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데이픽] 어벤져스 안 부러운 '사랑과 영혼'의 무대 마법 外

이태훈 기자 2020. 10.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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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공연 | 뮤지컬 ‘고스트’

“자기, 나 사랑해? 늘 ‘동감이야’라고만 하잖아.”

사랑한다는 말, 할 수 있을 때 할 걸 그랬다.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의 대히트로 주인공 ‘몰리’가 ‘샘’에게 묻던 이 대사는 당대의 유행어였고,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가 흐르며 도자기를 빚는 연인의 모습이 곳곳에 패러디됐다. 부연 설명이 불필요한 이 영화 원작의 라이선스 뮤지컬 ‘고스트’가 7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어벤져스’ 시대에도 라이브 뮤지컬의 특수 효과가 여전히 경이로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건물 외벽을 열고 크레인으로 올려 설치한 무대 장치는 마법의 기계 같다. 열리고 닫히는 LED 패널 700개가 앙상블 배우들의 군무와 어우러져 맨해튼 금융가, 비 내리는 뉴욕 거리 모습을 3D 영상의 입체감으로 무대 위에 꽉꽉 눌러 담는다. 유령은 방금 ‘쾅’ 소리내며 닫힌 문을 ‘슥’ 통과하고, 뉴욕 지하철 유령의 화풀이에 객차 안 승객과 물건이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진다. 죽음을 맞은 악인들이 휙휙 날아 어둠 속으로 끌려갈 때는 ‘착하게 살자’는 마음이 절로 든다.

영화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했던 엉터리 영매 ‘오다메’(최정원·박준면)는 주연 같은 조연이다. 레게 머리에 요란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죽은 샘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되는 순간부터 웃음 행진은 시작된다. 극 막바지 은행에서 검은돈을 인출한 뒤 앙상블 군무와 함께 부르는 노래와 춤은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하지 않다. ‘샘’ 역의 주원·김우형·김진욱, ‘몰리’ 역의 아이비·박지연 등 주역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도 탄탄하다. 내년 3월 14일까지.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 ‘피델리오’

어려서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직업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실전 경험을 쌓은 베토벤은 ‘오페라’라는 장르에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좋은 음악, 빼어난 연주, 눈부신 가창력까지 갖춰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오페라는 상업적 재미도 있어야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세계. 그만큼 오페라를 높게 본 베토벤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오페라를 내놓고 싶어했고, 같은 오페라를 8년에 걸쳐 두 번 개작하며 결국 딱 한 편 남겼다.

국립오페라단은 24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지휘하는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인다. 드로잉아티스트 케보크 무라드가 시작부터 끝까지 작품 전체의 스토리를 드로잉으로 풀어내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전시 | 가브리엘레 바실리코 개인전

로마·밀라노·베네치아·트리에스테·피렌체···. 이탈리아 건축 사진 거장 가브리엘레 바실리코(1944~2013)의 첫 국내 개인전이 서울 수하동 KF갤러리에서 12월 2일까지 열린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촬영한 이탈리아 도시 사진 55점이 전시된다.

스스로 ‘공간 측정자’라 칭했을 만큼, 끊임없이 약동하는 도시 건축의 특별함에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는 수세기에 걸쳐 이탈리아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온 ‘정신’에 대한 제시이면서, 산업화·탈산업화 시대를 관통하는 경제·문화적 변화 양상의 기록이다. KF(한국국제교류재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VR(가상현실) 전시, 작가 인터뷰 영상 등이 공개된다. 무료.

◇영화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직장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1990년대 직장에 적용한 것 같다고 할까. 21일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남녀의 이중적 차별에 시달린 1990년대 대기업 여직원들의 애환을 다뤘다. 분노와 신파의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코미디의 소재로 알뜰살뜰하게 활용한 착상이 빛난다. 고아성·이솜·박혜수 등 젊은 3총사의 연기 앙상블도 나무랄 구석이 없다.

‘직장 내부의 문제’를 파고든 전반부와 ‘외부의 적’이 나타나는 후반부가 빈틈없이 맞물리기보다는 어색하게 겉돈다는 점은 줄곧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장 바깥에 진짜 적이 존재한다면, 안에서 티격태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반전에 대한 집착이 실점으로 이어진 경우라서 더욱 안타깝다.

◇넷플릭스 | 에밀리, 파리에 가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미국 시카고 출신 마케터 에밀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1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단순하다. 프랑스어 한마디 못하는 에밀리가 파리에 살며 겪는 좌충우돌과 그 안에서 만나는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까닭은 배경이 파리라는 것. 마스크 쓰지 않고 자유롭게 파리 거리를 활보하며 ‘팽 오 쇼콜라’를 먹는 에밀리에게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에밀리가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들을 보는 것 또한 이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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