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하이패스 영수증 조작, 수천만 원 횡령

박기원 2020. 9. 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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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영수증을 위조해 출장비를 횡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허위 출장비 수령은 2017년 7월부터 감사가 시작된 지난 4월까지 무려 2년 9개월 동안 이어졌고, 위조된 하이패스 영수증은 9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상남도 감사관실은 "감사에서 출장비 부정 수령은 종종 적발되지만, 장기간, 조직적으로 하이패스 영수증을 위조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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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영수증을 위조해 출장비를 횡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허위 출장비를 받아낸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공무원 17명이 지난 6월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출장을 가지 않고, 3년 가까이 증빙자료를 위조해 4천800여만 원의 허위 출장비를 타냈다는 건데요. 손쉽게 출장비를 타내는 데 주로 쓰인 증빙자료는 다름 아닌 위조된 '하이패스 영수증'이었습니다.

"진짜 영수증과 글씨체, 크기, 내용 똑같이 위조"


고속도로 하이패스를 통과한 뒤 이를 증빙자료로 쓰려면 홈페이지에서 영수증을 출력해야 합니다. 영수증에는 이용요금을 포함해 시간과 입·출구 영업소, 카드번호, 고유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임의로 수정할 수 없어서, 기관에서는 이 영수증을 증빙자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은 하이패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영수증과 똑같은 양식으로 가짜 영수증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문서 작성프로그램을 이용해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 출력했습니다. 영수증의 크기와 서체, 항목까지 똑같이 만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진짜 영수증과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출장명령서를 작성한 뒤 만원 안팎의 가짜 하이패스 영수증을 증빙자료로 제출했고, 일비 2만 원, 식비 2만 원 등을 포함해 회당 4만 원에서 6만 원의 허위 출장비를 받아냈습니다. 허위 출장비 수령은 2017년 7월부터 감사가 시작된 지난 4월까지 무려 2년 9개월 동안 이어졌고, 위조된 하이패스 영수증은 9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짜와 구분 어렵지만, 입력 실수로 '덜미'


형식은 완벽했지만, 내용은 엉터리였습니다. 감사관이 확인한 영수증에는 진입 영업소와 진출 영업소의 이름이 똑같았습니다. 'A 영업소'에서 차량이 진입했다면 'B 영업소'가 출구로 찍혀야 하지만, 출입구 영업소가 같았던 것입니다. 또 영업소마다 다른 전화번호를 똑같게 입력했고, 영수증마다 다른 고유번호도 그대로 붙여넣기 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신용카드 번호도 임의로 만들었습니다. 영수증에 나와 있는 카드번호 16자리가 같은데도, 카드 회사명을 다르게 써넣었습니다. 경상남도가 영수증에 사용된 72개의 카드번호를 확인했더니, 42개는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출장비를 받아내기 위해 임의로 번호를 조합해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농업진흥청 사업을 위해 파견된 기간제 민간전문가의 카드번호까지 증빙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상남도 감사관실은 "감사에서 출장비 부정 수령은 종종 적발되지만, 장기간, 조직적으로 하이패스 영수증을 위조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회계 관련 공무원, 묵인·방조에 영수증 위조 동참"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4천800만 원에 달하는 허위 출장비 수령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출장비를 감독하는 회계 관련 공무원들이 직원들의 일탈을 묵인하고 방조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영수증 위조에 동참해 출장비를 타낸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경상남도는 감사 보고서에서 "회계 관계 공무원은 직원이 실제 출장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장을 승인했고, 하이패스 영수증의 위조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 이후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은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조직과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점을 감안해 선처해 달라"라고 했지만, 경상남도는 부당하게 공금을 횡령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상남도는 감사에 적발된 17명 가운데 200만 원 넘게 허위 출장비를 타낸 10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17명 모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입니다. 또 부정 수령한 출장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할 계획입니다.

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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