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라디오] 장인 장모? vs 아버님 어머님? 호칭따라 가족간 거리도 좁혀진다

김혜민 2020. 10. 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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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불편한 호칭으로 발생되는 가족간 거리

- 과거의 서열 문화, 현대의 평등 문화가 만든 충돌

- 국립국어원 가족호칭 제안서, 1992년 '표준 화법 해설' -> 2011년 '표준 언어 예절' -> 2020년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 핵가족 시대, 가족 호칭은 대부분 안 쓰는 말...가족 간 호칭 정리 위한 대화를 해보는 것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2부는 매일매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봅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때, 또는 먼 친척을 만났을 때 고민하게 되는 것, 바로 호칭인데요. 가족인데도 어떻게 불러야할지 복잡하고,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 간의 호칭을 바꿔보자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오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는 생활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가족 호칭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검색어 입력하면 많이 찾는 검색어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그런 기능이 있잖아요. 아내 오빠의 아내, 아가씨의 남편, 자동 검색어 중 일부입니다. 그만큼 가족 간의 호칭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아내 오빠의 아내, 사촌 동생의 남편은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 신지영: 사실은 먼 사이가 아니고 매일 볼 수도 있는 아주 가까운 사이거든요. 촌수는 조금 멀어도 사촌동생 집안하고 굉장히 가깝다고 하면 사촌동생이 결혼했다고 하면 사촌동생의 남편을 불러야 할 때가 많이 있죠. 그런데 어떻게 부르죠? '어른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 최형진: 아내 오빠의 아내, 사촌동생의 남편. 어떻게 부르는지 애청자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아내 친오빠의 아내, 사촌여동생의 남편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시작하자마자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항상 궁금했는데 누나의 남편을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자형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네요.

◆ 신지영: 우리 청취자들한테 우리가 의견을 구했잖아요. 이렇게 불러야 한다, 예를 들면 아내 오빠의 아내를 이렇게 불러야 한다, 이것도 있고요. 실제로 부르는 것은 또 다를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두 가지를 다 애청자들께서 보내주시면 고맙겠는데요. 누나의 남편은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 이 문제는 사실은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혼란스럽죠. 그런데 어떻게 불러야 하나, 하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그 세계관에 우리가 동의를 하느냐, 이런 문제들 때문에 약간씩 변화가 있거든요. 관련해서 2004년에 어떤 글을 보면 동아일보에 실렸던 이성주 기자가 쓴 글이에요. 그 기사를 보면 똑같은 문제들이 2004년에도, 그 이전에도 계속 문제가 됐던 거죠. 이거 어떻게 불러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요. 그런데 누나의 남편이면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항렬도 또 조금 위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아주 옛날에는, 조선시대에는 출가외인의 세계관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출가외인이기 때문에 여성이 결혼을 하면 그 집안사람이 아닌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친척관계가 되는 게 아닌 거예요. 그리고 그런 사이에서 부를 일도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보통은 그냥 여성의 관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이든, 오빠든 똑같이 불렀다는 거죠. 그러니까 누나의 남편도 매형, 이렇게 불렀고요. 그다음에 누나가 아니라 여동생의 남편도 매제, 이렇게 부른 거죠. 매제라고 다 불렀는데, 그 매제가 매형이 되고, 자형이 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서 달라진 거예요. 옛날에는 형이라는 말을 안 썼거든요. 그러니까 누나의 남편은 요약하면 그냥 매형, 이 정도로 불러도, 혹은 자형, 이렇게 불러도 괜찮다.

◇ 최형진: 매형이나 자형이나 상관은 없는 건가요?

◆ 신지영: 그렇죠. 원래는 자매할 때 자는 위쪽이고, 매는 아래쪽이잖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정확하게 따지면 자형이 맞는 건데 매제라고 다 불렀었기 때문에 매제라고 하면 손아랫사람을 부르는 것 같으니까 매형을 붙여준 거죠. 그러다가 매는 아랫사람인데? 하는 의식이 생기니까 자형, 이렇게 바꿔준 거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지금 이야기를 듣는 데도 복잡한 이유가 정말 친척 간에 호칭 부르는 게 굉장히 복잡해요.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을 보내주고 계신데요. 문자로 "처형수," 다른 분은 "아주머니," "시매부," 이런 의견을 주셨네요.

