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도 배움터도 되죠!..역할 많아진 집, 홈오피스로 꾸미기 유행

김지원 기자 2020. 9. 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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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장기화·온라인수업 일상화로 집안 리모델링·가구 교체
가구업체들 매출·영업이익 급증..유통업계도 홈인테리어 '중개'

[경향신문]

다양한 크기와 배치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밀 수 있는 한샘 샘스틸 책상. 한샘 제공
아리아퍼니처가 올해 출시한 수험생용 ‘You can do it’ 책상. 아리아퍼니처 제공

직장인 A씨(38)는 소파, 응접실 테이블이 중심이던 거실 구조를 바꿔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6인용 책상과 서류책장 등을 배치했다. 무선 프린터와 커피머신 등도 구입했다. 거실의 대형 TV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용도보다도 컴퓨터와 연결해 와이드 모니터처럼 활용하고 있다. A씨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있는 동안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집 구조를 바꾸었다”며 “일할 때 집중이 잘되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9세 아들을 둔 프리랜서 B씨(45)도 최근 주방 겸 거실을 홈카페처럼 꾸며 자유롭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했다. 커다란 ㄱ자 책상을 따로 맞춤제작해 아이와 자신이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와 가족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의 놀이와 공부를 함께 봐주면서 본인도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 온라인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이들처럼 집의 배치를 변경해 집을 ‘오피스’처럼 꾸미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집이 단순히 쉬는 공간을 넘어 공적인 기능까지 담게 되면서 관련 업계도 바뀐 시장 수요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신혼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작업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도록 꾸민 서재. 현대리바트 제공

■ 맞춤형 컨설팅으로 홈오피스 설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의 기능,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25일 이케아코리아가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라스 욘슨 커머셜 매니저는 최근 이케아코리아의 호실적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6634억원을 기록했다. 기흥점, 동부산점 등 신규 매장 개점 효과가 겹쳐지면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장 방문객도 전년 대비 31% 늘어났다.

국내 가구업체들도 잇따라 상반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한샘은 올 상반기 매출 1조116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5%, 47.4% 성장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올 상반기에 매출 7223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7%, 56.6% 신장했다.

실내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수요가 확산되면서 리모델링, 가구 배치 추천 등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대일 상담을 통한 맞춤형 리모델링 서비스인 ‘리하우스’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한샘의 경우 2분기 리모델링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한샘 인터넷몰을 통한 리모델링 관련 상담 건수는 지난 1월 3200여건에서 6월 7200여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홈오피스 콘셉트를 정조준한 가구들도 인기다. 아리아퍼니처는 지난 6월 말 출시한 신제품들에서 학습공간, 홈오피스 관련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외부환경을 완전히 차단하는 디자인의 독서실형 책상, ㄱ자로 꺾인 디자인으로 설계돼 집에서도 좀 더 넓은 업무환경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어필하는 책상, 높낮이를 조절해 스탠딩 데스크로도 활용할 수 있는 모션데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홈오피스, 홈스쿨링 열풍을 겨냥해 해당 기능을 강조한 형태로 아파트 내부 구조를 설계, 제공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8월 새로운 주거공간 요구에 맞춘 ‘아지트3.0’을 선보이고, 안방과 이어진 대형 드레스룸에 시스템 가구 등을 접목해 서재 및 업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녀방엔 측면 발코니에 서재형 시스템 가구를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었다.

■ 선택 아닌 필수 된 홈오피스

홈오피스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초반엔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웹캠 등 재택근무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 위주로 잘 팔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성을 강조한 가구부터 시작해 커피머신, 블라인드 등 주변 집기로도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이베이가 운영하는 G마켓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독서실 책상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다. 주의력이 산만해지기 쉬운 집에서 아이들이 보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집 내부의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24%)이나 서류정리함(51%), 좌식의자(101%) 등의 매출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티몬에서도 같은 기간 독서대 매출이 693% 증가했고, 집에서 서류를 출력해 볼 수 있는 레이저 프린터의 매출도 142% 성장했다.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한번에 인터넷망에 원활하게 접속하게 도와주는 무선랜 증폭기의 매출은 무려 1239%까지 성장했다. 무선랜 증폭기나 레이저 프린터 등은 본래 가정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상품군이지만 집이 ‘오피스’화되면서 사무기기가 집으로 들어온 사례다.

유통업계도 적극적으로 홈오피스 수요를 붙잡기 위해 변신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쓱(SSG)닷컴은 300여개 인테리어 전문업체가 입점한 인테리어 시공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5월 온라인쇼핑몰에 홈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을 개설했는데, 최근엔 이용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처럼 각자의 인테리어를 공유, 소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 재택수업으로 인해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홈오피스’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집의 의미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라며 “집이 가까운 이들과 오래, 같이 머무르는 공간이면서 공적인 업무까지 수행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안락함과 효율성에 대한 요구들이 함께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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