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부른 자충수..부동산법.탈원전 등 국정추진 동력 '흔들'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여론 수렴과정도 없이 일방통행
국론분열 등 부작용 자초..다른 이슈도 불만 쏟아질듯
"차질 빚는 국정과제 수 늘어날수록 레임덕 빨라질 것"

서경 펠로(자문단)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시급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완강하게 반대하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공청회를 여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와 의료계가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고 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그런데 지금 여당이 꺼낸 정책은 10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얘기를 꺼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이 국민의 불편 등 상처만 남긴 채 사실상 표류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다른 국정과제 추진 동력도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진단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도 그렇고 탈원전도 그렇고, 여당이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진하는 정책이 어디 한둘이냐”며 “이번에는 보건의료 정책에서 탈이 났는데, 다른 데서도 탈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당이 7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임차인 보호 등을 목적으로 ‘임대차 3법’, 강화한 종부세법 등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했지만 시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며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에게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원전을 놓고도 정부 여당과 업계, 여당과 야당 간 대립각이 여전하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언급하자 논평을 통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며 승승장구하던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지역경제가 붕괴됐고, 흑자를 내던 한국전력도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적자를 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 없이 탈원전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둘러싸고도 여야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7월 공수처법이 시행됐지만 정치권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은 2월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의 결과를 지켜본 뒤 야당 몫인 2명의 추천위원을 선임한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향후 출범할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법조계 일각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불을 지핀 행정수도 이전,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공사를 첫 방문지로 정하며 강조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도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정부가 아니고 공식적인 정책결정기관도 아니다”라면서 “레임덕 얘기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여당이 나서 풀면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당사자·야당 등과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지훈·박진용·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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