◆ 신지영: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소위 이야기하는 정답으로 이야기하면 아내 오빠의 아내는 지칭이 있고, 호칭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우리가 내 앞에서 부를 때가 있고, 이 사람은 누구야, 하고 지칭을 할 때가 있어요. 이르는 말이 있고,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 이 가리키는 말은 처남댁이에요. 그러니까 내 앞에서 부를 때는 처남댁, 이렇게 부르기보다는 아주머니, 아주머님, 이렇게 부르는 것이 보통 일반적인 호칭이죠. 대체로 보면 그냥 아주머니, 아주머님은 굉장히 일반적인 호칭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가 있습니다. 그다음에 사촌동생의 남편은 사실 동생의 남편하고 똑같이 부르면 돼요. 사촌이든, 육촌이든 항렬이 같기 때문에 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것과 똑같이 부르면 되니까 동생은 남편은 내가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다르죠. 내가 여자면 동생의 남편은 제부가 되는 것이고, 제부라고 우리가 지칭할 수 있고요. 그런 사람은 누구 서방. 성을 붙여서 누구 서방, 혹은 제부, 이렇게 부릅니다. 그다음에 남성인 경우, 내가 남성인데 동생의 남편이 있다고 하면 매부가 되는 거고, 지칭이. 그다음에 부를 때는 무슨 서방, 혹은 매제, 이렇게 부른다는 거죠. 그런데 너무 복잡하죠?

◇ 최형진: 복잡해요. 지금 제 머릿속에 회로가 나갔습니다.

◆ 신지영: 그 정도가 아니고요.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가족호칭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호칭 문제 때문에 한국어에서 너무 골머리를 앓아요. 그러면서 지난번에 학생들을 데리고 옥스퍼드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한국어 번역을 하는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영국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질문을 해요. 정말 너희는 예를 들어서 삼촌이라고 하면, 혹은 고모라고 하면 어떤 관계가 딱 떠오르느냐? 이렇게 질문을 할 정도로 굉장히 복잡하게 생각을 해요.

◇ 최형진: 복잡하죠. 지금 우리들도 복잡한데 외국인들이.

◆ 신지영: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거 우리가 왜 유지를 해야 하죠?

◇ 최형진: 이제는 바꿀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 신지영: 너무 복잡하면, 문제는 뭐냐면 어떻게 불러야 한다는 게 너무 강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그것을 모르면, 혹은 부르기가 불편하면, 그러면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우리는 말을 할 때 상대를 불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부르기 위해서 호칭이 필요한데, 그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부르기가 불편하거나 이러면 그 사람과 말하기가 싫어지는 거죠.

◇ 최형진: 그렇습니다. 잘 안 부르게 돼요.

◆ 신지영: 그러면 안 부르게 되면 말을 안 하게 되고, 말을 안 하게 되면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는 거죠. 만나기가 싫어지거든요.

◇ 최형진: 그렇습니다. 문자로 "안녕하세요. 와이프는 88년생, 저는 빠른 84년생입니다. 그런데 와이프 오빠는 84년생인데 와이프의 윗사람이라고 저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라는데 그게 맞나요?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제가 처남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해서요. 현재는 제가 형님 하면서 존댓말 쓰고, 와이프의 오빠는 매제라고 하면서 저에게 반말을 합니다. 정확한 것을 알려주세요," 라고 하셨는데, 배우자 형제의 배우자와 나이차이가 많이 날 때는 서로 부르기가 어려워서 호칭을 빼고 부르기도 하고요. 형제의 배우자에 대한 호칭은 사실 나이 관계 없이 사용되는 거 아닙니까?

