까이 영어로 번역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한국 문학 번역에 바쳐온 ‘푸른 눈의 한국 문학 전도사’ 케빈 오록(Kevin O’Rourke) 신부(전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가 23일 선종했다. 향년 80세.
아일랜드 성골룸반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로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인 1964년 한국에 파견된 오록 신부는 한국 시와 시조의 매력에 빠져 국문학 공부를 시작했고, 1977년부터 경희대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1982년에는 연세대에서 '1920년대 한국 시가 끼친 영향'을 주제로 '외국인 1호'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미국 등에서 번역 출간해 주목을 끌었다. 1980년에 펴낸 그의 한국시 모음집은 영국 런던의 '시회(Poetry Society)'가 주는 최우수 번역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서정주·조병화 시선집, 시조선집, '김삿갓 시선집'까지 그의 손을 거쳐 번역 출간된 책만 20여 권. 시와 시조, 가사는 정철의 가사와 윤선도의 연시조 '어부사시사' 등 영역한 작품이 2000수에 이른다. 우리말 이름 '오록(吳鹿)'은 경희대 문리대 학장을 지낸 조병화 시인(1921~2003)이 생전에 지어줬다.
2017년에는 조선 시대 시를 옮긴 ‘더 북 오브 코리안 포에트리: 조선왕조’로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얼과 문학성을 살린 가독성 높은 번역이자 40여년간 한국문학 번역에 매진한 해외 연구자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오록 신부는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88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고전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일을 시작해, 신라부터 20세기까지 한국 시 전통을 전반적으로 소개한다는 커다란 계획을 세웠고 이번 수상작은 그 계획의 마지막 결과물"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2009년 한글날엔 한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0년에는 한국과 아일랜드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온 공을 인정받아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오록도서관’을 헌정받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7호실), 발인은 26일 오전 5시45분이다. 장례미사는 같은 날 오후 5시에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성골룸반외방선교회 서울 본부에서 열린다. 02-2030-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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