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자동차 바퀴에 깔려도 끄떡없는 철갑딱정벌레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 10. 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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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껍질의 퍼즐 구조가 누르는 힘 분산해
울퉁불퉁한 몸통을 가진 악마의 철갑 딱정벌레. 자동차에 깔려도 등껍질이 부서지지 않는다./네이처

자동차에 깔려도 끄떡없는 딱정벌레가 항공기나 건물의 내구성을 높여줄 신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의 데이비드 키세이러스 교수와 퍼듀대의 파블로 자바티에리 교수 공동 연구진은 2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딱정벌레의 엄청난 내구성이 등껍질의 독특한 구조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기 몸무게 3만9000배 견뎌

연구진은 미국 서부와 멕시코에 사는 ‘악마의 철갑 딱정벌레(diabolical ironclad beetle)’가 자기 몸무게의 3만9000배까지 견디는 데 주목했다. 힘으로 따지면 150뉴턴을 견딘다. 자동차 바퀴가 밟고 지나가면 100뉴턴 정도의 힘이 가해진다. 자동차가 지나가도 문제 없다는 말이다. 다른 딱정벌레는 자동차의 절반 정도 힘에도 부서진다.

철갑 딱정벌레의 강도는 곤충 애호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곤충을 채집하면 몸통에 핀을 찔러 고정하는데 이 딱정벌레는 핀이 들어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드릴로 몸통에 구멍을 내고 핀을 찔러야 했다.

악마의 철갑 딱정벌레의 딱지날개 단면 구조. 직소 퍼즐처럼 서로 맞물려 있어 누르는 힘을 쉽게 분산할 수 있다./네이처

딱정벌레는 얇은 날개가 안에 있고 그 위로 단단한 딱지날개가 덮여 있는 형태다. 연구진은 철갑 딱정벌레의 딱지날개는 한통으로 돼 있지 않고 직소 퍼즐처럼 등을 따라 두 부분이 서로 맞물리는 형태로 이뤄졌음을 알아냈다. 덕분에 위에서 눌러도 힘을 분산해 딱지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딱지날개의 측면도 서로 다른 재질이 퍼즐로 맞물리거나 걸쇠로 걸려 있는 형태에서 힘을 잘 견딜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의실험과 함께 3D(입체) 프린터로 철갑 딱정벌레의 딱지날개 구조를 찍어내 실험했다. 역시 실제 곤충처럼 자동차가 누르는 정도의 힘도 견뎌냈다.

악마의 철갑 딱정벌레는 날지 못한다. 연구진은 철갑 딱정벌레는 위험이 닥치면 날아가는 대신 단단한 딱지날개로 자신을 보호하도록 내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했다.

◇항공기 부품의 내구성 높일 수 있어

연구진은 철갑 딱정벌레의 딱지날개가 마치 종이클립처럼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는 점에서 항공기의 가스 터빈과 같은 기계 부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가스 터빈에는 금속과 복합재료들이 죔쇠로 물려 있는데, 강한 힘이 가해지면 부서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죔쇠가 부서지면 항공기 성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자주 교체해야 한다”며 “철갑 딱정벌레처럼 서로 맞물리는 구조를 적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철갑 딱정벌레와 같은 구조로 탄소 복합재 죔쇠를 만들어 기존 부품보다 훨씬 내구성이 강한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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