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 전세시장 왜이래'..홍남기 "뾰족한 단기 대책 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기대책은 어렵고, 공급은 '먼 시점' 후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2일 기준 191.1
홍 부총리도 '전세난' 겪어..온라인서 회자
이곳저곳서 '전세난 가중'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난 문제를 놓고서 “작은 대책이든 큰 대책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혼란이 짙은 부동산 시장에 추가로 대책을 내놓을 뜻을 시사한 것이다.
전세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수도권 부동산 임대시장은 최근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은 커져나가는 모습. 세입자들의 불만이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자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던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임대시장 문제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세는 ‘내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보금자리 마련 방책이다. 부동산 매매보다도 더욱 서민경제와 관계가 높고, 자연스레 민심과도 직결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세대책은 논의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들의 불만은 점차 가중된다. 최근 가수 나훈아가 발표한 신곡 테스형(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혼란스런 세상’을 토로하는 내용)을 통해서 임대차시장을 비판하는 온라인 여론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하면서도, ‘강력한 대책’과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출석해서 표준임대료와 신규계약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질문에 ”검토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표준임대료는 국가나 지자체가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에서 이뤄지는 주택 임대계약의 가격을 결정해주는 정책, 신규계약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에만 들어있던 기존 임대차계약 5%상한제를 신규계약에까지 확장해서 적용토록 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집주인이 이전 세입자와 1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고, 2년뒤 다른 세입자와 다시 전세계약을 맞는다해도 전세금을 1억500만원선에서 밖에 올릴 수 없다.
이들 정책들은 묶여서 통칭 ‘가격제한조치’로 불린다. 여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도입이 추진돼 왔던 바 있지만, 홍 부총리는 이들의 ‘당장 도입’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신 홍 부총리는 ‘공급’을 시사헸다.
홍 부총리는 “과거 10년동안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는데, 뾰족한 단기대책이 벌로 없었다”면서 “전세시장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을 아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들은 현재 상당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향후 전세시장의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3기 신도시나 역세권 임대주택 공급 등이 검토되지만 실제 주택이 공급되는건 5년 이상 먼미래의 일이다. 3기신도시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선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하는 만큼 되레 임대차 시장에 쏠립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대기 수요가 실입주까지 3~5년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3기 신도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은 거주기간을 채우려는 무주택자들의 쏠림 현상으로 전세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 수요자, 공급자들은 역대급 ‘불장’을 경험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가장 최근)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91.1이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데, 100이면 전세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룬 상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뜻한다.
전세수급동향 통계가 기록된 2003년 7월 1일 이후로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0을 넘어선 적은 이전까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공급 절벽으로 ‘역대급 전세난’이 찾아온 지난 2015년 말엽에도 전세수급지수는 182.5(10월 기준)에 불과(?)했다. 서울·수도권지역은 앞서 전세수급지수 190대를 돌파한 기록이 있지만, 대부분 ‘불장’으로 분류되며 전세난이 심각했던 때였다.
전세 불장은 한군데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관측됐다. 광주는 197.0, 경기도는 196.0, 대구(196.9)와 인천(193.7), 대전(192.0)과 서울(191.9)이 모두 전세수급지수 190을 넘었다.
전세는 ‘씨가 말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동작구 신축인 흑석롯데캐슬에듀포레는 총 545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906가구 대단지인 서대문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도 나와 있는 전세는 2건에 불과했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신고가’도 속출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1억원까지 전세가격이 치솟은 경기 과천시 중앙동 푸르지오써밋(전용 84㎡)이다. 종전 전세 신고가는 10억원이었다.
감정원은 서울 전세 값이 69주째 상승하고 있다고 봤다. 그 외 수도권과 지방도 전세가격이 5년 새 최대폭으로 올랐다.
전세난에 불을 지핀 것은 되레 ‘전세 세입자 보호’를 외치며 등장했던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신고제도)이다. 법적인 규제로 기존세입자에 대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집을 임대해주길 꺼려하고, 또 웃돈을 얹어서 임대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에 따르면 기존 세입자는 자신이 원할 경우 임대차계약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집주인은 본인이나 가족이 그 집에 들어가 살 때에만 세입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서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전 집주인이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대계약을 끼고 집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한민국 주택매매 시장에선 흔했는데, 이 경우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유효해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한 경우에는 새로 집을 구입한 집주인이 그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는 경우가 생겨났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은 별다른 계약서 작성 없이 ‘구두상’으로 통보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갈등도 커졌다.
한편 마포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홍 부총리도 전세난에 휘말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자조섞인 비판들이 이어졌다.
홍 부총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포구 염리동의 84.86㎡ 아파트 전셋집 계약은 내년 1월 만료된다. 현재 집주인은 ‘실거주’ 의사를 밝힌 상황. 홍 부총리는 본인 명의의 ‘의왕시 아파트’가 있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으로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의왕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가 없다. 헌데 의왕 집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매매계약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홍 부총리는 새롭게 전세를 구해야 하지만, 폭등한 전세가격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홍 부총리가 계약할 당시 염리동 전셋 가격은 6억3000만원. 현재 같은 매물은 가격이 최대 9억원에 달한다. 2억7000여만원이 모자른다.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홍 부총리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라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한 누리꾼은 이런 홍 부총리의 사연을 접한 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한 나라의 경제수장인 홍 부총리께서 국격에 걸맞지 않게 마포 전세, 의왕집 매도로 동네 바보형 취급받는 현실에 심한 통탄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된 혼란은 곳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는데 임차인은 전세 자체를 구하지 못해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세입자가 집을 구하지 못하자 임대인은 내쫓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웃돈을 얹어 주는 경우.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목도되는 현 임대차 시장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7월31일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8월과 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는 1만7839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한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갈 집이 없는’ 임차인들이다. 이들은 전세를 구해주는 부동산에 ‘성공보수’를 지급한다고 나섰다. 전세금이 싼 아파트에는 임차인이 모여들며 ‘제비뽑기’를 통해 새 임차인을 구하는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지헌·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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