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를 좋아하세요? 서울에서 발견한 레트로 성지 3곳

2020. 10. 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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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과거일까. 지난여름 바닷가를 노래하던 싹쓰리 열풍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훈아 신드롬이 추석을 강타했다. 13년 전 인기 드라마였던 ‘커피프린스 1호점’을 재조명한 ‘청춘다큐 다시 스물’도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싹쓰리 뮤직비디오 캡쳐
전 세대가 말 그대로 ‘추억여행’에 빠졌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모든 세대는 기본적으로 자기 세대의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과거형으로 밀려났던 문화가 다시 현실로 들어온 순간 큰 반가움과 친근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레트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확장되는 듯하다. 여기 제대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레트로, 뉴트로 문화에 빠져 있거나 잠시 옛 추억에 젖고 싶다면 서울 중심의 레트로 명소 세 곳으로 랜선 여행을 떠나보자.

◆ 서울 중심에서 만난 레트로 여행지 3곳을 찾아서 !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사진 = 서울시

1.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서울 종로구 송월길 14-3

- 10:00~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무료입장

전면 철거 후 공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지만,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방식으로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이곳. 별도의 주차장이 존재하지 않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이면 도착하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 돈의문 지역의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 6080세대의 추억을 되살리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 등이 조성되며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로 재탄생한 이곳엔 100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사진 = 서울시
돈의문은 우리에게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된 돈의문은 이후 새로 조성되며 새문(新門)이라는 별칭을 가지게 되었고, 돈의문의 안쪽 동네는 ‘새문안’으로 불렸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는 새문안 동네의 식당으로 운영되던 실제 건물들을 활용하며 다사다난한 역사를 끌어안았다. 돈의문 역사관, 근대 사교장(club)의 모습을 한 테마 전시관 등의 공간으로부터 과거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사진 = 서울시
서대문 사진관과 삼거리 이용원 역시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삼거리 이용원은 1960~70년대 이발소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서대문 사진관은 근대 사교장과 1980년대 결혼식장을 콘셉트로 했다.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멋스러운 조명 아래 인생 사진을 남겨봐도 좋겠다.

6080 감성을 저격하는 돈의문 콤퓨타게임장·새문안 만화방도 만나볼 수 있다. 1층은 게임방, 2층은 만화방으로 구성되어 지금의 부모 세대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게임과 만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느긋하게 앉아 옛 감성을 풍기는 추억의 종이 만화책을 읽고, 고전 오락 게임기만이 지닌 알록달록한 화면에 빠지는 경험을 원한다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제격인 듯하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사진 = 서울시

+ 서울의 만화방과 고전 게임 오락실, 그리고 오락기 판매처 <서울시 제공>

○ 클럽보다만화 : 마포구 잔다리로 23 2층, 02-336-1288

○ 무림만화카페 : 종로구 삼일대로19길 15, 02-739-8800

○ 옥인오락실 : 종로구 옥인길 28, 02-737-4788

○ 콤콤오락실 :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25, 02-7112-4788

○ 콤콤오락실 : 용산구 백범로87길 51, 010-7112-5788

○ 영등포 유통상가 : 영등포구 영등포로 109, 02-2679-2376

회현 지하도 상가 / 사진 = 서울시 시설공단

2. 회현 지하도 상가

- 서울 중구 소공로 58 회현 지하쇼핑센터

- 10:00~20:00 /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회현 지하도 상가는 중고 LP, 카메라, 오디오 등 과거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점포가 다수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소비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이 거침없는 도시 속에 아날로그 문화를 그대로 간직해 온 가게들. 이 각각의 가게들이 쌓아 온 시간들은 지금의 서울을 복고 열풍으로 물들이는 데 분명 톡톡히 일조하고 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사실 잘 몰랐던 곳인데,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주인공 어머니가 운영하는 뜨개질샵의 배경이란다. 영화사 로케이션팀이 회현 지하상가에서 한 뜨개질샵을 발견해 촬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 다시 보니 '뷰티 인사이드'의 차분한 분위기와 회현 지하도 상가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이 제법 잘 어울린다.
회현 지하도 상가 / 사진 = 서울시 시설공단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가게들. 우표와 옛날 화폐를 비롯한 각종 기념품들이 모여 있는 '광우사'는 크리스마스 씰을 사서 모으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빼곡히 쌓여있는 팝, 클래식, OST,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LP를 자랑하는 'LP love(엘피러브)'도 마찬가지다. '생활사 박물관' 같기도 한 이 공간들은 과거의 기억과 하루하루를 수집해 오늘을 만들어냈다.
회현 지하도 상가 / 사진 = 서울시 시설공단
2004년 대한민국의 마지막 LP 제작 업체이던 서라벌레코드가 생산 라인을 중단하며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던 LP 음반은 잊히지 않았고, 60년 전 발행된 오백 원짜리 지폐, 50년 전 발행된 주택 복권 등은 오늘날 소장 가치가 높아졌다. 마치 세월을 머금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회현 지하도 상가 / 사진 = 서울시 시설공단
'가산 카메라'는 1970, 80년대 카메라부터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온갖 종류의 필름들을 다룬다. 우표 하나에 그 당시의 추억과 시대가 담겨 있듯이 이곳의 필름 카메라에도 디지털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감성과 특별함이 담겨 있다. '보엠(BOHEME)'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느리지만 한 자 한 자 정제된 글씨를 써 내려가는 만년필을 판다.

