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찾게 되는 그곳, 비올 때 가장 아름다운 도시

2020. 10.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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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발이 묶이면서 과거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던 시절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된다. 그야말로 과거에 사로잡혀 우울해지기 가장 쉬운 시기.

'그때 어디 한 곳이라도 더 갈 걸'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해줄 원동력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동시에 랜선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면. 두 요소를 한 번에 충족시켜줄 영화 한 편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영화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보면 더 와 닿고 긴 여운이 남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포스터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시간 여행'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이 오히려 낭만에 취하게 하는 작품이다. 파리에 가기 전에도, 파리에 있을 때에도, 그리고 파리를 떠난 후에도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이젠 언제 무슨 장면이 나오는지 다 외울 정도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나 떠오르는 생각은 매번 다르기에 볼 때마다 새롭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에펠탑이 눈앞에 펼쳐지던 때의 두근거림과 벅차오름. 그 감동에 멍한 것도 잠시 앞뒤 양옆으로 달려드는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에 바짝 긴장을 해야했던 당시. 경계하고 다니느라 지치다가도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파리 전경을 바라보면 딱딱하게 굳은 마음이 다시 녹아내리는 일상이 반복되던 그 때.

"낮과 밤중에 언제가 더 예쁜지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곳"

그리고 영화속 대사에 따르면

"비올 때 가장 아름다운 도시"

​프랑스 방방곡곡을 여행했지만 마음 한편에 가장 깊게 자리 잡은 곳은 남들은 식상하다 생각할지 모르는 '파리'. 이유는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파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면에 감춰두고 밖으로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하나하나 표출됐다. 황홀함, 설렘, 먹먹함, 벅차오름, 적적함까지.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 있었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게 하는 도시다.

파리의 구석구석이 장면에 담길 때마다 떠오르는 파리 여행에서의 추억과 경험, 좋고 싫었던 순간들까지. 직접 파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 떠올려본다.

영화로 떠나는 시간여행 to Paris

모네정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지베르니(Giverny) 모네의 정원

영화 도입부부터 파리 근교 여행으로 다녀왔던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이 나와 반가웠다. 그림 그리는 시간 외에는 정원 가꾸기에 몰두했다던 모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곳.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창 밖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베르니에서 여생의 절반을 보낸 모네. 지베르니에 도착해 마을을 구경하면 모네의 선택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많은 명작의 배경이 된 그의 정원에 두발 딛고 서 있는게 놀랍기도 하고,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처럼 파리에서 시간여행하는 기차를 타고 1800년대로 모네를 만나러 온 것만 같았다. 모네의 집 발코니 계단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의 뒷모습과 예쁜 정원을 함께 한 눈에 담으니 마음까지 평화로워졌다. 모네가 이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어도 너무 좋았을 텐데.

지베르니는 파리에 가면 꼭 다시 다녀오고 싶다. 연꽃이 만개하지 않은 비 오는 봄날 다녀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7~8월의 모습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베르사유 정원(Palais de Versailles)

파리에서 거리는 조금 멀지만 파리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씩은 가보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인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 루이 14세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지어진 만큼 그 규모와 화려함이 상상 그 이상이다.

웅장한 궁전도 좋지만 베르사유는 정원을 보러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 실제로 가본 느낌의 차이가 가장 큰 장소로 늘 꼽게 되는 곳. 이 거대한 정원에 대한 루이 14세의 애정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는 직접 '베르사유 정원 관람 방법'을 집필했다고 한다.
프랑스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만큼 성수기에는 입장할 때 1시간 이상은 훌쩍 넘게 걸린다. 특히 궁전은 사람으로 가득 차 관람이 힘들 수 있다. 정원은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비교적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도 가능하면 비수기에 방문해 베르사유에 오랜 시간 투자해 천천히 다 둘러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베르사유 궁원을 한 눈에 담고 싶다면 대운하에서 궁전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오랑주리 미술관(Musée de l'Orangerie)

예술의 도시인 만큼 파리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정말 많다. 세계 3대 박물관 루브르, 대형 시계가 대표적인 오르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예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파리에 오면 뮤지엄 패스를 구입해 여행기간 중 몇 곳은 꼭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택한 곳은 프랑스 근대 회화를 주로 전시하는 오랑주리 미술관. 한 전시관의 모든 벽면에 걸쳐있는 모네의 '수련'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사진을 담기는 매우 힘들다. <수련>이 있는 전시관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어 모든 벽면의 수련을 한 사진에 담는 일은 진작 포기하게 된다.

