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 유튜버 "도박중독과 사기도박 피해·예방의 가이드..철봉TV"

2020. 10. 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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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소굴'에서 산전수전 겪은 '촌철살인' 방송으로 인기

[홍춘봉 기자(casinohong@naver.com)]
강원랜드 카지노가 5일까지 휴장 192일째를 맞고 있다.

사상 초유의 카지노 휴장 때문에 수천 명 넘는 강원랜드 딜러와 직원들이 휴업하고 있고 강원랜드 인근의 상경기도 7개월째 초토화 된 상태다.

▲철봉TV 방송을 준비하는 철봉 유튜버. ⓒ프레시안

특히 카지노 휴장으로 카지노 마니아를 비롯해 도박중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온라인도박과 카지노바 등 불법 도박장을 전전하면서 불법사행산업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카지노 도박 중독과 인터넷도박 및 사기도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하우를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버무려 ‘촌철살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있어 화제다.

그는 여러 차례 거액의 사기를 당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도박에 빠졌다가 ‘도박의 본고장’ 마카오에서 7년 넘게 민박사업과 환치기를 경험한 철봉TV의 진행자 철봉(48)씨다.

철봉TV의 도박중독 예방과 상담활동 등에 대한 역할이 알려지면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 한국도박중독관리센터와 강원랜드 부설 클락(도박중독상담 치유센터)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유튜버가 연예인들의 원정 도박 등 선정적인 방송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독자층을 꾸준히 넓혀 나가고 있어 대조적이다.

그는 “나 자신 도박중독과 사기 피해로 여러 번 자살의 길목까지 갔던 사람이다. 마지막 남은 3000만 원으로 1만 배를 하며 의지를 다졌지만 마카오 생활 7년간 도박의 유혹을 떨치기가 무척 어려웠다. 도박중독의 무서움과 사기도박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철봉TV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태백에서 만난 그의 입담은 구수했으나 사연 속에는 수십 년의 인생사가 파란만장 그 자체로 다가왔다.

-어쩌다 카지노와 인연을 맺었나.

“일산에서 가장 큰 휘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다 다단계 유혹에 넘어가 6억 원을 날렸다. 이후 중고차 떳다방을 하다가 우연하게 강원랜드를 다녔다. 도박을 끊기 위해 강원랜드에 출입정지를 시키고는 마카오와 필리핀, 사이판에 원정도박을 다녔다. 사기로 날린 돈을 도박으로 찾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지배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미친놈처럼 살았다. 가장 멋지게 인생을 살아야 할 30대에 도박에 뜨겁게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당시 눈에 도박만 보이고 생각도 노름판뿐이었다. 카지노에서 날린 돈도 5억이 넘는 것으로 기억된다.”

-과거에는 건실한 스포츠맨으로 살아왔다.

“그렇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해 태권도 4단, 검도 2단으로 태권도장 관장도 하다가 휘트니스의 매력에 빠져 휘트니스 선수로 뛰었다. 일산에서 가장 큰 휘트니스 센터를 차렸다.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며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였으나 선배와 후배가 다단계사업을 하면 대박을 잡을 수 있다는 유혹에 휘트니스 센터를 처분한 돈 6억 원을 간단하게 날렸다.”

-마카오를 떠나기 전 1만 배를 했다는데.

“2012년 5월 26일 마카오 출국 전에 김포 인근의 조용한 사찰에서 1만 배를 했다. 처음 4일간은 1500배, 이후 이틀간은 하루에 2000배씩 하면서 마카오에서는 사기당하지 않고 도박에 절대 빠지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들은 108배나 3000배를 하면서 사업성공을 기원했다지만 나는 1만 배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는 기원대신 오직 사기와 도박에 빠지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기원했다. 마카오에서 마저 무너지면 내 인생은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재기를 위해 찾은 마카오에서 돈을 (사기나 도박으로)날리면 죽어 버릴 생각이었다.”

-당시 1만 배가 끝났을 때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1만 배를 해 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1만 배를 하고 나니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기더라. 이제 1만 배를 했으니 마카오에 가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감이 충만했다. 3000배를 했을 때와는 엄청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카오 생활은 도박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마카오는 카지노 도시다. 인구는 65만에 불과하지만 카지노는 40개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강원랜드를 한 번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승용차로 3시간 이상이고 버스나 기차는 그보다 더 걸린다. 그러나 마카오는 숙소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면 바로 카지노와 연결된다. 어떤 사람이 잭팟을 터뜨리면서 환호하는 것을 보면 내게도 저런 행운이 올 수 있다는 착각이 든다.

또 어떤 때는 수천에서 수억 원을 탕진하고 고급 시계를 저당 잡히는 것을 보면 내가 (게임을)하면 당신보다 나을 것인데, 바보같이 그 많은 돈을 날리다니. (나는)돈 따는 노하우를 알기 때문에 큰돈을 딸 수 있다는 자만심이 꿈틀대기도 했다. 툭 건드리면 도박의 끈이 다시 연결되는 그런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를 악물고 숱한 유혹을 넘겼다.”

-돈벌이를 위해 마카오까지 갔는데 7년 만에 되돌아왔다.

“월세가 600~900만 원하는 시내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에서 민박사업을 했다. 민박사업만으로는 월세와 세금을 내기가 벅차다. 환전을 원하는 한국인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환전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생활했다. 가방에는 늘 수백, 수천만 원의 현금이 있었다. 문을 나서면 카지노인데 도박의 유혹이 뱀 혓바닥처럼 넘실거렸다. 마카오에서 적게는 몇 억, 많게는 수십억 원을 번 사람들이 상당했지만 그 돈을 지킨 사람들은 1%도 채 안 된다.

