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ㅣ양자산] '산적마을'에서 '절개의 고장'으로

글 박재곤 우촌미디어 대표 사진 이광희 한국산서회 이사 2020. 10. 23. 09: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자산 중턱에 산적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강상면 송학리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양자산의 주능선은 부드럽고 완만하다. 저 착한 산의 한 자락에 ‘산적, 악한들의 소굴’이 있었다.
삼국시대 신라는 제24대 진흥왕을 맞아 전성기를 누리며 한강유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고구려 땅이었던 한강유역을 신라가 점령해 지배자가 되자 고구려 유민들은 양자산의 북쪽 기슭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중의 분지로 피신해 터를 잡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기에 고구려 유민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산적행위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유민들은 화전을 일구고 숯가마를 만들어 숯을 구워 내는 한편, 다랭이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 지역의 주인이 되었다. 이것이 양자산 ‘산중마을’의 시작이자 역사다.
지금의 행정구역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와 신화리, 화양리 일대가 이 고구려 유민들의 본거지로 이들의 영원한 고향이 된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은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키고자 관직을 뒤로하고 은둔하기 위해 모여든 ‘절개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고장이지만,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양평군의 오지에 속했다. 지역 주민들은 양평 읍내 중학교로 가려면 나룻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야만 했다. 양평장보다 더 큰 시장을 보기 위해서는 염티고개를 넘어 먼 길, 퇴촌을 거치고 광주까지 가야 했었다.
이처럼 오지였기에 양자산의 맛집들은 세간에 입소문이 덜 나 있었다. 오로지 인근에서 산행한 산꾼들만이 이들의 진면목을 알고 있었다. 교통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야 이들의 진가를 안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 양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랑방
중독성 甲, 녹두삼계백숙!
식당 이름이 사랑방舍廊房이다. 사랑방은 한국의 전통주택에서 손님을 접대하며, 묵객들이 모여 담소하거나 취미를 즐기던 공간이었다.
강상면 화양리 98번 지방도로변에 있는 ‘사랑방’은 늘 손님들이 붐비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옛 사랑방처럼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수시로 ‘가든 사랑방’에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대표 음식은 녹두삼계백숙이다. 원시희 대표는 “1991년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부터 차려내고 있는 메뉴”라며 “맛에 중독된 단골손님들이 이를 먹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 대표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두 친가족처럼 생각하고 지극정성으로 모신다”며 인기 비결을 밝혔다.
메뉴 녹두삼계백숙 1만4,000원. 전통추어탕 8,000원. 막국수 7,000원.
전화 031-771-9966. 010-5345-3742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강남로 1310
양평 화양리 피순대
하산길 순대국밥에 막걸리 한 잔!
양평 양자산 산중옛길을 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보는 데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산길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었다. 동행들 모두 시장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명품 순대국집’을 표방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고 했다. ‘양평 화양리 피순대’다.
식당은 매우 밝은 분위기에 아주 깔끔했다. 주차공간도 넓고 시원했다. 자리를 잡고 순대국밥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항상 그렇듯 첫 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 지역의 대표막걸리는 ‘지평생막걸리’다. ‘지평’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의 지명이고 막걸리를 생산해 내는 ‘지평주조’는 1925년에 설립한 주조회사다.
이제 순대국밥을 맛본다. 돼지 잡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 밥 한 그릇을 말아 잘 익은 깍두기와 함께 입에 넣는다. 잘 우려낸 사골국물과 돼지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낸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보양식이 필요 없다.
또한 손님들에게 말없이 정성을 다하는 정은희 대표를 보며 ‘다음에도 이 집’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메뉴 순대국밥, 내장국밥 각 7,000원. 섞어국밥 8,000원. 암뽕국밥 9,000원. 모듬순대 (소) 1만 원. (대) 2만 원.
전화 031-775-4433. 010-9266-4996.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강남로 1322