파리에서 수많은 유명 박물관 및 미술관을 다녀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예쁘다고 느껴진 곳이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의 방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의 깨끗함과 따뜻하고 편한한 느낌이 드는 곳.

꼭 '수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파리의 어떤 미술관들과도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어 방문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가 입모아 에펠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전체 여행 기간 동안 꼭 '1일 1에펠탑 피크닉'을 실천하겠다는 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애착이 가는 파리의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루브르 피라미드'다. 모두가 '1일 1에펠탑'을 할 때, '1일 3루브르'를 해도 모자라다고 느낄 정도로 루브르가 좋다. 화창한 아침에 볼 때, 노을 질 때 바로 옆 튈르리 공원에서 바라볼 때, 깜깜한 밤이 되고 노란 불이 밝혀진 피라미드를 볼 때. 파리여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이 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처음 루브르에 갔을 때의 기억은 좋지 않다. 루브르 박물관에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만큼 소매치기 무리가 자주 달라붙어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여름 겨울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사진 찍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루브르 광장의 유리 피라미드와 박물관을 보자 안 좋았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다 날아가고, '매일 여기만 와도 아쉽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광장 한복판에 서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입이 떡 벌어지는 황홀한 광경을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누군가 '언제 보는 루브르 피라미드가 가장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아직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피라미드에 조명이 막 켜진 시기"에 가보는걸 추천하고 싶다.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다 둘러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필요할 정도로 그 규모와 작품의 수는 엄청나다. 내부가 복잡하고 사람도 많아 길을 잃기도 쉽다. 가기 전 모나리자, 스핑크스, 승리의 여신 니케, 밀로의 비너스 등 꼭 보고 싶은 작품들을 선정해 미리 동선을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

모나리자 앞에는 줄이 매우 길고, 사진 찍는 시간도 지정해준다. 모나리자를 보러 갈 때마다 질서 붕괴 등으로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종종 목격했다. 새치기나 시간 무시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센느강.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센느 강(la Seine)

파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계속 거닐게 되는 센느 강. 강변을 따라 아름답게 보존돼온 역사적 건축물들과 새롭게 지어진 독창적인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확 지나있다. 천천히 퐁네프 다리를 걸으며 산책하는 것도, 배를 타고 야경을 바라보며 건너는 것도 모두 낭만적이다.

파리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여행하며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센느 강을 구경했지만, 유독 저녁 무렵이나 밤에 혼자 퐁네프를 거닐던 순간들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파리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이면서도 가장 우울해지기도 좋은 곳인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화려한 관광 명소들보다도 오히려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일상처럼 봐온 센느강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그립다.

몽마르뜨 언덕.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 몽마르뜨 언덕(Montmartre)

파리 여행 중 필수 체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개선문, 에펠탑 등의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이다. 그 어떤 전망대보다도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다본 파리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에.

몽마르트 언덕 위에는 푸니쿨라를 타고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힘들게 꼭대기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앞을 보자마자 펼쳐지는 광경은 땀흘려 걸어올라온 보람을 배가시킨다.

늦은 밤에도 언덕 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 계단은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몽마르뜨에는 작은 소품샵이나 레스토랑이 많이 몰려있다. 그만큼 소매치기도 사기꾼도 많다. 소품샵에서 구경하던 중 누군가 일행의 가방에 손을 넣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고, 팔찌 상인들이 강제로 팔찌를 채우고 돈을 요구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구경하는 데 정신이 쏠려 귀중품을 도난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개선문(Arc de Triomphe)

영화에서 아주 잠깐 지나가서 아쉬운 곳 중 하나. 파리의 여성미를 한껏 뽐내는 것이 에펠탑이라면, 개선문만큼 남성적인 건축물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에펠탑, 루브르에 이어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개선문을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랐다. 개선문을 둘러싸는 길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이기 때문에 개선문 바로 앞까지 접근하는 과정이 다소 번거로웠다.

