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악몽, 사이코가 내게 '보복운전' 해온다면..영화 '언힌지드' [리뷰]

홍진수 기자 2020. 10. 5. 2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러셀 크로는 <언힌지드>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남성운전자를 연기한다. 날렵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완력만 남았다. 누리픽처스 제공

모두가 바쁜 월요일 아침, 학교에 늦은 아들을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 하는 레이첼(카렌 피스토리우스)은 마음이 급하다. 꽉 막힌 도로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짜증이 난 레이첼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앞차를 앞질러 간다.

잠시 뒤 도로에서 만난 앞차의 남성 운전자(러셀 크로)는 레이첼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사과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레이첼은 사과할 이유도 마음도 없다. 그를 무시하고 갈 길을 간다. 화가 난 남성 운전자는 레이첼을 거칠게 쫓기 시작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언힌지드>는 최근 한국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별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누른 경적이 주인공의 인생을 바꿔버린다. 죄없는 주변인물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가고, 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도망을 다녀야 한다.

‘보복운전’이라고 하면 레이첼이 뭔가 빌미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길을 막고 있는 앞차 운전자에게 친절하게 신호를 주지 않은 것뿐이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시비가 붙어도 욕 한마디 얻어먹으면 충분한 사건이었다. 레이첼도 그럴 줄 알고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상대가 ‘미친 사이코패스’라면 불쾌한 사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레이첼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남성 운전자는 사실 레이첼의 경적에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망가진 인생에 대한 화풀이를 하려고 희생자를 찾던 중 레이첼이 운 없게 걸려든 것뿐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회사에서도 해고당한 그는 레이첼을 만나기 전 이미 ‘미친 상태’였다. 레이첼로 모자라 그의 가족까지 위협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런 행위에 정당성을 부과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갖다댄다.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까지 있는 러셀 크로가 거구의 남성 운전자 역을 맡았다. <글래디에이터>(2000)의 날렵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엄청난 완력만 남았다. 이 남성 운전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엔딩크레디트의 배역명은 ‘그 남자(The Man)’다.

‘보복운전’이라는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도로 위 사고 장면들을 서두에서 길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개연성은 그리 높아지지 않는다. 이런 영화에서는 항상 그러듯이 주인공의 판단은 빗나가고, 경찰은 계속 한발 늦게 도착한다.

그러나 영화 상영시간 90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격전이 이런 어설픈 설정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레이첼의 낡은 왜건차량과 남성 운전자의 거대한 픽업트럭이 펼치는 경주는 나름 장르적 재미가 쏠쏠하다. 슬래셔무비(난도질 영화)의 설정을 조금 순화해서 도로 위로 옮겨왔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청소년 관람불가.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