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금고 하균표 대표 "압구정동에 대형금고 만들어 '큰돈' 보관 서비스".. 회장님 댁 벽 속에 위장금고 설치도

최락선 기자 2020. 9.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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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여금고보다 훨씬 크고, 이용 시간도 깁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니까 눈치 보면서 쓸 필요가 없죠."

하균표 신성금고 대표(59)는 은행에서 VIP 고객에게 금고를 대여해주는 것처럼 사용료를 받고 자체 금고를 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극동타워에 '볼트1932 압구정점'을 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전금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 대표는 "해외처럼 국내 민간 대여금고 시장도 활성화될 여건이 됐다"며 "내년부터 종로, 대치동, 부산에 순차적으로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여금고 1위 업체인 신성금고는 1932년 창업주의 이름에서 따온 김경복금고상회를 모태로 한다. 하 대표는 지문인식 기능이 있는 은행 대여금고를 히트시키는 등 입사 20년 만인 201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 대표는 동시에 창업주 2세로부터 회사 지분을 인수했다. 내부 직원이 경영권 승계하도록 돕는 펀드의 도움을 받았다.

◇은행 대여금고의 8배…현찰 50억원 보관 가능

신성금고 매출 대부분이 은행에 대여금고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부문에서 나온다. 1971년 22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충무로 대연각호텔 화재 때 신성금고가 이 호텔 1층 외환은행에 설치한 금고가 형체를 유지한 채 작동해 금융가에 널리 알려졌다. 한국은행 62년, 국민은행 57년, 우리은행과 52년째 거래한다. 주요 시중은행 본점과 지점 등 2500곳의 금고실과 대여금고를 구축했고 점유율은 60%선이다.

하 대표는 은행지점이 통폐합되는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민간 대여금고에 주목했다. 취임 3년째 내놓은 것이 프리미엄 안전금고 서비스인 ‘볼트 1932’다. 압구정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1995년 지문인식 대여금고를 설치했던 장기신용은행 압구정점이 1년만에 수신고 1253억원을 달성했었다"며 "그런 돌풍을 다시 일으키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트1932 압구정점'은 전용면적 347㎡(105평), 대여금고 전용면적은 143㎡(44평)이다. 금고실 4개에 대여금고 402문을 갖췄다. 은행 대여금고보다 4배 큰 H44형 106리터(ℓ) 268개, 8배 큰 H88형 212리터 134개로 구성돼 있다. H44형은 5만원권을 채우면 25억원, H88형은 50억까지 들어간다. 402문을 모두 5만원권으로 채우면 1조 3400억원이다. 법적으로 기타보관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실명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보안성도 높다. 장정맥과 지문 등 생체정보로 인증된다. 벽체는 섭씨 1400도에서도 2시간 이상 견디고, 금고문도 2시간 이상 반경 20cm 이상 구멍을 내지 못한다. 미국 안전규격 개발·인증 회사인 UL에서 최고 등급인 ‘UL CLASS-Ⅲ’를 받았다. ADT캡스와의 보안 계약은 은행과 동급으로 적용받았다.

하 대표는 "벽체 방어기술, 금고 출입문 방어기술이 CLASS-Ⅲ은 세계적으로 10개 업체 정도 밖에 없다"며 "금고사고에 대비해 10억까지 보상받는 보험도 들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커뮤니티 금고, 금고 프랜차이즈도 계획

하 대표는 재건축이나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대여금고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이달 청약하는 인천시 송도에 있는 힐스테이트 스테이에디션 커뮤니티에 설치된다. 그는 "집 근처 특별한 시설에 있는 개인 금고는 집 금고와는 또 다른 위안을 준다"며 "집에 온 손님에게 금고가 노출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건물에 공간을 내줄 테니 금고사업을 함께 하자는 건물주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대여금고 설치와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건물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염두에 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주택에 맞춤형 금고실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꾸준하다. 영화처럼 벽에 카드를 대면 벽면이 열리고 금고가 나타나는 ‘위장 금고실’도 설치한다. 대기업 회장님도 고객 리스트에 있다.

하 대표는 "88년 동안 금고만 한 우물을 팠고, 우리 금고는 한번도 뚫리지 않았다"며 "창립 100주년까지 은행 대여금고 매출만큼 개인 대여금고 매출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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