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었다" 팬들 반발에 웹툰 '헬퍼' 작가 사과.."재정비 시간 갖겠다"

송화연 기자 2020. 9. 1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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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삭, 14일 헬퍼 연재페이지 통해 사과문 게시..휴재 예고
네이버웹툰 "표현수위 세심한 관리 못해 사과..더욱 주의할 것"
네이버웹툰 '헬퍼 2:킬베로스' 홍보 이미지 (삭 네이버 공식 블로그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불법 촬영, 학교 내 성폭행 등 자극적인 스토리와 여성혐오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 작가 삭(본명 신중석)이 사과문과 함께 당분간 작품을 쉬겠다며 휴재를 예고했다.

신 작가는 14일 오후 11시25분쯤 헬퍼2 '248화'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Δ시즌2 작화 관련 대필 의혹 Δ성에 대한 착취나 상품화라는 우려 Δ문제가 된 '247화' 여성 노인캐릭터 '피바다' 연출 문제에 대해 각각 해명했다.

◇시즌1과 달라진 시즌2 그림체에 대필의혹…작가 "사실아냐" 헬퍼는 도시를 지키는 주인공 장광남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저승과 이승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시즌1은 독특한 그림체와 탄탄한 스토리, 수많은 명대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시즌2가 기존 전체이용가에서 '만 18세 이용가'로 바뀌면서 폭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욱 잔인해졌고 학교 내 성폭행, 마약 투여, 불법 촬영물 촬영, 살인 등의 스토리가 담기면서 일부 독자들이 불쾌감을 토로했다.

시즌1과 비교해 과격해진 표현과 묘사에 일각에서는 '작화 대필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신 작가가 직접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명하기도 했다.

신 작가는 이날 사과문에서 "본인은 여러 그림체를 갖고 있고 시즌2는 시즌1과는 다른 장르와 세계관이기에 기획 의도에 맞춰 그림체를 새로 조합 및 변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본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시즌1부터 본 독자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해 결국 이런 오해까지 만들어 아쉽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몇몇 이용자가 사실 확인도 없이 제 작업을 도와주는 어시(보조자)들이 대필한 것이라며 억측과 험한 말로 상처를 주고있다. 부디 자제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성 상품화 우려, 일부장면 편집돼 퍼진 탓…스토리 일부일 뿐"

성 착취와 성 상품화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신 작가는 "시즌2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세계의 악인과 악마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를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라고 밝혔다.

전체 관람가였던 헬퍼를 시즌2에서 18세 이상 이용가로 변경한 결정도 여기서 비롯됐다. 신 작가는 "일부 장면만 편집돼 퍼지다 보니 단지 성을 상품화해서 돈이나 벌려고 했던 만화로 오해되고 있지만,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다"며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노인 고문 상상도 못해봤다…피바다 가장 사랑한 사람은 나"

신 작가는 이번 헬퍼 논란의 도화선이 됐던 노인 고문 연출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지난 8일 유료로 공개된 헬퍼2 247화에서는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알몸으로 결박된 뒤 마약을 투여받는 고문 장면이 나왔다. 심각성을 느낀 독자들은 이를 언론과 네이버웹툰 측에 신고했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헬퍼 마이너 갤러리'는 지난 11일 공식 성명을 내고 247화에 대해 비판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성명에는 "(남성이 느끼기에도) 평소 헬퍼의 여성 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고 특히 이번 9일에 업로드된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신 작가는 "시즌1 66화에서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긍정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80화에서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며 예전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력이 가장 강한 피바다가 이 정도로 변하려면 어느 정도 일들이 있었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피바다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며 "180도 바뀐 정신변화를 납득시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고 장면을 그리는 5시간 내내 (캐릭터에) 미안했지만 그러기에 더욱 어설프게 표현하면 실례겠다 싶어 헬퍼 전 화를 통틀어 가장 전력을 다해 그렸으나 평소보다 더 세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짙어진 일부 장면은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노인 고문이라는 의도는 감히 상상도 못 해봤다"고도 했다. 신 작가의 부가 설명에 따르면 피바다는 향후 선한 영향력을 가졌던 과거의 캐릭터로 돌아가게 된다.

◇"작가적 욕심에 가이드 이상의 표현…역효과 낳아 죄송"

마지막으로 신 작가는 "성인등급이었기에 전체관람 때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수위높은 표현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웹툰팀이 수위를 주의해야 한다며 매번 가이드를 해줬으나 작가랍시고 욕심을 부려 가이드보다 조금씩 더 높게 표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웹툰을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와 소수의 마니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신 작가는 "약 9년이란 세월 동안 만화를 그리며 먹고 살고 인생을 감사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부족한 만화를 실제보다 더 좋게 해석해주며 봐준 독자님들 덕분"이라며 "댓글을 읽지 못한 것은 불통이 아닌 댓글에 영향을 받아 기획한 만화를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이 돼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글을 마무리하며 "정비 시간을 갖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네이버웹툰도 이번 사과문을 통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헬퍼2를 18세 이상가로 제공하면서 연재 중 표현 수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사과한다"며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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