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한 달..세입자들 '주거 안정' 서서히 체감

송진식·김희진 기자 2020. 9.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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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정착..보증금도 예측 가능"
정부 문의·상담 전화도 크게 줄어
예상과 달리 빠른 연착륙 가능성

[경향신문]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2012년 결혼한 이래 거의 2년마다 이사를 다녔다. 신혼집은 대출을 받아 마련한 경기 광명시의 전세 8500만원인 아파트였다.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집주인이 “1억1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2014년엔 은평구에 전세 1억원인 빌라를 얻어 용하게 4년을 살았지만 “월세로 돌린다”는 집주인 말에 다시 집을 옮겼다. 2018년에 이사한 전세 1억6000만원짜리 빌라는 계약만료 4개월을 앞두고 집주인이 한밤중에 전화해 “전세금을 급히 10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그는 기본계약기간(2년)도 못 채우고 짐을 쌌다.

지난 7월 말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은 큰 도움이 된다고 A씨는 말했다. “2년마다 새집을 구해 이삿짐을 싸고 푸는 스트레스가 그간 심했지만, 향후 4년 정도는 지금 사는 집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며 “재계약 시 현재 보증금(2억원)의 5%인 1000만원까지만 올려주면 되니 예측 가능한 삶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1인 가구 B씨(28)는 21세 때부터 최근까지 아홉 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월셋집에서 1년 만에 나온 적도 여러 번이다. 이사 횟수만큼이나 B씨의 주거와 삶은 불안정했다. 그는 “이사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데 그것만 모아도 보증금을 더 높여서 방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착’이란 표현에 회의적이던 B씨도 새 임대차법이 반갑다. B씨는 “이사를 자주하다 보면 사람이 서서히 ‘말라 죽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갱신권이 생겨서 최대 4년을 머물 수 있게 됐고,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돼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가 포함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법 시행 직후 국토교통부 등에 빗발쳤던 문의·상담 전화도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드는 등 새 임대차법이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연착륙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예비 집주인’들도 새 임대차법을 반긴다. 서울 옥수동에 거주하는 C씨와 둔촌동에 거주하는 D씨는 모두 향후 몇 년 안에 주택 구매를 계획 중인 세입자들이다. C씨의 경우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물량을, D씨는 3기 신도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집을 살 때까지 거주 안정을 찾는 게 문제였는데, 4년 기본계약이 보장돼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시행 초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가능 여부, 집주인의 실거주 사유로 인한 계약갱신 거부 문제 등을 놓고 벌어진 임대·임차인 간 혼선도 잦아들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각각 설치된 임대차법 상담소의 일일 상담 건수를 집계한 결과 상담소 개설(8월24일) 이후 8월 말까지는 일일 평균 46건이던 상담 건수가 9월 들어서는 29건으로 37% 감소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상담소를 직접 찾아오는 방문객은 드물다”며 “실제 상담 내용도 방문 필요 없이 전화 문의로 해결되는 계약갱신청구 관련 단순 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든 점을 들어 아직 연착륙 여부를 판단하긴 섣부르다고 본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계약이 갱신된 데다, 규제 강화로 실거주하려는 집주인들도 늘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기존 세입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 있으니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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