양자산, 마을의 보고寶庫에서 힐링 장소로 변신

사진 *유영진 양평양자산산우회장
양자산은 내 고향의 산이다. 나는 이 산의 북쪽 자락,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자랐다. 이곳에서 얼마동안 공무원 생활도 한 처지라 누구보다 양자산과 이 마을을 잘 아는 사람이라 자부한다. 봄꽃들이 화창하게 피고 있던 지난 봄 월간<山> ‘산따라 맛따라’를 연재 중인 옛 직장의 박재곤 선배와 함께 양자산을 올랐었는데, 최근에 또 한 번 양자산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월간山 양자산 취잿길인 박 선배와 동행해서 내 고향의 산, 양자산을 소상하게 설명해 드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양자산(710.2m)은 한강 이남의 경기도 땅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기에 늘 자랑스러웠다. 내 어린 날의 양자산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은 1973년 4월 1일부터 행정명령으로 한동안 입산이 금지되었다. 내무부 치산녹화10개년계획에 의한 이 명령으로 인해 양자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산은 푸르게 바뀌었다. 그리고 각 가정의 취사문화를 ‘화목火木에서 연탄’으로 변화하게 된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림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
양자산 정상에 선 유영진 회장.
치산녹화 입산금지 이전의 양자산은 양평군 강상면과 강하면, 여주시 산북면 일대의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땔감을 제공하는 값진 보고寶庫였다. 양자산에서 채취한 화목들은 매일 새벽 4시경 지게로 나루터까지 옮겨지고, 다시 나룻배로 강을 건너 양평읍 삼거리 주변 나무시장에서 양평읍내 주민들의 땔감으로 팔렸다. 매년 초가을 처서가 지나면 싸리나무를 베어 와서 바구니와 광주리, 씨앗주머니 등을 만들어 사용했고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결국에는 양자산도 예외 없이 민둥산이 되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산림녹화사업에 힘입어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인 푸른 산으로 회복되었다.
지금은 전국의 모든 산들이 등산의 대상이자 국민건강을 위한 힐링 장소가 되었다. 양자산 역시 큰 변화를 가져와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으로 탈바꿈했다. 정부지원사업으로 양자산 중턱의 산중마을에 1,300년 전 통일신라시대의 산적마을을 재현, 작은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강상면 7개리에서 산중마을로 가는 등산로도 함께 개발했다. 이번 양자산 산행에는 고향의 후배인 윤광선 이천·양평광복회 회장(독립유공자 윤기영尹璣榮 선생의 친손자)과 지역주민 이주은씨, 유종삼씨가 동행했다.
*유영진兪永鎭(77) 회장은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봉직했고, 지금은 보건사회부와 복지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보사동우회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호박골 오리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호박오리구이의 맛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경기도 양평하면 먼저 용문산을 떠올린다. 용문산은 서울과 수도권에 가까이 있는 산으로 한국의 100명산으로도 선정되어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찾는 명산이다. 양평의 다른 산들은 용문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다. 양자산에서는 남한강 건너편, 용문산과 백운봉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치를 볼 수 있다. 양자산을 오르내리는 산행들머리는 여러 갈래이지만,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들머리는 양평군 강상면 강남로 Kobaco광고교육원(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정문이다. 사슬고갯길에서 출발하는 산중등산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이 편하고 볼거리들도 많다. 특히 최근에 조성한 산적마을공원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이 코스의 나들목 Kobaco 정문 맞은편에는 양평의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호박골 오리집’(대표 서영도·이영례)이 성업 중이다. 10년 동안 서울 강남에서 인기 있는 오리고기전문점을 운영하다가 20년 전 지금의 장소로 이전해 도합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다.
오리고기에 호박 맛을 더한 호박오리구이는 이 집의 특선요리다. 대표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8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공간에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매주 화요일은 휴점이다.
메뉴 호박오리구이, 호박도가니구이 각 6만3,000원. 호박오리구이+메밀들깨수제비 세트 6만 8,000원. 훈제정식(2인 이상) 1만2,000원. 물냉면 6,000원. 청국장, 순두부, 돌솥비빔밥, 묵사발 각 7,000원.
전화 031-774-9986. 010-8898-6466
주소 경기 양평군 강상면 강남로 1370
용문사의 가을.

멋따라 가는 산

용문산
용문산龍門山(1,157m)은 경기도 내에서 화악산, 명지산 다음으로 높고 산세가 웅장하다. 고산다운 풍모를 지녀 주변에 유명산·중미산·어비산·봉미산·중원산을 거느리며, 남쪽으로는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흑천, 북쪽으로는 북한강 지류인 홍천강으로 계곡물이 합류한다.

용문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만들어 낸 절경은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 용문산 정상은 이전에 출입금지 지역이었으나 2007년에 개방되어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또한 여름이면 용계골, 조계골, 치마골 등으로 피서객이 찾고, 가을이면 단풍놀이를 오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용문산이 품고 있는 용문산관광지는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1971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곳에는 용문사,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정지국사 부도 및 비(보물 제531호), 용문산지구전적비 등의 볼거리가 있다. 또한 넓은 잔디광장과 캠핑장, 분수대, 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용문산광광지
주소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515-2
전화 031-773-0088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