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중 잡초 엉겅퀴가 스코틀랜드 국화라고?
"해바라기 굴광성은 정절의 상징.. 향수의 원료 라벤더는 저항 뜻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피오나 스태퍼드는 ‘덧없는 꽃의 삶’을 통해 꽃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직조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꽃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보여준다. 일상 곳곳에서 생생하게 피어나 우아한 자태로 감탄을 자아내는 15가지 꽃에 관한 이야기이다. 야생에서 혹은 정원에서 피는 이 꽃들은 문학, 신화, 예술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1967년 10월 프랑스 사진작가 마르크 리부가 미국 펜타곤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반대시위 장면을 찍었다. 꽃무늬 옷을 입은 젊은 여성 얀 로즈 카스미르는 손에 꽃 한 송이를 들고 총검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앞에 버티고 서서 평화를 호소한다. ‘궁극의 대결’로 불리는 이 사진은 총검을 든 이가 오히려 꽃을 무서워하는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꽃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꽃의 사자’로도 불리는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하여 태양이 가장 밝은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해바라기의 이런 굴광성은 정절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7세기 결혼 초상에서 해바라기는 사랑과 복종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당시 인류 초상화가였던 바르톨로메우스 판 데스 헬스트가 그린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젊은 여자’는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는 한편 왼손으로 해바라기를 높이 들어올린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씨앗을 약속하는 해바라기는 충실한 복종과 다산을 암시한다. 화병에 담긴 해바라기를 그린 고흐의 연작은 오늘날 그의 그림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가장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이지만, 고흐는 해바라기가 얼마나 빨리 시들어버리는지 잘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흐는 이 꽃들을 그리는 내내 다급했고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해바라기 그림을 언급하면서 “그림들이 꽃처럼 시든다”고 슬프게 말하기도 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때 시신으로 뒤덮인 격전의 현장 플랑드르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양귀비꽃은 설명할 길 없이 짧은 삶,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은 젊은 남자들의 이미지가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수많은 시인과 화가의 시와 그림에서 때로는 덧없음의 상징으로, 때로는 자연의 부활과 싱그러운 성장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이미지로 꽃들이 소개된다. 책 제목은 저자의 전작 ‘길고 긴 나무의 삶’에 대응하여 지었다.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나무의 숨결과는 또 다른 꽃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담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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