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어디가] 강변 캠핑장에서의 차박..도심 속 캠핑, 언택트 대구 여행
먹고 자는 모든 걸 내가 책임지는 캠핑. 거기에 ‘자동차’라는 기동성을 더한 ‘차박’은 코로나시대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는 언택트 여행법이다. 대구의 젖줄, 금호강변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비대면 차박 여행을 즐기고 왔다.
*차박이란? 말 그대로 차에서 먹고 자며 머무르는 캠핑이다. 차에 캠핑장비를 다 싣고 다니며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차 위나 뒤에 어닝이나 텐트를 연결하는 도킹 텐트, 캠핑 트레일러, 캠핑카로 여행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날씨나 계절에 구애 받지 않으며 백패킹에 비해 기동력 있고, 타프와 텐트를 모두 쳐야 하는 오토캠핑에 비해 쉽고 빠르게 사이트 구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SUV나 왜건, 미니밴 같은 RV(Recreational Vehicle) 차량이 주로 쓰이지만 소형차의 경우에도 도킹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시키는 차박이 가능하다. 차만 있다면 원하는 언제든 떠나서 어디든 차를 대고 자연을 캔버스 삼아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가장 완벽한 비대면 여행인 차박은 차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데다, 날씨나 벌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질식의 위험도 없다.
▶퇴근박 가능한 도심의 언택트 캠핑장
지난해 9월 문을 연 금호강 오토캠핑장은 9655㎡(약 3000평)의 넓은 대지에 16사이트가 전부로, 호젓하게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최대 10×10m 사이즈에 텐트간 거리가 2m가 넘기 때문에 캠핑카 혹은 자차, 텐트를 가져와 캠핑을 즐기는 일명, 차박을 하기에도 좋다.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게다가 북대구IC에서 20분 거리, 북구 검단동 산업단지에 위치한 도심형 캠핑장이라 퇴근 후에 와도 이른 저녁을 해먹을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언택트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곳이다. 강을 끼고 있어 캠핑의 꽃인 ‘불멍’뿐 아니라 ‘물멍’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데다, 아직 개장한 지 얼마 안돼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다.
QR코드로 출입관리를 하고 체온 측정이 끝나자, 사이트를 배정 받는다. 우리의 사이트 번호는 강변에 위치한 6번. 캠핑장 전 사이트가 리버 뷰긴 하지만 6번 사이트는 호텔로 치면 바로 눈앞에 물이 펼쳐지는 프리미엄 리버 뷰다. 층간 소음이나 재테크 걱정도 없는 천연의 리버 뷰다. 캠핑장엔 특히 노지나, 주차장에서 스텔스 캠핑(타프나 텐트, 테이블 등을 설치하지 않아 밖에서 볼 땐 주차 차량으로 보이는 캠핑)을 할 경우에는 느낄 수 없는 쾌적함이 충만했다. 일단 호텔에서나 보던 천장 설치식 온수 샤워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놀이터와 함께 방범용 CCTV가 갖춰져 있고, 하늘 다리와 미끄럼틀 등이 놓인 잔디광장과 함께 나무블록, 색깔이 변하는 회전의자, 목마 등이 있어 아이 동반객에게도 쉴 틈을 준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블로그 ‘제멋대로 대구로드’나 대구관광뷰로의 대구관광 공식 인스타그램(@daeguvisit)에 들어가면 금호강 오토캠핑장 외에 대구의 유명 관광지와 축제, 행사, 맛집, 숙박, 쇼핑 등 대구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즐긴 불멍 타임
오픈 트렁크에 연결한 차박 텐트를 젖히니 햇살 부서지는 금호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감성 트렁크뷰’를 원하는 감성 캠핑자들에게 트렁크 뒤 물멍이 가능한 금호 오토캠핑장은 최고의 선택이다.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를 우렁각시 같은 관리 요원들 덕에 늘 깔끔한 상태인 화장실과, 수챗구멍 막힐 틈 없이 청소된 개수대나 샤워실 때문에 쾌적한 몸으로 치맥 타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미 시원하게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캠핑카 냉장고에서 이마가 쩡 갈라질 듯 차가운 맥주를 꺼내 든다.
아파트 벽으로 가려진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만남이 캠핑장엔 남아 있다. 빠뜨리고 가져오지 않은 망치를 빌려주거나, 텐트 치는 것을 도와주면 저쪽에서 수박을 보답하는 식이다. 캠핑장 안쪽엔 특별여행주간을 맞아 ‘언택트 여행’ 이벤트에 당첨된 모녀와 모처럼 주말을 즐기러 온 대학생들이 묵고 있었다. 그네들과 맥주를 앞에 놓고 둘러 앉아 각자의 여행 썰을 풀어 본다. 경상도 사투리로 아무리 ‘단디’ ‘똑띠’ 잘살아보려 한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 우리의 결론은 결국 인생은 ‘고기에서 고기’였다. ‘더운데 무슨 셀프 바비큐인가’라는 결론에 공통적으로 도달한 멤버들은 비대면 주문이 가능하다는 신천 둔치 칠성야시장으로 향했다.
산으로 사방이 막힌 답답한 대구가 싫어 서울로 온 내게, 금호강이 ‘왜 이제야 왔어’라고 말하는 듯 문득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대구가 고향인 나도, 캠핑장에서 만난 모녀도 미처 몰랐던 대구의 시원한 강바람이 들뜬 이마를 시원하게 만져준다. 사는 게 다 이렇다. 태어난 김에 사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다가도 이따금 그 앞에 나를 가져다 놓고 있노라면, 자연은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연과 가까운 곳에 나를 놓아둘 수 있는 ‘캠핑’은 위급할 때 써먹는 응급처치법이다.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에서 온 탕자에게, 장구하게 흘러온 금호강이 속삭인다. 가만가만, 천천히 가도 결국은 닿는다고.
▷Info 금호강 오토캠핑장 위치 대구시 북구 검단동 458-4 연중무휴(설, 추석 당일 제외) 요금 1인당 비수기 2만5000원(주말 3만 원), 성수기 3만 원(주말 3만5000원). 14:00 입실, 12:00 퇴실 예약 북구청 홈페이지 or 대구시 통합예약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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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상상 칠성야시장
위치 대구시 북구 태평로 177-3(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도보 5분, 신천둔지 공영주차장 일원)
미디어파사드로 수놓은 양반 문화
▶구암서원
위치 대구광역시 북구 연암공원로 17길 20
[글 박찬은 기자 사진 김민수 취재협조 (사)대구관광뷰로, 카트리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6호 (20.09.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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