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엔 '보호' 박지원엔 '신뢰' ..문대통령의 꽃말 정치

최은지 기자 2020. 10.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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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함께 축하받아야" 문대통령 아이디어..'격식 파괴' 정은경 임명장 수여식
역대 첫 대통령이 직접 '장군의 칼' 삼정검 수여..김여사, 부토니에 내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유 사회부총리의 시어머니 정종석씨. (청와대 제공) 2018.10.2/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 인사 대상자의 가족을 참석하도록 한다. 이전 정부에서 볼수 없었던 장면이다. 청와대의 수많은 행사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식 중 하나가 바로 '임명장 수여식'이다. 문 대통령의 행사 일정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정이기도 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당사자에게 다시없을 영예로운 순간을 축하하고 이를 위해 헌신한 가족도 함께 축하받아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통상 임명장 수여식은 의전상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청와대 경내 행사로 진행된다. 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에서 수여식이 진행된 후 인왕실로 이동해 환담을 나눈다.

문 대통령과 인사 대상자, 가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임명식 수여식에는 딸과 손자가 참석했고, 문 대통령은 박 원장 손자에게 청와대 기념품도 전달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는 유 부총리의 시어머니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유 부총리의 시어머니와 두 손으로 악수를 했고, 시어머니는 문 대통령에게 "고생 많으시죠"라고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박 원장의 손자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7.29/뉴스1

◇임명장 수여식의 '꽃다발 정치학'…이인영에 '평화와 번영'·박지원에 '헌신과 신뢰'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대상자에게 수여한 후 꽃다발은 가족에게 전달한다. 가족에게도 축하를 전하는 것이다. 이때 전달하는 꽃다발에도 정무직 고위 공무원에게 당부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배우자에게 '평화와 희망'을 의미하는 데이지와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꽃말의 은방울꽃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했다. 이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박지원 국정원장 손자에게는 '헌신과 성실'의 의미를 지닌 헬리오트로프와 '신뢰'를 상징하는 송악 및 아게라덤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줬다. 국민에 대한 헌신으로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김창룡 경찰청장 배우자에게는 '국민과 소통하는 믿음직한 경찰, 국민을 보호하는 수호자'의 상징을 담아 말채나무와 산부추꽃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달했다. 말채나무는 이 나무 가지로 말의 채찍을 만들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으며, 산부추꽃은 '보호'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배우자에게 연꽃과 옥잠화, 스위트피, 리시안셔스 등 서로 다른 계절과 생육조건의 꽃들을 섞은 꽃다발을 전했다. 전 부처를 조율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화합과 조정'의 의미와, 블루베리 열매를 더해 향후 좋은 성과를 창출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의미다.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의 배우자에게는 헬리오트로프(헌신), 아스타(신뢰), 덴파레(축하)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하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을 통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강한 국방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0.9.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은 여러모로 '최초'의 의미를 담았다. 코로나19 상황 대응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직접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한 것으로, 이는 처음으로 기록됐다.

아울러 임명장 수여식에 정 청장의 가족이 아닌 함께 고생한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알스트로메리아(새로운 시작), 카네이션(감사), 산부추꽃(보호)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달해 질병관리청 개청 축하와 그동안의 헌신과 노고에 대한 감사,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진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운용 지작사령관(육군 대장), 준장 진급자 79명에게 수여한 삼정검. (청와대 페이스북) 2019.1.8/뉴스1

◇'군 통수권자' 대통령이 직접 준장 진급자에 '장군의 칼' 수여…역대 최초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른 '첫 사례'를 만든 인사 행사는 바로 준장 진급자들에게 직접 삼정검을 수여하고 수치를 달아주는 의식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준장 진급자에게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을 수여했고, 이 중 '중장'까지 진급한 사람에게 대통령이 '수치'를 달아주는 의식만 해왔다. 수치는 대통령이 직위와 이름, 날짜를 수놓아 삼정검 손잡이 부분에 달아주는 분홍색 끈으로 된 깃발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11일 역대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준장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직접 수여한 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군인으로서 큰 영예인 장군이 된 의미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축하하고,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급자들에게는 삼정검을 수여하고 수치를 달아준 후, 동행한 가족에게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군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별을 달았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안다"라며 "가족들의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여러분들이 달게 된 별을 가족들도 함께 받으신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삼정검을 받은 장성들이 "우리는 호국, 통일, 번영을 이룩한다"고 제창하는 '삼정의 다짐' 의식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소위들이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공군사관생도 졸업·임관식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제공) 2020.3.4/뉴스1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인사 행사에서 꽃으로 축하의 의미를 더하며 내조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3월4일 개최된 제68기 공군사관생도 158명 졸업 및 임관식과 같은 달 12일 열린 169명의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행사 규모가 축소돼 진행되면서 생도들의 가족이 참석하지 못했고, 이에 김 여사는 가족을 대신에 생도와 임용자들을 위한 부토니에(코사지)를 준비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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