◆ 신지영: 그런데 사실 이것도 다 세계관의 문제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서열을 정리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죠. 그런데 옛날에는 굉장히 그 서열 문화가 강했고, 그게 결정하는 것이 나이, 그다음에 그것보다 더 위가 촌수, 그것보다 더 위가 뭐냐면 사실은 옛날에는 부르는 말이 양반이냐, 상놈이냐에 따라서 말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신분. 이런 것들에 따라서 달라졌으니까요. 그러면 세계관이 출가외인인 세계관, 그다음에 남존여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서 옛날 가족 호칭들이 다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다음에 옛날에는 출가외인이기 때문에 그 아내의 가족들하고 사실은 만날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부르는 말이 거의 없는 거죠. 있다고 해도 아주 제한된 관계에서만 부르게 되고, 그다음에 출가외인, 남존여비가 강하니까 여성보다는 남성 중심의 호칭이 더 중요했던 거예요. 나이에 대한 문제들이 요즘이 되니까 벌어진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이거는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관계잖아요. 관계는 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그 관계를 부르는 말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불편해서 서로를 부르지 못한다? 서로 말 안 하게 되죠. 그런 것보다는 서로 터놓고 어떻게 부르면 서로 좋을까. 이름에 님을 붙일까, 씨를 붙일까, 혹은 그냥 이름을 붙일까, 이런 것들. 아니면 처형이라고 할까, 처제라고 할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냥 한 번 같이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는 거죠. 편한 대로. 그러다 보니까 결혼을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어요. 왜냐하면 결혼하기 전에는 예를 들어서 시부모님이 나를 부르던 말이 이름을 막 불러주다가 결혼을 하니까 갑자기 며느라, 이렇게 부른다. 갑자기 낯설어졌다, 이상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며느라, 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계속 이름을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또 시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혹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며느리를 존대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런 것들이 서로 달라서 동상이몽이 되다 보면 문제는 서로 이상한 관계가 되고, 어색한 관계가 되고,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의 불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의 불만이 생기게 되죠. 그러지 말고 한 번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니, 아니면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니. 네가 듣고 싶은 관계로 우리가 한 번 이야기를 해보자. 이렇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진전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최형진: 가족 간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답을 찾아가는 것. 그런데 사실 그런 게 있단 말이죠. 저보다 와이프가 어리고, 와이프의 오빠가 저보다 어려요. 그러면 어른들은 촌수를 따지잖아요. 위아래를 따지기 때문에 형님으로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거든요.

◆ 신지영: 그런데 그 어른이 누구냐는 거죠. 배우자 가족의 어른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 거예요. 형진 씨의 부모님은 다른 생각을 할 거고, 배우자의 부모님은 다른 생각을 할 거예요.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뭐냐, 도대체. 누구를 중심으로 할 거냐. 이게 굉장히 충돌하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이제는 평등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출가외인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외가나 친가나 이런 말도 이제는 더 이상 쓰지 말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실은 우리 후세를 잘 교육했기 때문이에요. 평등과 인권에 대해서 많이 교육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 평등과 인권에 대해서 우리가 교육해서 잘 성장한 만큼 그 세계관을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최형진: 어떤 그런 바뀌는 흐름 가운데 있는 것 같아요.

◆ 신지영: 물론이죠. 그래서 사실은 국립국어원에서 제안하는 것들을 보면 굉장히 재밌는데요. 1992년에 표준 화법 해설이라는 제목으로 가족들을 어떻게 불러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제안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시대가 오래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부르지 않는데, 이렇게 부르면 틀리다고 하는데 이거 이상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2011년에 표준 언어 예절이라는 제목으로 또 제안을 합니다. 가족 간 호칭 이럴 때는 이렇게 불러라. 그런데 그 이후에 또 세계관이 막 바뀌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왜 그렇게 불러야 하지? 이런 목소리들이 막 생기니까 작년에 어떤 게 나왔냐면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이런 제목으로 국립국어원에서 연구 보고서를 냈어요. 제목이 굉장히 달라졌죠. 처음에는 표준 화법 해설. 그러니까 이렇게 불러야 한다, 이런 태도였다면 표준 언어 예절. 예절이니까 지키는 것이 좋아, 라는 제안처럼 들리죠? 그러다가 최근에는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이렇게 불러야만 한다는 입장들이 바뀌고 있다.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한데, 결혼한 여성은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시부모를 부르고, 남성은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에는 장인어른, 장모님 대신에 아버님, 어머님이라고도 부르는데, 생각해보면 결혼하면 모두 가족인데, 시작점부터가 호칭이 달라요.

◆ 신지영: 그렇죠. 그게 바로 세계관이 반영된 표현이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늘 말씀드리는데, 호칭을 보면요. 굉장히 비대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별적으로 굉장히 비대칭이죠. 한쪽은 결혼을 해서 배우자의 부모님을 아버님, 어머님. 부모님 부르듯이 해요. 그런데 한쪽은 배우자의 부모님을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옛날 예법에 맞는 거죠. 그러면 장인이라는 건 뭐냐면 나이 많은 남자를 그냥 높여 부르는 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그러니까 어르신이라는 뜻이에요, 사실은. 그리고 장모는 어르신 어머니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한쪽은 그냥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면서 나는 당신의 자식입니다, 나는 당신을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게 하고, 한쪽은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면서 그 배우자의 부모님을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 선 긋기를 하는, 그렇게 호칭을 사실 만들어서 그 세계관을 공고하게 만들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아니잖아요. 그 세계관을 우리는 더 이상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리니까 장인어른, 장모님의 입장에서는 그냥 새로 맞은 아들인데, 왜 저 아들이 나를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면서 선을 그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 최형진: 이제 알았네요, 저도.

