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지 - 파울루 프레이리 [성기선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파울루 프레이리의 대표작 <페다고지>를 처음 본 시점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초였다. 당시 대학생들의 의식화 교육을 위한 기본 교재로 사용되었던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되어 공식 출판되지 않고 복사본만 돌던 때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만 받았던 대학생들은 프레이리의 의식화 교육론에 심취하게 된다. 이들은 교육이 출세를 위한 수단이나 기존 지배질서에 자리매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해방의 근원적 활동이며, 비판적 사고를 통해 기존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활동임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받은 교육은 우리의 존재 조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도록 했다는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암울한 군부독재 시절에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강렬했다.
이 책에서 프레이리는 기존의 교육을 ‘은행 저금식’ 교육이라고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문제제기식 교육을 제시한다. 문제제기식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세계와 더불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프락시스, 즉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럼으로써 사회가 변화한다는 논리이다. 주관적 의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교육이 인간의 의식을 바꾸고 그 결과 사람이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관적인 교육학 이론들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학생중심 교육철학 역시 프레이리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원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교육학의 고전도서 중 하나이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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