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불량금' 판치는 금시장 정상화해야
금 순도 속이는 것 명백한 사기
허술한 세금·관리감독은 공범
더이상 소비자 피해는 없어야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던 단위를 하나로 정리하고,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하게 다스렸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척도와 기준이 적용돼야 사회적 혼란을 막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도량형은 국가의 근간이다. 모든 경제활동은 도량형을 기본으로 하는 신뢰에서 출발한다. 고깃집에서 판매하는 저울이 정확할 것이라고, 고기에 불순물을 섞어 팔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마련이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금의 배신’ 기사를 위해 지난 한 달여간 취재한 우리나라 금 시장은 이 같은 신뢰를 산산조각냈다.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 거리에서 판매되는 순금(24K) 반지 10개 중 7개가 함량 미달의 ‘불량금’이었다. 금의 순도를 속이는 일은 도량형 표기를 ‘1돈’ 대신 ‘3.75g’으로 쓰도록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불량금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다.
금은 화폐처럼 통용된다. 순도를 속이는 것은 5만원을 받고 4만9000원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들이 불량금을 팔고 사들일 때는 분석료라는 명목으로 또 수수료를 뗀다. 물론 세금은 안 낸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 1돈짜리 돌반지 하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연금술이 따로 없다.
그러면서 오히려 당당하다. 순도 99.9%와 99.5%가 큰 차이 없다고 주장한다. “99.9%짜리 만들려면 세공비가 올라서 소비자만 손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편다. 땜이 들어가지 않는 금제품의 순도는 99.9%여야 한다는 규정은 안중에도 없다. “얼마 차이 안 나니 상관없다”거나 “수십년째 계속해 왔는데, 뭐가 문제냐”고 큰소리다.
순도 조사를 위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모은 금제품은 돌반지, 목걸이같이 저마다의 사연이 녹아 있다. 99.9%여야 하는 돌반지의 순도가 사실은 97%대였다는 조사 결과를 들은 지인은 분노했다. 순도가 2%나 부족한 금은 더 이상 ‘순금’이라 부를 수 없다. 사기를 당했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다. 몇 천원 때문에 고소를 할 수도, 그렇다고 신고를 하기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노려 누군가는 수십년째 소비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며 부를 축적해 왔다.
종로 귀금속거리가 불법과 편법, 사기가 만연한 ‘그들만의 세계’가 된 데는 관계 당국의 책임도 크다. 이상한 세금체계와 허술한 관리감독은 사기의 공범 역할을 했다. 한 세무사는 “이 상황이 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 권력관계가 밀접하게 엮여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금 업계에서 이제라도 순도를 정상화하자는 자정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지금 이대로’를 원하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업계 관계자 700명가량이 속해 있는 밴드에는 “비밀 카톡방을 나가고, 노출된 업체는 거래를 중지하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올라왔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오는 26일은 계량측정의 날이다. 세종대왕의 도량형 통일을 기념해 1970년에 만들어졌다. 도량형은 갖췄지만 관리가 안 된다면 국가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패와 척을 든 암행어사가 종로에 출두해야 한다.
안용성 특별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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