◆ 신지영: 그런데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나는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불러서 나는 당신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모님은 나를 며느라, 새아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선을 긋죠. 그러니까 며느리 입장에서는 나를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네? 그렇게 서운해지는 거죠.

◇ 최형진: 오늘도 뒤통수 맞은 것처럼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 애청자 분들의 의견을 이쯤에서 받아볼게요. 나는 아내의 부모님을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아니다, 나는 장인, 장모라고 부른다. 자신의 나이와 함께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서 나는 40대, 장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의견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더 들어가면 저는 지금 이 표현도 고쳐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 신지영: 그렇죠. 배우자의 동생들을 높여 부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여기서도 또 성 비대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여성은 결혼을 해서 남성의 동생들을 여성일 경우에는 아가씨, 여자 동생이면 아가씨, 그다음에 남자 동생이면 도련님, 이렇게 부르잖아요. 그 도련님이 결혼을 하면 서방님, 이렇게 부른단 말이에요.

◇ 최형진: 그것도 참 비대칭인 것 같아요.

◆ 신지영: 그런데 한편으로 남자는 결혼을 해서 배우자의 동생들을 어떻게 부르죠? 여성이면 처제, 남성이면 처남이라고 부르죠. 여기서 비대칭이 생겨요. 한쪽은 아가씨, 도련님, 이렇게 말하고, 한쪽은 처남, 처제,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런데 이 말은 존댓말을 서로 다르게 가지고 와요. 높임법을 다르게 가지고 오는 말이에요. 아가씨라고 하면 뭐뭐 하세요, 이렇게 존댓말을 써야 하고, 그런데 처제라고 하면 뭐뭐 해. 반말을 쓰죠. 이렇게 호칭이 어떤 종류의 말 대접을 가지고 오느냐가 완전히 다르다는 거. 이것이 사실은 굉장히 불편한 진실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련님, 아가씨라고 불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왜 내 동생들은 처남, 처제라고 불리면서 반말을 듣고, 왜 내 배우자의 동생들은 내가 존댓말을 써줘야 할까. 뭔가 이상하지 않을까? 이게 여성들이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었던 거죠. 왜냐하면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왜 이렇게 결혼을 하면 불평등해지지?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지금 문자로 "어렵다. 오늘 방송은 노트 필기가 필수"라고.

◆ 신지영: 아니에요. 몰라도 된다.

◇ 최형진: 결론으로 귀결되고는 있습니다. "36세 남자입니다. 아내에게는 아버님, 어머님 호칭을 쓰고, 저희 부모님과 말할 때는 장인어른, 장모님으로 호칭하고 있다"고 하셨고, 다른 분은 "저희 아버지는 50대시고, 아버님이라고 부르십니다," 하셨고. "저는 40세 남성입니다. 저는 장인어른을 아버님, 장모님을 어머님이라고 불러요,"라고 하셨고요. 또 "40대,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핸드폰에는 장인어르신, 장모님, 이렇게 저장되어 있다." "31세 남성이고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결론을 맺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왜냐하면 호칭이 어렵다 보면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 부르기가 어려워지고, 부르기 어려워지면 대화하기 싫어지고, 그러다 보면 관계가 멀어지기 때문에 이게 조금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신지영: 맞습니다. 세상이 변했는데, 부르는 말도 당연히 변해야죠. 옛날에 없던 말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부르는 말도 옛날에는 관계가 단순했기 때문에 가족 호칭은 굉장히 다양했지만 더 이상 가족이 핵가족으로 됐기 때문에 가족 호칭의 대부분은 안 쓰이는 말이에요. 반면에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면 호칭들이 막 만들어지거든요. 그런데 가족 호칭은 왜 그렇게 핵가족 안에서 복잡하게 불러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잘 해보자,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불리고 싶은, 불렀으면 좋겠는 호칭들을 가족 간에 잘 이야기해서 귀결해보는 것,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부르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 이렇게 결론을 내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 최형진: 오늘 말씀은 여기서 줄여야겠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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