개선문은 에펠탑이나 루브르 피라미드처럼 밤에는 밝게 조명이 들어온다. 그러나 가끔씩 불 꺼진 개선문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하루 종일 수많은 인파에게 주목을 받고 사진을 찍힌 개선문이 잠시 쉬어가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개선문은 주로 낮에 찍힌 사진이나 새해 불꽃놀이 등 화려한 모습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진에 예쁘게 남기기는 힘들지 몰라도, 비 오는 날 불 꺼진 개선문을 바라볼 때가 가장 파리와 어울리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파리, 정말 아름다울까"

2017년 7월, 꿈에 그리던 파리를 여행객으로서 처음 만나고, 이후 2020년 1월까지 파리에 중간 중간 머물다 보니 어느새 파리가 더이상 여행으로 여겨지지 않게 됐다. 파리의 사계절을 다 보게 되고, 살면서 겪었던 가장 기쁜 일도, 가장 화나는 일도 다 이곳, 파리에서 생기다 보니 남의 나라 남의 도시라고만 생각되진 않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주인공 길은 약혼한 이네즈에게 "파리는 비오는 날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고, 젖는 것을 싫어하는 이네즈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다. 처음 영화를 볼 때 이 대사를 듣고 비를 좋아하지 않는 한 사람으로서 이네즈의 편에서 '비 오면 귀찮고 우울해지기만 더 하나'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긴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객으로 파리를 만났을 때 그 생각은 변치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창문으로 가 하늘을 확인하고, 새파란 하늘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 에펠탑 앞 잔디밭으로 향하곤 했다. 여행 중 하루라도 비를 만나면 흐트러질 머리에 귀찮은 우산을 생각하며 짜증부터 났다.
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멋진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는 '프랑스 거주자'의 입장에서 파리를 봐 오면서, 비 오는 흐린 날의 파리의 매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이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것도 덜 하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난다. 계획이 다 틀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책만 해도 무의미한 하루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흐린 하늘과 에펠탑 색 조화도 은근히 잘 맞는다.
빗방울 하나라도 떨어지면 우산을 찾던 내가,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우산을 꺼내들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 이상하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비가 참 싫은데, 프랑스에서는 비 맞으며 사람 적은 도심을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이 너무도 재밌었다.
팝송 Paris in the Rain이 표현하는 이상적인 파리도 역시 비 오는 날을 그린다.

"우리는 멋있는 도시는 필요없어

발음도 잘 못하는 술도 필요없어

너랑 있으면 어디든 비 내리는 파리 같으니까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 Lauv- Paris in the Rain 가사 일부 해석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마치 비내리는 파리 같다는 가사. 이 노래를 듣다 보니, 혼자 살면서 느낀 빗속의 파리의 매력과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도 이 가사를 쓴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파리에서 비를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어서 그들이 느낀 빗속의 파리의 매력을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비오는 날의 파리의 아름다움을 찾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과거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할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자신이 동경하던 1920년대로 돌아가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해하던 길이, 모든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1920년대에 만난 사람들도 그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에 대한 그의 대사가 이 영화의 대표적인 명대사로 남게 됐다.

"현재는 약간 아쉬운 법이에요. 늘 불만스럽죠. 하지만 우리가 여기(과거)에 머무르면 지금이 현재가 되고, 그럼 또 다른 과거를 동경하게 될 거예요. 과거에 사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 미드나잇 인 파리 中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계속해서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하며 더욱 파리에 대한 기억이 미화되고 있다. 자꾸만 좋은 기억 위주로만 떠오르고, 멋진 경험만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상황들을 꼼꼼히 떠올려보면 다시는 프랑스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경험이 많았다. 인종차별부터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 적응하기 힘든 문화차이 등. 이제와서 돌아보면 대단해 보이는 과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상황이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이지만,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현재를 재밌게 살아보려 다짐해본다. 길이 그토록 동경했던 20년대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현실을 택한 것처럼.

"현재의 '소확행'을 찾아서"

벌써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것 빼고는 모든 게 멈춰있는 것만 같다. 따분함과 막막함으로 가득 차 보여도 하루하루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보려 한다. 행복했던 과거보다 더 멋진 미래를 살기 위해 과거는 잠시 접어 두는 건 어떨지. 내년에도 후년에도 파리에는 비가 내릴 테니까.

[글·사진=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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