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우리나라'를 지키는 휼륭한 한국인

남상훈 2020. 9. 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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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한국인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인간의 인지발달을 연구한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Piaget)를 잠시 짚어 보겠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머릿속에 개념의 도식을 갖고 있다.

그 아이들은 두 개의 문화와 두 개의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도식 속에 그들을 동화시키기보다 인지를 '조절'하여 다양한 도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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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한국인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인간의 인지발달을 연구한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Piaget)를 잠시 짚어 보겠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머릿속에 개념의 도식을 갖고 있다. 참새와 까치와 비둘기를 통해 ‘새’라는 개념을 학습한 경우 그 아이의 인지 속에는 ‘새’의 도식이 형성되었다. 날개가 달려 있고, 그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체가 그 도식의 주내용이 될 것이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독수리와 비행기를 보고 ‘새’라고 판단했다면 기존의 도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것을 ‘동화(同化)’라고 한다.

반면 독수리는 ‘새’이지만 비행기는 ‘새’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기존의 도식을 수정하여 ‘비행기’라는 새로운 도식을 생성하는 것을 ‘조절’이라고 한다. 이처럼 피아제는 동화와 조절을 통해 인간의 인지발달을 설명했다.

이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로 가보자. 그 학교는 중도입국 학생이 많아 다문화 중점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인근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 아저씨들이 직업체험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급의 절반이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된 아이들은 경찰복도 입어보고 경찰 오토바이도 구경했다. 경찰관 아저씨의 품에 안기거나 수갑을 만져 보기도 했다. 경찰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문화 이중언어교육
진로 체험교육은 성공리에 마쳤고 이제 경찰서장님이 마무리할 차례였다.

“여러분,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한국인이 되어야겠지요?”

“난 한국인 아닌데….”

“저 러시아 사람이에요.”

“전 몽골 사람이요.”

“우리나라? 우즈베키스탄?”

“전 우리나라 안 가고 한국에서 살아요.”

아이들은 외국인 말투로 명랑하게 대답했다. 서장님은 당황했고 이런 민망한 상황에서 담임선생님은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이란 정체성이 흔들리는 아이들로 이해했던 서장님은 그들을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중도입국 학생은 ‘러시아 사람인데 한국에’ 살거나 ‘몽골 사람인데 한국에’ 사는 이민자 정체성이 또렷하다. 또한 모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하는 이중언어적 정체성도 또렷하다. 비행기를 ‘새’의 도식 속에 구겨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화주의적 접근법은 한국 문화가 우월하니 출신국 문화를 버리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 아이들은 두 개의 문화와 두 개의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도식 속에 그들을 동화시키기보다 인지를 ‘조절’하여 다양한 도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500년 동안 숭유억불정책을 폈지만 유교문화에 동화되지 않았고, 불교문화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동화와 조절은 인지발달뿐 아니라 인간의 문화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라는 이 말, 누군가에게는 애매한 말일 수 있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문화 이중언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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