이들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사진을 찍으면 바로 수정하고, 컴퓨터로 글을 쓰는 데 익숙한 디지털 문화 속에서 차분함과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필름 카메라와 만년필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 서울의 LP 음반 감상실과 LP 판매처, 그리고 복고 사진관<서울시 제공>

○ 리홀뮤직갤러리 : 성북구 성북로31길 9, 070-8811-8899

○ 사운드카페 소리 : 마포구 와우산로 159, 02-6013-1496

○ 물나무사진관 : 종로구 계동길 84-3, 02-798-2231

○ 등대사진관 : 용산구 이촌로29길 29 1층, 010-5356-5875

종묘 서순라길 / 사진 = 서울관광재단

3. 종묘 서순라길

바로 옆의 익선동은 유명한데, 순라길이라 하면 어째 다소 생소하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가 45-4에서 권농동 26까지를 잇는 길. 서순라길은 창덕궁과 종묘의 사이로부터 돌담을 따라 쭉 이어진다. 조선시대 종묘를 순찰하는 순라청이 있었고 그 서쪽에 위치한다는 뜻에서 서순라길이 됐다. 자연적인 골목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역사문화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한 이 길은 서울에서 뉴트로 문화를 톡톡히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종묘 서순라길 / 사진 = 서울관광재단
아는 사람만 알고 있다는 서순라길. 한옥 인테리어하면 익선동, 돌담길 하면 덕수궁을 떠올릴 줄 알았지 가까이 두고서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고요하고 한적한 가을 분위기를 느끼며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인 듯한 골목길의 한쪽에는 상점들이, 또 다른 한쪽에는 돌담이 있다.
종묘 서순라길 / 사진 = 서울관광재단
서순라길의 매력으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돌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포화 상태의 익선동에 지쳐 있다 우연히 서순라길을 발견한 이들의 발길을 붙잡은 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저격하는 가게들이다. 서순라길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한옥 외관에 엔틱 가구와 소품들로 내부를 꾸민 카페와 레스토랑, 펍, 빈티지 숍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 = 순라길 비비 인스타그램(@sulla_st.vb)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레트로 여행지를 선호하는 것은 비단 기성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젊은 세대들도 과거의 것을 현재의 일상 속으로 끌고 와 재해석하고 향유하며 레트로 열풍에 탑승한 지 오래다. 레트로? 뉴트로? 뭐가 됐든, 의도했든 아니든 서순라길의 빈티지가 세상에서 가장 ‘멋짐’을 갈구하는 세대의 심장을 쏴버린 셈이다.
이미지 = 타이거타이거 인스타그램(@tigertiger_seoul)
오래된 건물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호명되고, 투박한 조명이나 간판들이 그 자체로 멋진 오브제가 된다. 바야흐로 레트로 열풍의 시대. 돌담 사이에서 근사한 감성이 솟아나는 서순라길의 내일엔 과거를 추억하는 기성세대들부터 1020 세대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을까.

+ 서순라길에서 들려 볼만한 곳들

○ 순라길비비 : 종로구 서순라길 55, 02-745-2535

○ 타이거타이거 : 종로구 율곡로 10길 27-13, 02-747-1986

○ 살롱순라 : 종로구 율곡로 10길 75 살롱순라, 02-6409-0027

○ 스페이스 42 : 종로구 서순라길 83, 02-1670-1420

○ 서울집시 : 종로구 서순라길 107, 02-743-1212

이미지 = 언스플래쉬

미래의 전망이 위기에 빠질 때, 인간은 과거로부터 새로운 정체성을 길어오려 든다고 한다. 안 그래도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는 여행.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과거로의 여행이 최근 왜 유행하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재래식 가옥과 현대식 고층 빌딩이 혼재하는 서울의 중심부. 레트로 열풍이 이곳에서 분 이유도 이해가 간다.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치 있는 것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사건, 그리고 기억의 키가 누적된 곳"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쩐지 긴 시간을 보낸 듯한 랜선 여행을 마치며, 조용히 긴 시간을 끌어안고 있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굴러온 이 공간들을 방문할 날이 곧 오기를 기다려 본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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