그만큼 마카오에서 돈을 벌기도 쉽지만 돈을 지킨다는 것은 더욱 힘들다. 마카오를 하루 빨리 벗어나고자 2018년 다시 중고차사업을 하려고 밤잠 안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번 2억 원을 친구에게 보내줬다. 그런데 다시 사기를 당했다. 더구나 윈펠리스와 MGM타이파, 파리시앵 등 대형 카지노호텔이 속속 문을 열면서 민박사업이 더욱 힘들어졌다. 마카오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룸 4개짜리 50평형 아파트를 얻었는데 월세가 900만 원에 달했다.

카지노들이 호텔 객실을 VIP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면서 손님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급감하더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절박감이 생겼다. 월세라도 벌기 위해 카지노 출입에 대한 유혹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 출입을 계속하면 결국 있는 돈까지 다 날리고 사채를 쓰다가 장기를 팔거나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카오에서 떠나는 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로 판단했다. 곧장 민박집을 정리하고 2019년 3월 말 귀국길에 올랐다.”

-마카오에서 환치기범으로 몰려 벌금을 냈다고 들었다.

“그렇다. 한국 사람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당했다. 마카오에 온지 얼마 안 된 놈이 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자 주변에서 한국의 사법기관에 신고했다. 2015년과 2018년 2번에 걸쳐 각각 30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실제 거래는 50억 원에 불과한데 검찰은 입출금을 합쳐 100억 원으로 착각해 거액의 환치기범을 잡은 것처럼 다뤄졌다. 한국의 가족에게 검찰출두 연락이 오면 다음날 바로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았다. 환치기는 피해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제 날짜에 출석해 검찰조사에 임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한국에 나와 중고차 사업 대신 유튜버가 되었다.

“원래 귀국하면 한 6개월은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평생 쉬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쉴 여유조차 없었다.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마카오 생활 7년 동안 무수한 겜블러와 도둑놈, 사기꾼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겪은 수백 가지의 에피소드, 사기도박, 환치기, 보이스 피싱 등의 사례를 생각했다. ‘그렇다. 카지노 주변에서 다양한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도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튜버 방송을 시작했다.”

▲마카오 그랜드리스보아 카지노호텔. ⓒ프레시안

-7년간 마카오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체험담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알려졌다.

“맞다. 사기도박과 환전사기는 물론 승용차에 번개탄을 싣고 다니면서 마지막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나 노끈으로 목을 맸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했다. 실제 나도 피해를 당하고 주변에서 숱하게 목격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면 피해자를 크게 줄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카지노를 즐기는 방법과 마카오 호텔을 저렴하게 구하는 노하우를 거짓 없이 리얼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결국 이것이 직업이 되었다.

유튜브 방송이후 거짓말을 못하게 되었다. 내가 카지노 계의 ‘송가인’인데 강원랜드나, 서울 강남의 카지노바에 가든 바카라 게임에 빠지거나 하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방송이후 스포츠토토, 사다리, 포커, 바카라로 망가진 사람들 인터뷰를 위해 전국을 찾아다녔다. 심지어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들도 여러 명 만났다. 청주와 수원, 여주 소망교소소와 서산, 김천소년교도소, 서울 동부구치소까지 찾아갔다.”

-도박중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그들도 처음에는 모두 평범한 보통사람들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업가에서 성실한 가정주부와 재벌 기업의 초급 간부, 공무원, 장사꾼 등 다양하다. 이런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면 모두 비정상이 된다. 도박판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박판의 부스러기(삥)를 주워 먹다가 범죄자가 되고 인생이 파탄난다. 나도 그런 곳까지 가면 안 될 것 같아 마카오를 벗어났다.”

-유튜버 방송 1년 6개월이 되었다.

“내가 방송하면 97%의 구독자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나머지 3% 정도 역시 악성 댓글을 없다. 도박 방송은 1만이 넘으면 성공했다고 하는데 철봉TV는 구독자가 4만 5000이 넘는다. 이제는 5만 구독자를 목표로 방송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라이브 방송 접속자가 500~700명 수준이다. 나는 방송하면서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시청자도 많은 편이다.

한 번은 ‘150만 원의 꽁지 돈을 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온라인 도박에 30만 원을 탕진하고 세상이 힘들어요’하는 댓글을 보고 바로 답장을 줬다. 도박의 본질을 설명해 주고 바른 길로 안내하는 답글인데 어찌보면 목사님 설교 같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답변해 준다. 그렇게 하자 너무 고맙다는 댓글이 다시 달리더라. 도박중독 청소년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위안을 받고 해결방안을 알려주니 고마워한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카지노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카지노는 천재들이 만든 도박장이다. 더구나 카지노는 판돈이 무한정이고 잘 교육받은 딜러들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는 곳이다. 영화관에서 가서 영화를 보려면 1만 원 안팎의 입장료를 내야하고 쇼와 다양한 레크레이션을 즐기기 위해 역시 돈을 내야한다. 그러나 카지노는 입장료(강원랜드 예외) 없이 무료로 입장하지만 게임에서 돈을 날리고 인생을 파탄낼 수 있는 곳이다.

카지노는 사교장으로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수도 없이 패가망신과 가정파탄,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카지노는 사교와 오락을 위해 가볍게 즐기는 차원의 곳이지 대박을 노리거나 인생역전을 노리면 백전백패하는 곳이다.”

[홍춘봉 기자(casino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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